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아 칼라스
예술가에게서 정열은 삼손의 머리털 같은 것이었을까…
왜 그토록 많은 예술가들은 비극을 예감하면서도 정열의 용광로 속에 스스로 자신을 불태우며 자멸해 갔을까… 예술가들에게 나타나는 정열은 결국 그들을 죽이고 예술의 탄생시키기 위한 신의 섭리였을까…
성악가 마리아 칼라스 만큼 비극과 정열이 대비되는 예술가도 없다. 세계적인 성악가이면서도 동시에 은막의 스타와 같은 일생을 살아간 칼라스는 세계인이 다 아는 벨칸토의 성녀였자 선박왕 오나시스와 염문을 뿌린 주인공이었다. 칼라스의 이야기는 지겹도록 들어왔고, 또 이것을 재방송하는 것만큼 무미 건조한 것도 없겠지만 성악가로서의 칼라스는 할 말이 많은 여자였다. 음악가로서의 칼라스는 하루 12시간 이상의 피나는 노력 끝에 득음을 이룬, 불세출의 소프라노였다.
마리아 칼라스를 생각할 때마다 예술가가 불멸하기 위해서는 끝이 비극적이어야한다는 명언이 떠오르곤 한다. 마리아 칼라스의 경우는 끝이 비극적이라기보다는 너무 추했다. 차라리 그녀가 오나시스를 만나기 전에 세상을 뜨고 말았다면… 그녀는 지금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전설인 존재로 남아있었을 것이다. 그녀의 음성은 그만큼 강렬했고, 세인의 가슴을 울릴만큼 감동의 목소리의 소유자였다.
마리아 칼라스는 1923년 뉴욕에서 그리이스 이민자의 딸로 태어났다. 근시에 뚱뚱하고 못 생겼고, 할 줄 아는 것이곤 노래밖에 없었다고 한다. 어머니의 노래에 대한 집착 때문에 13살 때 아테네에 돌아가 음악원에 입학했고, 프리마돈나 이달고로부터 본격적인 성악수업에 쌓기 시작했다. 칼라스의 목소리는 성량은 풍부했으나 미성은 아니었다고 한다. 그녀의 목소리는 귀에 거슬리는 카랑카랑한 소리였으나 하루 12시간 이상의 피나는 노력 끝에 자신만의 창법을 개발해 내는 데 성공했다. 15살 때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의 산투차역으로 출연했고, 17세때(41년) 아테네에서‘토스카'로 정식 데뷔했다.
1947 년(23세) 이태리 베로나 아레나 음악제에서‘라 조콘다'에 출연 사업가였던 첫 남편 메네기니를 만나게 된다. 메네기니의 성심 어린 지도로 51년 ‘시실리 섬의 저녁기도'로 라 스칼라에 공식 데뷔했고 이후 '세계의 오페라계를 차례로 정복해 나가기 시작했다.
58년 파리 오페라 공연은 칼라스로서는 운명적인 공연이었다. 이때 오나시스와 조우했고, 이듬해 오나시스와 도피행각을 벌이며 남편 메네기니의 품을 떠났다.
지나친 체중감량, 오나시스와 불화, 불면증 등으로 목소리에 이상이 생기기 시작한 칼라스는 63년 42세라는 젊은 나이에 무대를 떠난 뒤 더이상 무대 복귀를 이루지 못했다. 오나시스와 헤어진 칼라스는 77년, 파리에 절망속에 살다가 수면제 과다복용으로 영원한 수면으로 빠져들었다.
그녀의 창법은 설명하기 힘들만큼 독특하고 개성있는 것이었다고 한다. 고음보다는 중간톤이 호소력있었고 탁월한 역기력, 드라마틱한 창법은 수많은 칼라스 매니아들을 탄생시켰다.
칼라스는 운명적으로 자신의 비극을 예견했음일까, 그녀의 출세곡은 그녀의 생애를 닮은 오페라 '라지오콘다'였다. 이는 우연의 일치였지만 카루소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는데, 아무튼 칼라스가 부르는 '라지오콘다'야말로 그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독보적인 것이었다. 노르마중의 '정결한 여신'…등 칼라스는 수많은 신화적인 노래를 남겼으나 역시 칼라스의 첫사랑은 라지오콘다였다.
칼라스의 목소리는 결코 희고 푸르른… 청명한 소리는 아니었다. 오히려 도도함이 느껴져 오는 카랑카랑한 목소리는 흑진주에 속했다. 서정미 보다는 드라마틱… 애수보다는 비극적인 감동에 어울렸다.
방자할 만큼 도도한 칼라스의 목소리가 극적 감흥에 휩싸이면 더 이상 이세상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과연 하나의 목소리가 저처럼 땅을 치고 하늘을 울리는… 혼령의 눈물이 되어 흩어 질수 있을까…
칼라스는 아마도 자신을 극 속의 라지오콘다로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거리에서 노래를 파는 여인… 사랑도 인생도 실패하고…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비극의 주인공이야말로 칼라스의 혈관 속에서 역류하는 본모습이었는지 모른다.
'나는 메네기니(전남편)를 얼마나 그리워했는지 모릅니다. 평생 좋은 일도 많이 했지만, 과오도 많이 저질렀지요… 지금 그 대가를 치르고 있는거죠" 죽기 얼마전 마리아 칼라스는 라지오콘다에 나오는 자살의 시구와 함께 이렇게 고백했다고 한다.
칼라스는 아마도 첫 사랑의 감동만큼은 순수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첫사랑을 만나게한 '라지오콘다'의 노래가 그처럼 땅을 치는 감동으로 와닿는지는 모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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