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6개월을 살아온 엘리에겐 요즘 고민이 있다.
가족들과 언젠가 헤어져야 한다는 사실이 꼬마 숙녀를 걱정스럽게 하는 모양이다.
어제는 아들 며늘이 모두 집을 비워 엘리와 단둘이 잤다.
침대에 누워 잠이 들기를 기다리는데, 엘리가 갑자기,
"할머니, 나는요, 엄마 아빠 할머니랑 아주아주 오래 살고 싶어요.
할머니는 제일 나이가 많기 때문에 언젠가 더 먼저 돌아가야 하는데, 나는 그게 싫어요."
밥 한번 먹이려면 그렇게 낑낑대고 께작거려 속터지게 하고, 밥 한 술 물고 이것저것 장난하느라
애를 먹이지만, 콩나물 시루에 물을 부으면 물이 다 빠져나가는 듯 해도 콩나물이 자라는 것처럼,
엘리는 날로 몸이 자라고 정신도 자라나는 것 같다.
엘리의 고민은 또 있다.
밤에 자주 무서운 꿈을 꾸는 것, 그리고
내년엔 학교 가야한다는 사실이 벌써부터 걱정스런 모양이다.
내가, 할머니도 어렸을 때 늘 무서운 꿈을 꾸었는데, 그건 아이들 키가 크게 하느라고 그런다고 하면
조금 위안을 받는 듯 하다.
학교 가는 일이 뭐가 겁나느냐 물으면 밥을 늦게 먹기 때문이라고 대답하는데, 하긴 고민할만도 하다.
엘리는 밥 한 번 먹으려면 30분에서 1시간 가까이 걸리니 문제는 문제다.
티비를 꺼보기도 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밥 한 술 먹고 무슨 공상을 하는지 한참 딴짓을 하는 것이다.
그래도 신통한 건 매일 하는 영어 학습이나, 국어 수학 학습지 숙제를 할 때는
군말 없이 해낸다. 아주 성실히, 꾀부리지 않고, 몰입하여.
한데 왜 밥 먹는 일은 그렇질 않은가 모르겠다.
아무리 맛있는 걸 해주어도 소용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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