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흐르는 상자

[스크랩] 목련 - 류 시화

tlsdkssk 2016. 4. 24. 07:40
 

♥목련 - 류 시화
목련을 습관적으로 좋아한 적이 있었다.
잎을 피우기도 전에 꽃을 먼저 피우는 목련처럼 
삶을 채 살아보기도 전에 
나는 삶의 허무를 키웠다. 
목련나무 줄기는 뿌리로부터 꽃물을 밀어올리고 
나는 또 서러운 눈물을 땅에 심었다.
그래서 내게 남은 것은 무엇인가. 
모든 것을 나는 버릴 수 있었지만 
차마 나를 버리진 못했다. 
목련이 필 때쯤이면 
내 병은 습관적으로 깊어지고 
꿈에서마저 나는 갈 곳이 없었다.
흰 새의 날개들이 나무를 떠나듯 
그렇게 목련의 흰 꽃잎들이 
내 마음을 지나 땅에 묻힐 때
삶이 허무한 것을 진작에 알았지만 
나는 등을 돌리고 서서 
푸르른 하늘에 또 눈물을 심었다. 
 



2016/04/13/블루로즈
 

출처 : ♣ 이동활의 음악정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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