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씌어진 詩- 윤동주
창 밖에 밤비가 속살거려 6첩방(六疊房)은 남의 나라.
시인(詩人)이란 슬픈 천명(天命)인 줄 알면서도 한 줄 시(詩)를 적어 볼까.
땀내와 사랑내 포근히 품긴 보내주신 학비 봉투를 받어
대학 노―트를 끼고 늙은 교수의 강의(講義) 들으러 간다.
생각해 보면 어린 때 동무를 하나, 둘, 죄다 잃어버리고 나는 무얼 바라 나는 다만, 홀로 침전(沈澱)하는 것일까?
인생(人生)은 살기 어렵다는데 시(詩)가 이렇게 쉽게 씌어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6첩방(六疊房)은 남의 나라 창 밖에 밤비가 속살거리는데,
등불을 밝혀 어둠을 조금 내몰고, 시대(時代)처럼 올 아침을 기다리는 최후(最後)의 나,
나는 나에게 작은 손을 내밀어 눈물과 위안(慰安)으로 잡는 최초의 악수(幄手). * 東京에서 쓰다 Dvořák, Piano Quintet No.2 in A major |
드보르자크 피아노 5중주 2번
출처 : ♣ 이동활의 음악정원 ♣
글쓴이 : 늘 웃어요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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