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스크랩] 아도니스 콤플렉스 - 곽금주

tlsdkssk 2014. 7. 6. 07:41

 

 

 

 

 

 

 

아도니스 콤플렉스

 

곽금주

 

 

어느덧 봄은 깊어가고 여름이 다가오고 있다. 여자뿐 아니라 남자도 노출의 계절을 맞이해 외모에 신경을 쓴다. 남성의 외모와 관련한 콤플렉스로 아도니스 콤플렉스(Adonis Complex)가 있다. 아도니스는 멋진 외모로 여신들의 사랑을 독차지한 그리스 신화 속 인물이다. 우리 사회는 외모 지상주의가 심해지고 있다. 내 얼굴이, 내 몸이 신화 속의 아도니스와 같이 완벽해져야 한다는 지나친 욕망을 다른 중요한 것보다 앞에 두는 게 문제다.
 

아도니스 콤플렉스는 남성이 완벽한 몸을 갈망하면서 몸에 집착하는 콤플렉스로, 2000년 하버드대학교 의대의 해리슨 포프 정신의학과 교수팀이 처음 정의했다. 이 콤플렉스는 나이에 상관없이 나타난다. 자기 몸에 불만족해서 자존감이 낮아지고 우울증에 걸리기도 하며, 운동이나 미용에 강박적으로 매달리기도 한다. 그런데 아도니스 콤플렉스를 가진 사람들은 외모에 대한 고민과 생각을 말로 표현하지 않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이 알아채기가 쉽지 않다.

아도니스적 성향이 강한 남자들은 여느 사람처럼 꾸미는 것으로만 만족하지 못하고 운동에 중독되기도 하고, 매일 운동을 하면서도 몸을 부끄러워하거나 혐오하기도 한다. 또 폭식과 자의적 구토를 반복하면서 지나치게 다이어트에 매달리기도 한다. 자신의 머리, 피부와 같은 신체 부위에 집착하면서 특정한 곳에 뭔가 이상이 있다고 믿기도 한다. 머리카락이 너무 가늘거나 피부가 좋지 않다든지 코가 삐뚤어졌다거나 키가 크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지나치게 걱정하고 불만이 쌓인다.

아프로디테와 아도니스
<아프로디테와 아도니스>, 루벤스, 1610, 쿤스트팔라스트 박물관

 

신이 질투한 아름다운 여인에게서 태어난 아도니스
 

이 콤플렉스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미소년 아도니스에게서 비롯되었다. 아도니스의 엄마인 미르라는 지중해 동부에 있는 섬나라 키프로스의 아리따운 공주였다. 미르라를 질투한 아프로디테는 그녀가 다른 남자들은 거들떠보지 않고 자신의 아버지 키니라스를 사랑하게 하는 저주를 내린다. 아버지를 사랑한다는 것에 너무 괴로웠던 미르라는 목숨을 끊으려 했지만, 결국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어둠 속에서 아버지 키니라스와 사랑을 나누게 된다. 몇 번의 만남 끝에 상대가 딸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키니라스는 혐오감과 분노에 휩싸였다. 그는 검을 들고 딸을 죽이려 했고, 이미 임신한 몸이었던 미르라는 아버지를 피해 달아난다. 미르라가 할 수 있는 일은 자신이 수치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 달라고 신에게 기도하는 것뿐이었다. 미르라의 간절한 소망을 들은 아프로디테 여신은 자신의 행동이 잘못됐다는 것을 깨닫고, 미르라를 나무로 변신시켰다. 그렇게 해서 미르라의 배 속에 있는 아이, 아도니스는 나무의 갈라진 줄기에서 태어난다.

아도니스 동상
<아도니스> 동상, 폼페이에서 발견된 것을 19세기에 복원, 네이플 박물관

 

여신 간에 다툼을 일으킨 아도니스의 매력
 

비운의 아이 아도니스는 태어날 때부터 매우 아름다워서 아프로디테 여신은 마음을 빼앗기고 만다. 여신은 아기를 상자에 넣어 지하 세계로 데려가 저승의 왕 하데스의 아내이자 저승의 여왕 페르세포네에게 잠시 맡긴다. 페르세포네에게 맡겨진 아도니스는 미소년으로 성장한다. 장성한 아도니스를 아프로디테가 데려가려 하자, 아도니스의 아름다움에 반해 있던 페르세포네는 거절한다. 아도니스를 가운데 두고 두 여신 간에 줄다리기가 벌어진 것이다. 신들의 왕 제우스는 중재하기를, 아도니스가 1년 중 4개월은 페르세포네와 함께 지하 세계에서, 4개월은 아프로디테와 지상 세계에서 보내고, 나머지 4개월은 혼자 지내게 한다. 그러나 아도니스는 혼자 지낼 수 있는 4개월도 아프로디테와 함께 지상에서 지내기로 선택한다.

아도니스가 땅 위로 올라와 있을 때 아프로디테는 그를 따라다니며 사랑을 나누길 원했지만, 그는 여신보다는 사냥에 더 관심이 있었다. 아프로디테는 아도니스가 사냥하는 동안 다치기라도 할까 봐 두려워서, 위험한 행동은 삼가라고 애원하고 어떨 때는 경고하기도 한다. 하지만 아도니스는 아프로디테의 말을 무시하고 계속 사냥에 나선다.

어느 날, 전쟁의 신이자 아프로디테의 애인인 아레스 신은 자신이 사랑하는 아프로디테가 아도니스와 사랑에 빠졌다는 소식을 듣고 질투심을 느껴 아도니스를 해치려고 계획한다. 아레스는 야생 멧돼지로 변신해 아도니스가 사냥하는 동안 그를 공격했고 결국 아도니스를 쓰러트렸다. 아도니스가 고통을 호소하는 소리를 들은 아프로디테는 아도니스에게 달려갔지만, 아도니스는 여신의 품에서 숨을 거두고 만다. 아프로디테는 아도니스의 피를 땅에 떨어트리고 그 자리에서 바람꽃을 피워내 그를 기념하고자 했다. 아도니스는 뛰어난 외모로 인해 여신들의 사랑까지 받았지만, 역시 그 외모로 인해 군신 아레스의 질투를 받은 결과 죽음에 이른 것이다.

아도니스의 죽음
<아도니스의 죽음>, 작자 미상, BC200년경, 바티칸 박물관

 

동경하는 스타와 똑같아지기 위해 수차례 성형 수술
 

미국의 아이돌 가수이자 작곡가인 저스틴 비버의 팬이었던 30대 초반의 토비 셸던은 5년간에 걸쳐 약 10만 달러(1억4백만 원)의 돈을 투자해 저스틴 비버처럼 성형 수술을 했다고 한다. 그는 23세부터 자신의 외모에 집착했으며, 머리카락을 가늘게 하려고 시술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2008년부터 수차례 수술을 했다. 비버의 사진을 볼 때마다 비버처럼 되고 싶다고 자신에게 말했다. 그는 비버의 사진을 들고 성형외과 의사를 찾아가서 비버와 똑같이 고쳐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모발 이식 수술에 8천 달러를 들여서 비버와 같은 머리 스타일을 갖게 되긴 했지만, 여전히 만족스럽지 않았다고 한다. 이번에는 자신이 나이 들어간다는 것이 두려워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스틴 비버처럼 동안이 되고 싶은 마음에 필러 주사를 맞고, 입술과 눈 성형을 하게 된다. 그는 8명의 성형외과 의사들을 거치며 아주 작은 부분까지 신경을 썼다.

최근 그가 받은 수술은 소년과 같은 미소를 갖기 위한 웃음 성형으로, 윗입술은 위로 올리고 아랫입술은 더 부풀리는 수술이었다. 이처럼 수많은 성형 수술을 거쳤지만, 그는 아직도 이상적인 얼굴을 갖지 못해서 괴로워하고 있다. 그는 사람들이 비버와 닮았다고 하는 말을 들을 때 짧게나마 행복감을 느끼고 있다. 이처럼 자신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에 만족하지 못하고 끝없이 완벽한 모습을 추구하려는 셸던의 모습 속에서 아도니스 콤플렉스를 찾아볼 수 있겠다.

 

누구나 가진 신체 콤플렉스에 지나치게 집착하지 말아야

우리 사회는 극단적인 외모 지상주의로 치우쳐 있다. 괜찮은 외모는 자신감을 주기도 하고 소소한 이득을 가져오기도 한다. 그래서 우리 사회의 많은 이들이 외모를 좋게 만들려고 엄청난 노력을 한다. 물론 외모는 중요하다. 다른 사람에게 좋게 보이기 위해서 자신을 돌아보고 가꾸는 것 자체가 나쁜 것은 전혀 아니다. 문제가 되는 것은 지나칠 때다. 내 얼굴이, 내 몸이 신화 속의 아도니스와 같이 완벽해져야 한다는 지나친 욕망이 문제인 것이다.

우리는 모두 신체 콤플렉스를 하나쯤 가지고 있기 마련이다. 이것에 너무 집착하지 말고 이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차라리 자신의 외적 단점을 감추려 하지 말고 당당하게 드러낼 때 더욱 아름다워질 수 있다. 신체보다는 정신과 마음이 더욱 중요함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좋은 성품과 긍정적인 시각은 외모 못지않게 사람을 돋보이게 하기 때문이다.
 
 
 
 
 
 
출처 : 화타 윤경재
글쓴이 : 화타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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