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있는 곳간

파가니니& 리스트

tlsdkssk 2019. 9. 24. 15:05

조현영의 보통 사람을 위한 클래식

모든 남자가 증오하고 모든 여자가 사랑한 남자 ‘파가니니& 리스트’

파가니니 바이올린 협주곡 2번 중 3악장과 리스트의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연습곡 6곡 중 3번 ‘라 캄파넬라’

   



모든 남자가 증오하고 모든 여자가 사랑했다고 하니 어지간히 매력적인 인물들이었나 봅니다. 하나의 주제를 바이올린으로 그리고 피아노로 멋지게 작곡한 두 작곡가를 동시에 만나보겠습니다. 이탈리아 천재 바이올리니스트 파가니니와 그를 사랑한 헝가리의 피아노 작곡가 리스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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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이탈리아 천재 바이올리니스트 파가니니 (우) 헝가리 피아노 작곡가 리스트

이탈리아의 천재 바이올리니스트이자 작곡자인 니콜로 파가니니(Niccolo Paganini 1782 ~ 1840, 이탈리아)는 바이올린 협주곡을 모두 6곡 썼습니다. 그중에서도 우리에게 가장 잘 알려진 곡은 뭐니 뭐니 해도 2번의 3악장 ‘라 캄파넬라’입니다.

파가니니는 악마 메피스토펠레스 Mephistopheles에게 젊음을 팔아 버린 파우스트 Faust처럼 신에게 영혼을 팔아 천재적인 음악적 재능을 부여받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외모, 성격, 음악적 재능까지 평범한 것은 단 하나도 없습니다. 드라마에서도 파가니니나 파우스트의 소재는 자주 등장합니다. 기괴하리만치 특이했던 그는 6개의 바이올린 협주곡과 24개의 카프리스Caprice(일정한 형식에 구속되지 않고 자유로운 요소가 강한 기악곡) 등 바이올린을 위한 명곡들을 많이 작곡했는데, 협주곡 1번과 2번, 카프리스 이외에는 악보들이 많이 편찬되지 않았습니다.

파가니니는 악보가 편찬되는 것은 물론 자신이 작곡한 곡을 남들이 연주하는 것조차 매우 싫어했습니다. 게다가 특별히 제자를 가르치지도 않았기에 그의 음악은 신비로움 그 자체가 되었습니다.

이 곡의 제목인 <라 캄파넬라>는 ‘작은 종’이라는 뜻입니다. 뛰어난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인 프란츠 리스트 Franz Liszt (1811~1886 헝가리)는 그 주제를 인용해서 피아노를 위한 파가니니 연습곡을 작곡했습니다. 바이올리니스트에게 ‘파가니니’가 있다면 피아니스트에게는 ‘리스트’가 있습니다. 리스트는 파가니니보다 29살이나 어렸지만, 파가니니를 존경하기도 하면서 경쟁자로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예술가의 전형적인 사랑과 질투죠. 어느 날 리스트가 파가니니의 연주를 듣고 ‘난 꼭 피아노계의 파가니니가 될 거야.’라고 다짐하고는 어려운 기술을 필요로 하는 곡을 많이 작곡합니다. 그때 리스트가 파가니니의 연주를 듣지 않았더라면 지금 피아노 연주자들이 좀 편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리스트의 피아노곡을 잘 연주하기가 꽤 어렵습니다.

19세기 콘서트홀에서 연주를 즐기는 청중들이 늘어남에 따라 문화는 상당히 많이 바뀝니다. 클래식을 무대 위의 예술로 승격시킨 파가니니는 화려한 멜로디와 어려운 기술로 많은 이의 귀와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리스트의 멘토쯤 되는 파가니니는 평생 결혼도 하지 않고 음악에 미쳐 살았습니다. 대단한 음악적 재능이 있는데도 하루에 10시간 이상 연습했다니, 그 앞에선 재능 탓도 못 하겠습니다.

다른 예술의 힘을 빌리지 않고 음악 그 자체만으로 진검승부를 보여 줬던 파가니니는 바이올린 곡을 제외한 다른 곡들은 거의 작곡하지 않았습니다. 아름다운 가사가 있는 가곡도, 화려한 무대예술인 오페라도 작곡하지 않고 오로지 본인의 음악과 바이올린 연주 그 자체에 의미를 뒀던 비르투오소(virtuoso, 명인 연주자)였습니다. 그보다 12년 일찍 태어난 베토벤이 악보 안에서 음악의 고뇌와 사색의 깊이를 표현했다면, 파가니니는 무대에서 완전체가 되는 연주자이자 음악가였던 것입니다.

이탈리아 피렌체 출신의 파가니니의 모습은 딱히 정이 가는 외모는 아닙니다만, 어쩐지 얼굴에서도 신기(神氣)가 느껴지는 이상한 힘이 있습니다. 그의 품에 안긴 바이올린은 손이 닿자마자 마법을 부리는 듯 춤을 춥니다.

영화 <파가니니: 악마의 바이올리니스트>는 파가니니의 삶을 재조명했습니다. 포스터의 문구도 아주 강렬했지요.

“모든 남자가 증오했고 모든 여자가 사랑한 남자!”

파가니니를 제대로 표현한 문구입니다. 실제로 미남 바이올리니스트 데이비드 가레트David Garrett(1980~ )가 파가니니 역할을 맡았습니다. 영화 속에서는 바이올린 곡의 에베레스트 산 같은 카프리스 24곡이 계속 흐릅니다. 그의 음악은 다른 기악 작곡가들에 비해 확실히 신비감 넘치고 기교적이며 유혹적이고 때론 고혹적입니다.

지금 이 순간 저는 영화 <친절한 금자씨>가 생각나는군요. 영화 속 주인공의 짙은 눈 화장만큼이나 배경음악인 <라 캄파넬라>도 인상적이었습니다. 광고에서도 영화에서도 강렬한 인상과 신비로운 분위기가 필요할 때는 <라 캄파넬라>가 흐릅니다. 들리는 것은 보이는 것을 극적으로 느끼게 만듭니다. 신비롭고 환상적인 연주를 듣고 싶다면 파가니니와 리스트의 <라 캄파넬라>를 적극 추천합니다. 사람들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하는 이 두 남자의 명작을 감상해 보시죠.

유튜브 검색어
파가니니 바이올린 협주곡 2번 3악장 ‘라 캄파넬라’
리스트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연습곡 3번 ‘라 캄파넬라’
연주 데이비드 가렛 David Garrett- La Campanella (Paganini)

연주- 살바토르 아카르도

연주- 윤디 리 <리스트의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연습곡 3번 >

연주- 손열음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칼럼니스트 사진

조현영 피아니스트, 아트앤소울 대표

세상의 모든 클래식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다. 어렵거나 지루하거나 나와는 상관없는 딴 나라 이야기는 절대 사절! 무대에서는 피아니스트지만 이곳에서는 피아노 치는 옆집 언니, 아는 동생, 클래식 큐레이터로 다가갈 예정이다. 클래식으로 여러분의 일상이 예술이 되는 마법을 일으킨다.
· 독일 쾰른국립음대 전문연주자과정(Diplom) 졸업
라이프치히국립음대 최고전문연주자과정(Konzertexamen) 졸업
· 다음 브런치 작가, 팟캐스트 ‘조현영의 올 어바웃 클래식’ 운영
· 저서 <조현영의 피아노 토크>, <피아니스트 엄마의 음악 도시기행>
· 現 아트 앤 소울 예술강의기획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