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의 세 여신
그리스 신화에서는 모이라이 Moirai, 로마 신화에서 파르카이 Parcae는 운명의 세 여신을 일컫는 말이다. 이 세 여신은 인간의 운명을 결정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한다. 모이라는 '잘라내는 것', 또는 '할당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멜레아그로스의 탄생에 관한 이야기에 따르면 원래 운명의 여신들에게는 인간의 삶을 지배하고, 탄생의 순간에 그 전생애마저도 결정하는 역할도 한다고 한다.
모이라이의 세 여신의 이름은 클로토 Cloto(실을 잣는 것), 라케시스 Lachesis(운명의 그림을 그리는 것), 아트로포스 Atropos(불가피한 것)이다. 실을 잣는 클로토는 운명의 실을 뽑아내고, 라케시스는 운명의 실을 감거나 짜며 배당하고, 아트로포스는 운명의 가위로 실을 잘라 삶을 거두는 역할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오스트리아의 화가 알렉산더 로타우그 Alexander Rothaug의 <운명의 세 여신 The Three Fates>은 이 세 여신의 모습을 그대로 형상화한 작품이다.
그림 왼쪽에서 인간의 운명의 실을 뽑아내고 있는 여신이 클로토이다. 그 아래 인간의 여성이 한 아이를 안고 있고, 또 다른 어린아기들도 보인다. 인생의 출발점에 있는 인간들은 클로토가 뽑아낸 실에서부터 그 삶이 시작되는 것이다.
오른쪽의 라케시스는 운명의 실을 감거나 짜는 역할을 하는데 그 아래에는 한 쌍의 남자와 여자, 그리고 어린 아이가 즐겁게 노는 모습이 함께 그려져 있다. 라케시스가 어떻게 짜는지에 따라 인간의 운명의 모습도 변화하는 것이다.
그림 중앙의 검은 옷을 입고 있는 아트로포스는 이 세 여신중 가장 나이가 많아 보이는 모습이고, 표정도 어둡다. 아트로포스의 역할은 인간의 삶을 거두어가는 것이다. 아트로포스가 들고 있는 가위로 실을 자르는 순간 인간의 운명도 끝이 나는 것이다. 아트로포스의 발 아래에는 이미 죽어서 관 속에 있는 인간의 모습이 보인다. 죽음 앞에서는 운명의 신의 표정도 어두워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세 여신의 사이에는 그리스 문자 두 개가 새겨져있다. 알파와 오메가이다. 그리스 문자에서 알파벳의 처음과 끝에 위치한 두 문자는 흔히 처음과 나중, 시작과 끝을 상징하는 하나의 기호이기도 하다. 운명의 세 여신에 의해 인간 운명이 처음부터 끝까지 결정된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는 것 같다.
다른 화가들이 운명의 세 여신을 그린 그림들
모이라이는 제우스와 테미스의 딸들이지만, 이 운명의 여신들의 지위는 올림포스의 신들보다 높은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가령 최고신인 제우스도 운명의 여신이 무엇을 의도하고 있는지 알기 위해 영웅들의 운명을 올려놓은 천칭의 균형이 어느 쪽으로 기울어지는지 바라보고 있는 모습이 나타난다. 따라서 제우스는 운명의 결정자라기보다도 운명의 집행자라고 할 수 있다. 예컨대 제우스는 사랑하는 아들 사르페돈이 트로이전쟁에서 죽을 운명에 있다는 것을 알지만, 그 운명을 번복하지는 못한다.
[출처] [신화와 예술] 8. 알렉산더 로타우그의 <운명의 세 여신>|작성자 UTIS
'갤러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쿠사마 야요이 (0) | 2020.12.24 |
---|---|
신화 속 예술 누드 (0) | 2019.11.30 |
미켈란젤로와 빅토리아 코론나 (0) | 2019.11.19 |
피카소의 여인들 (0) | 2019.11.19 |
신윤복/ 미인도 (0) | 2019.07.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