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째 집안에 파리가 돌아다니며 내 신경을 건드렸다.
모기도 잘 안들어오는 집에 때이르게 웬 파리인가 싶었다.
처음엔 한 두마리 보이더니 날로 개체수가 늘어가는 것이 아무래도 수상쩍어
어제는 집안 구석구석을 살폈다. 우선 보이는 쓰레기 봉지부터 뒤지고, 싱크대를 살펴보고, 그러다 마침내 베란다의 짐들을 모두 내놓고 점검하기 시작했다. 마침내 파리의 근원을 찾아내었다.
주방쪽 베란다 한 구석에서 겨우내 잊고 있던 감자들이 썩어 파리가 거기에 쉬를 슬어 놓은 거였다. 감자는 여간해서 잘 썩지 않는 식품인데, 아마 지난 겨울에 얼었다가 그리 된 모양이었다.
동물성이 썩는 냄새는 아주 고약한데 반해 식물성이 썩는 냄새는 그다지 고약하질 않아 나는 그동안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게다가 나는 베란다 문을 늘 열어놓았고 내 후각은 매우 둔해지지 않았던가.
구더기 무더기들은 생존을 위해 관능적으로 꼬물거리고 있었고, 근방엔 팥알 보다 작은 적갈색의 번데기들이 듬성듬성 보였다. 그 징그러움에 나는 코에 걸쳤던 안경부터 벗었다.
그리곤 주전자에 물을 팔팔 끓여 그 일대에 부어버렸다. 어쨋거나 파리도 생명체인데, 뜨겁게 튀겨죽이다니 좀 미안한 생각도 들었지만, 내 집안에 벌레는 절대 사양이다.
내친김에 베란다와 냉장고 및 싱크대를 재 정리했다. 정리하다 보니 그간 내가 찾고 있었던 물건들이 하나둘씩 정체를 드러낸다.
대 청소를 할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사람의 마음속도 이와 다르지 않아 종종 끄집어내어 살펴보고 점검하지 않으면 쓰레기장이 되고 썩는 구석이 있게 마련이다.
며칠 파리로 인해 신경이 곤두섰지만 파리는 내게 가르침을 주고 떠나갔다.
기실 파리는 잘못한 게 없다. 모든 게 내 불찰이었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