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따금 꽃을 먹는다.
그냥 먹기도 하고
밥에 올려 먹기도 하고
야채샐러드에 넣어 먹기도 한다.
어여쁜 꽃의 여린 모가지를 꺽을 때마다
내가 마녀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저 여리고 고운 것을 꺾다니,
환히 웃는 꼬마들을 꺾다니.
나는 잔인한 마녀.
저녁에 김밥 한 줄 사가지고 집에 오다가
아파트 풀밭에 군락을 이룬 제비꽃들을 몇 송이 꺽어왔다.
하얀제비꽃, 보라 제비꽃, 보라와 하양이 섞인 제비꽃,
거기에 별꽃과 클로버도 곁들였다.
꽃들을 깨끗히 세척해주니
물기 머금은 꽃들은 아직 멋모르고 웃고 있다.
나는 색스런 김밥 위에 꽃들을 얹어 입으로 넣는다.
혼밥녀의 최고의 호사다.
이 여자, 우리를 잡아 먹는 마녀였구나.
꽃들이 그렇게 말했을까.
너희들, 내 비록 자신을 마녀라고 칭했을지언정
너희들은 그렇게 말하지 말아다오.
내 안에 들어와 나와 함께 살아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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