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흐르는 상자

[스크랩] 전 화 / 마종기, 끊긴 전화....도종환

tlsdkssk 2016. 7. 25. 08:47

 

 

 

전 화 / 마종기

 

당신이 없는 것을 알기 때문에
전화를 겁니다.
신호가 가는 소리.
당신 방의 책장을 지금 잘게 흔들고 있을 전화 종소리.
수화기를 오래 귀에 대고 맑은 전화 소리가
당신 방을 완전히 채울때까지 기다립니다.
그래서 당신이 외출에서 돌아와 문을 열 때,
내가 이 구석에서 보낸 모든 전화소리가 당신에게 쏟아져서
그 입술 근처나 가슴 근처에서 비벼대고
은근한 소리의 눈으로 당신을 밤새 지켜볼 수 있도록,


다시 전화를 겁니다.
신호가 가는 소리.

 

 

 

끊긴 전화....도종환

 

전화벨이 울렸다

수화기를 들었다 말이 없었다,

잠시 그렇게 있다 전화가 끊어졌다.

누구였을까 깊은 밤 어둠 속에서

아직도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가 두근거리는

집게손가락으로 내 가장 가까운 곳까지 달려와

여보세요 여보세요 두드리다 한 발짝을

더 나아가지 못하고 넘어서지 못하고

그냥 돌아선 그는 누구였을까

 

나도 그러했었다,

나도 이 세상 그 어떤 곳을 향해 가까이 가려다

그만 돌아선 날이 있엇다.

망설이고 망설이다 항아리 깊은 곳에

버린 것을 눌러담듯

가슴 캄캄한 곳에 저 혼자 삭아가도록

담아둔 수많은 밤이 있었다.

그는 조금도 눈치채지 못한 채 나 혼자만 서성거리다

귀뚜라미 소리같은 것을

허공에 던지다 단 한마디 전하지 못하고 돌아선 날들이 많았다.

 

이 세상 많은 이들도 그럴 것이다.

평생 저 혼자 기억의 수첩에 썼다

지운 저리디 저린 것들이 있을 것이다.

두 눈을 감듯 떠오르는 얼굴을 내리닫고

침을 삼키듯 목끝까지 올라온 그리움을 삼키고

입술밖을 몇번인가 서성이다 차마 하지 못하고

되가져간 깨알같은 말들이 있을 것이다. 

한빨짝을 더 나아가지 못하고 넘어서지 못하고

 

 

 

 

 

 

MON.25.JULY.2016 정효(JACE)

FOEM:전화....마종기, 끊긴 전화....도종환

MUSIC Tchaikovsky - Nocturne No.4, Op.19

Reciter: 김세원 

 

 

 

 

 

 

 

출처 : ♣ 이동활의 음악정원 ♣
글쓴이 : 丁曉(정효)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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