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 한자락

쌀톨 같은 흙

tlsdkssk 2014. 4. 7. 08:59

며칠 집을 비우고 돌아와보니 집 떠나기 전 화분에 심었던 부추 씨앗에서 작은 싹들이 돋아나고 있었다.

실은 모양새가 아주 유사한 두가지의 식물이 동시에 올라오고 있으니 어떤 게 부추고 어떤게 야생초인지 (나는 부추를 처음 심어봤거든)알 수가 없다, 다만 떡잎이 조금 크게 나오는 게 우리집 토박이 야생초(이름을 모른다)라고 짐작할 뿐이다. 

화분 두어개를 분갈이 하며 베란다 바닥에 흩어진 흙들을 싹싹 쓸어보아 다시 화분에 부었다.

물청소를 한번 하면 깨끗히 쓸려나갈 흙가루이지만 내게는 쌀톨같이 귀한 흙이다. 땅 한평 소유하지 않은 내게 베란다 화분은 텃밭이자 내 소유의 땅인 것이다.  자칭 화분 밭의 지주라 칭하며 혼자 웃는다.

예나 지금이나 흙을 만지면 어찌 그리  순일하고 행복해지는지.

땅을 지니고 살 여유도 없지만 설령 농터가 주어진다 해도 나는 이제 그것을 감당할 힘이 없다. 그러니 작은 베란타의 화분 텃밭이 내겐 안성맞춤.

 

3년 전인가  동대문 종묘원에서 사다 심은 근대는 사철 죽지도 않고 싹을 내주어 내 한 입 국 끓여 먹기에 딱이다. 너무 많으면 늘 같은 음식을 먹어야하는 문제가 따르는데, 화분에서 열포기 남짓 자라고 있으니 소출로보아 아주 적당한 양인 것이다.

 

작년 초겨울, 누군가가 내다버린 난 종류의 식물 하나가 추운 듯 웅크리고 있기에 그냥 두면 죽겠다 싶어 들고 온 적이 있었다. 봄이 되자 그 식물이 어찌나 왕성하게 자라는지 오늘 분갈이를 해주었다.

그리고 작은 화분 몇 개에 채송화 씨를 심어보았다. 빈 화분은 제법 많은데 흙이 모자란다. 

꽃집에서 파는 히끗히끗한 알갱이가 섞인 만든 흙 말고 자연의 흙이 나는 필요하다.

배낭 매고 산에 올라 흙이나 조금 파올까보다. 도봉산으로 갈까?

도봉산의 흙을 파오면 우리집 베란다는 국립공원의 일부가 되는 셈이다.

흙을 놓고 흙장난 못지 않게 머리도 굴려본다.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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