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흐르는 상자

[스크랩] 쉽게 씌어진 시- 윤동주

tlsdkssk 2016. 4. 24. 07:37




      






쉽게 씌어진 詩- 윤동주

  

 

창 밖에 밤비가 속살거려

6첩방(六疊房)은 남의 나라.

 

시인(詩人)이란 슬픈 천명(天命)인 줄 알면서도

한 줄 시(詩)를 적어 볼까.

 

땀내와 사랑내 포근히 품긴

보내주신 학비 봉투를 받어

 

대학 노―트를 끼고

늙은 교수의 강의(講義) 들으러 간다.

 

생각해 보면 어린 때 동무를

하나, 둘, 죄다 잃어버리고

나는 무얼 바라

나는 다만, 홀로 침전(沈澱)하는 것일까?

 

인생(人生)은 살기 어렵다는데

시(詩)가 이렇게 쉽게 씌어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6첩방(六疊房)은 남의 나라

창 밖에 밤비가 속살거리는데,

 

등불을 밝혀 어둠을 조금 내몰고,

시대(時代)처럼 올 아침을 기다리는 최후(最後)의 나,

 

나는 나에게 작은 손을 내밀어

눈물과 위안(慰安)으로 잡는 최초의 악수(幄手).


    * 東京에서 쓰다




Dvořák, Piano Quintet No.2 in A major




드보르자크 피아노 5중주 2번





출처 : ♣ 이동활의 음악정원 ♣
글쓴이 : 늘 웃어요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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