민혜의 골방

그럼에도 불구하고

tlsdkssk 2005. 7. 11. 10:27

혹자는 '생존 이외의 목적으로 동족을 죽이는 것은 인간밖에 없다' 면서

인간의 폭력성을 개탄한다. 

하지만  폭력이란 인간 세상에서만 볼 수 있는 건 아니라고 한다.

잔멸치만한 우리집 열대어만 해도 <제부라>란 놈은 좁은 어항 안에서

다른 놈을 괴롭히며 간간이 깡패같은 폭력성을 보인다.

  

사마귀는 교미 도중 수컷의 머리를 날려버리기도 하며,

거미는 교미를 끝낸 후 지아비를 잡아먹는가 하면, 

하이에나는 태어나자 마자 형제끼리 목숨 걸고 싸우고,

뱀장어는 태어나기 전에 무려 1만7천 마리의 형제를 잡아 먹고,

하물며 개울가의 올챙이 조차 종족끼리 잡아 먹는단다.

 

'제인 구달'에 의하면, 

침팬지들도 다른 침팬지에게 달려들어  폭력을 휘두르고,

저항할 힘도 없는 놈을 돌로 내려치는 둥, 인간의 광기어린

폭력성을 그대로 보여준단다.

인간의 폭력이 어쩌면 자연에 존재하는 생물들의 행동 양식의 일부를

보여주는 것이라 여겨질만큼 자연은 폭력적이라는 것이다.

 

하긴 인간이 태어나기 위해서도 정자는 정자끼리

무수한 경쟁을 거쳐 오직 한 마리만 살아 남지 않는가.

한 학설에 의하면, 3억마리의 정자가 진입 경쟁을 할 때

하나하나가 무한 경쟁을 벌이는 게 아니라, 

그룹별로 고도의 팀웤을 이루어 다른 개체에서 나온 정자의 칩입을

봉쇄하거나 또는 보초를 서다가 효소 무기를 써서

다른 정자를 공격한다는 것이다.

 

정글의 법칙이 자연을 지배한다면,

그런 의미에서  폭력을 필요악이라고 본다면,

비폭력이니, 반전이니 하는 것도 결국 공염불에

지나지 않는 건 아닐까 싶은 비관마저 든다.

아니면 폭력도 자연의 일부겠거니 하고  여기며

살아가는 수밖에 없을 것 같은 체념이 들기도 한다.

하여, 우리가 꿈꾸는  평화란  언제 어떻게 떨어질 지

모르는 외줄타기처럼 순간에만 가능한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비관이 들기도 한다.

 

폭력이라는 관점에서 보자면

인간의 섹스나 출산 역시도 어찌보면 다분히 폭력적(?)이다.

남성의 페니스는 화(?)가 나지 않으면 목적을 달성할 수 없고,

새 생명인 아기는 여성에게 죽을 고통을 안겨주지 않고는

빠져 나오지 못한다.

인간의 기원부터가 다분히 폭력성을 안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에 대한 환상을 오늘도 버리지 못하며

또다시 평화 바라기를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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