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흐르는 상자

[스크랩] 쓸쓸함이 따뜻함에게 /고정희

tlsdkssk 2014. 8. 22. 16:54

 

 

 

 

 

 

 

 

 

 

 

 

 

 

 

 

 쓸쓸함이 따뜻함에게

 

 고정희 

 

 

 

 




 언제부턴가 나는

 따뜻한 세상 하나 만들고 싶었습니다

 아무리 추운 거리에서 돌아 와도, 거기

 내 마음과 그대 마음 맞물려 넣으면

 아름다운 모닥불로 타오르는 세상,

 불그림자 멀리 멀리

 얼음장을 녹이고 노여움을 녹이고

 가시철망 담벼락을 와르르 녹여

 부드러운 강물로 깊어지는 세상,

 그런 세상에 살고 싶었습니다

 그대 따뜻함에 내 쓸쓸함 기대거나

 내 따뜻함에 그대 쓸쓸함 기대어

 우리 삶의 둥지 따로 틀 필요 없다면

 곤륜산 가는 길이 멀지 않다 싶었습니다.

 

 


 



 그런데 그게 쉽지가 않습니다

 내 피가 너무 따뜻하여

 그대 쓸쓸함 보이지 않는 날은

 그대 쓸쓸함과 내 따뜻함이

 물과 기름으로 외롭습니다

 내가 너무 쓸쓸하여

 그대 따뜻함 보이지 않는 날은

 그대 따뜻함과 내 쓸쓸함이

 화산과 빙산으로 좌초합니다


 


 

 


 오 진실로 원하고 원하옵기는

 그대 가슴속에 든 화산과

 내 가슴속에 든 빙산이 제풀에 만나

 곤륜산 가는 길 트는 일입니다

 한쪽으로 만장봉 계곡물 풀어

 우거진 사랑 발 담그게 하고

 한쪽으로 선연한 능선 좌우에

 마가목 구엽초 오가피 다래순

 저너기 떡취 얼러지나물 함께

 따뜻한 세상 한번 어우르는 일입니다

 그게 뜻만으로 되질 않습니다

 따뜻한 세상에 지금 사시는 분은

 그 길을 가르쳐주시기 바랍니다.

 

 

 

 

 

 * Shang Ding(상딩)의 그림들 ( b, 1954~ kunming in china, 중국 극사실주의 화가 )

 * Paramithi Hehasmeno(전설같은 사랑) /Anna Vissi (b,1957~,Pyla, Larnaca District, Cyprus)

       


 

 

 

 

 

 

 

 

 

 

 

 

 

 

 

 

 

출처 : ♣ 이동활의 음악정원 ♣
글쓴이 : 水月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