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 한자락

꽃밥 먹는 마녀

tlsdkssk 2017. 4. 27. 18:10

이따금 꽃을 먹는다.

그냥 먹기도 하고

밥에 올려 먹기도 하고

야채샐러드에 넣어 먹기도 한다.

어여쁜 꽃의 여린 모가지를 꺽을 때마다

내가 마녀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저 여리고 고운 것을 꺾다니,

환히 웃는 꼬마들을 꺾다니.

나는 잔인한 마녀.

 

 


 

저녁에 김밥 한 줄 사가지고 집에 오다가

아파트 풀밭에 군락을 이룬 제비꽃들을 몇 송이 꺽어왔다.

하얀제비꽃, 보라 제비꽃, 보라와 하양이 섞인 제비꽃,

거기에 별꽃과 클로버도 곁들였다. 

 


 

꽃들을 깨끗히 세척해주니

물기 머금은 꽃들은 아직 멋모르고 웃고 있다.

나는 색스런 김밥 위에 꽃들을 얹어 입으로 넣는다.

혼밥녀의 최고의 호사다.

이 여자, 우리를 잡아 먹는 마녀였구나.

꽃들이 그렇게 말했을까.

너희들, 내 비록 자신을 마녀라고 칭했을지언정

너희들은 그렇게 말하지 말아다오.

내 안에 들어와 나와 함께 살아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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