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흐르는 상자

[스크랩] 미완성에 대한 연가....김승희

tlsdkssk 2016. 7. 25. 08:52

 

 

미완성에 대한 연가-김승희



하나의 아름다움이 익어가기 위해서는
하나의 슬픔이
시작되어야 하리
하나의 슬픔이 시작되려는
저물 무렵 단애 위에 서서
이제 우리는 연옥보다 더 아름다운 것을
꿈꾸어서는 안 된다고
서로에게 깊이 말하고 있었네

하나의 손과 손이
어둠 속을 헤매어
서로 만나지 못하고 스치기만 할 때
그 외로운 손목이 할 수 있는 일은
다만 무엇인지 알아?
하나의 밀알이 비로소 썩을 때
별들의 씨앗이
우주의 맥박 가득히 새처럼
깃을 쳐오르는 것을
그대는 알아?
하늘과 강물은 말없이 수천년을 두고
그렇게 서로를 쳐다보고 있었네
쳐다보는 마음이 나무를 만들고
쳐다보는 마음이 별빛을 만들었네
우리는 몹시 빨리 더욱 빨리
재가 되고 싶은 마음뿐이었기에
어디에선가, 분명,
멈추지 않으면 안 되었네,
수갑을 찬 손목들끼리
성좌에 묶인 사람들끼리

하나의 아름다움이 익어가기 위해서는
하나의 그리움이 시작되어야 하리,
하나의 긴 그리움이 시작되려는
깊은 밤 단애 위에 서서
우리는 이제 연옥보다 더 아름다운 것은
필요치가 않다고
각자 제 어둠을 향하여 조용히 헤어지고 있었네…

 

 

 

 

 

 

 

 

 

파세라(passera)....김승희

날 잡지 마,
난 흘러갈 거야,
존 레논이 어느날 신문을 사러 나갔다가
다시 돌아오지 못한 것처럼
파세라, 날 잡지 마,
난 흘러갈 거야,


오노 요오꼬, 당신이 누군가, 누구든지 뭐든지
번쩍이는 것은 다 당신은 오노 요오꼬,
당신이 날 잡아도
난 흘러갈 거야,
둥근 장미꽃잎 겹겹 따스한 신화를 감춰두고
파세라, 추운 벌판으로 신문을 사러 나가야지,


난 흘러갈 거야,
내 영혼의 블랙홀을 걸고 맹세해,
신문을 사러 나갔다가 카푸치노도 한잔 마시고
인생은 카푸치노 같은 것, 거품이 많지만 그러나 따스한 것,
파세라, 날 잡지 마,
가을은 오는데

 

passera(파세라)Svenska  1.지나다  2.통과하다  3.일어나다  



 

"단순하지만 누를 길 없이 강렬한 세 가지 열정이 내 인생을 지배해 왔으니,

사랑에 대한 갈망, 지식에 대한 탐구욕, 인류의 고통에 대한 참기 힘든 연민이 바로 그것이다."

<버트런드 러셀>

(Three passions, simple but overwhelmingly strong, have governed my life :

 the longing for love, the search for knowledge and unbearable pity for the

 suffering of mankind)

 

 


 

시인  김승희 金承熙

1952년 전남 광주 출생.

서강대학교 영어영문학과, 같은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졸업.

1973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어 등단.

시집『태양 미사』 『왼손을 위한 협주곡』 『달걀 속의 생』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싸움』 『빗자루를 타고 달리는 웃음』

『냄비는 둥둥』 『희망이 외롭다』등, 산문집 『33세의 팡세』,

소설집 『산타페로 가는 사람』등등.

현재 서강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

 

 

 

 

 

 

WED.13.JULY.2016 정효(JACE)

FOEM:미완성에 대한 연가....김승희

MUSIC :a piano solo by Giovanni Marradi

 

 

 

 

 

 

 

 

 

출처 : ♣ 이동활의 음악정원 ♣
글쓴이 : 丁曉(정효)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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