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라지꽃...곽재구
대청마루 위
할머니와 손녀
감자 세알이 화안하다
기둥에는 두해 전 세상 떠난
할아버지의 붓글씨가 누렇게 바래 붙어 있는데
山山水水無說盡이라 쓰인
문자의 뜻을 아는 이는 이 집에 없다
할머니가 감자 껍질을 벗겨
소금 두알을 붙인 뒤
손녀의 입에 넣어주는 모습을
마당귀 도라지꽃들이 보고 있다
도라지꽃은 깊은 뿌리를 지니고 있다
할머니가 시집온 그날도 그 자리에 머물러 꽃등을 흔들었다
도라지꽃에서는 구들장 위 한데 모여 잠을 자는 식구들의 꿈 냄새가 난다
눈보라가 날리고 얼어붙은 물이 쩡쩡 장독을 깨뜨리는 무서운 겨울밤을
할머니는 아가야라고 부른다
도라지꽃들이 바람에 흔들리고
대청 위 할머니도 손녀도 감자를 담던 사기그릇도 보이지 않는다
주련의 글귀도 사라지고
먼지가 뿌연 마루 위를
도라지꽃들이 바라보고 있다
창작과비평 2014년 가을호에서
도라지꽃....정한용
흰꽃이 피었습니다
보라꽃도 덩달아 피었습니다
할미가 가꾼 손바닥만한 뒷터에
꽃들이 화들짝 화들짝 피었습니다
몸은 땅에 묻혀 거름이 되고
하얀 옷깃이 바람에 흔들립니다
무더기로 손 쓸립니다
수년 전 길 떠난 內子를 여름빛으로 만나
한참을 혼자 바라보던 할애비도
조금씩 보라
물이 듭니다
도라지꽃...송수권
도라지 도라지
심심산천에 백도라지
풋보리밥 한술 된장국 말아먹고
지름댕기 팔랑팔랑
올해 네 나이 몇 살이더냐
도래샘도 띠앗집도 다 버리고
눈 오는 날 주재소 앞마당 전남班으로
너는 열여섯 정신대 머릿수건을 쓰고
고목나무 뒤에 붙어 참매미처럼 희게 울더니
오끼나와 테니안 라바울 사이펀
그 어디쯤 흘러가
한 초롱 여름산 더윗술을 걸러주며
여적 그 섬 기슭 혼자 폈느냐
내 어려선 막내고모 같던 鐘꽃
도라지 너를 보면
三韓적 맑은 하늘
이슬 내리는 소리
胡弓 소리”
도라지꽃 피는 계절...박라연
사랑이 별것이더냐
슬퍼하는 일이제
밭이랑 사이로 철썩 철썩 파도치는 일이제
아직도 슬픔의 파도 출렁인다면
봉긋 봉긋 도라지꽃, 도라지꽃 피어날 수 있겠네
꽃봉오리 깨물면 비릿한 향기
적막한 산천을 적시겠네
찌르르 찌르르 봉분마다
숫처녀 적 도라지꽃 피어나겠네
도라지꽃....한승원
뙤약볕 여름 기울어지고 귀뚜라미 울면
나 산으로 들어갈 거야
머리 옥빛 나게 깎고 송낙 깊이 눌러쓰고
송이송이 살구꽃 눈바람에 날리던 날
나 버리고 훌쩍 떠난 그대 마을로
탁발가게
나무 관세음보살
사랑 시주하십시오.
女僧....백석
女僧은 合掌하고 절을 했다
가지취의 내음새가 났다
쓸쓸한 낯이 옛날같이 늙었다
나는 佛經처럼 서러워졌다
平安道의 어늬 山 깊은 금덤판
나는 파리한 女人에게서 옥수수를 샀다
女人은 나어린 딸아이를 따리며 가을 밤같이 차게 울었다
섶벌 같이 나아간 지아비 기다려 十年이 갔다
지아비는 돌아오지 않고
어린 딸은 도라지꽃이 좋아 돌무덤으로 갔다
山꿩도 설게 울은 슬픈 날이 있었다
山절의 마당귀에 女人의 머리오리가 눈물방울과 같이 떨어진 날이 있었다
Chinese
도라지꽃
김종영 詩. 정연택 曲 / Ten.이영화
산굽이 돌아 돌아 걸어오시는 우리 누나
고향길 돌아 돌아 꽃바람으로 오시는 누나
다소곳이 언덕에 올라 쪽빛하늘 입에 물고
별님같은 잔미소로 하늘대는 우리 누나 얼굴
오솔길 돌아 돌아 걸어오시는 우리 누나
고향길 그리운길 까치소리로 오시는 누나
수줍게 구름에 올라 파란하늘 한입 물고 달님같은
잔미소로 미소짓는 우리 누나 얼굴
tener 이영화 전북 전주 출신,
페스카라국립음악원 졸업 데뷔
1997년 로마 국립극장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 오페라 공연 경력
오페라 마술피리, 사랑의 묘약, 여자는 다 그래 출연 수상
제10회 라우리 볼피 국제 성악콩쿠르 우승
TUE.26.JULY.2016 정효(JACE)
FOEM:도라지 꽃...곽재구外
MUSIC :도라지 꽃/TEN 이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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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은 시인에 대한 감사와 존경심의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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