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가 흔들리는 것은
이재무
나무가 이파리 파랗게 뒤집는 것은
몸속 굽이치는 푸른 울음 때문이다
나무가 가지 흔드는 것은
몸속 일렁이는 푸른 불길 때문이다
평생을 붙박이로 서서
사는 나무라 해서 왜 감정이 없겠는가
이별과 만남 또, 꿈과 절망이 없겠는가
일구월심 잎과 꽃 피우고
열매 맺는 틈틈이 그늘 짜는 나무
수천 수만리 밖 세상 향한
간절한 그리움에 불려온 비와 바람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저렇듯
자지러지게 이파리 뒤집고 가지 흔들어 댄다
고목의 몸속에 생긴 구멍은
그러므로 나무의 그리움이 만든 것이다
출처 : 사람과 환경 문학인협회
글쓴이 : 임승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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