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그너와 베르디… 누가 더 유명한가? 얼마전 한국일보 지평선이란 사설에서 바그너와 베르디를 비교한 평을 게재한 적이 있다. 재미로 쓴 글이었지만 이 사설은 4대3으로 바그너가 판정승했다고 보고 있다.(어느 음악평론가의 말을 빌린 글이지만)
바그너와 베르디… 누가 더 유명한가? 아니 누가 더 위대한가? 한마디로 우문이며 이에 대한 현답은 있을 수가 없을 것이다. 그것은 완전히 다른 작곡가 두 명을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하고 또 남성과 여성을 비교하는 것 만큼이나 어리석기 때문이다. 다만 굳이 두 사람을 비교하자면 한 명은 인격적이고 다른 한 명은 예술적이라는 차이가 다르다고나할까.
베르디는 이태리에서는 독일의 베토벤과 같은 존재이다. 물론 그 (존재의)크기는 어디까지나 이태리에 국한되어 있지만 베르디 없는 이태리 오페라는 상상조차 할 수 없다. 그러면 베르디는 과연 음악적으로 베토벤에 버금가는 위대한 업적을 남긴 인물이었을까? 전문가들의 입장에선 단연 ‘아니올시다’일 것이다. 그것은 베토벤이 범인류적인 음악적 업적을 쌓아 올린 인물이었다면 베르디는 다만 오페라 부문, 그것도 이태리라고하는 지엽적인 범주를 벗어나지 못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이 바그너(베토벤의 후예)의 손을 들어주고 있는 것도 바로 이때문일 것이다.
그러면 정말 바그너가 베르디보다 위대한 것일까?
이에 대한 평가는 두 사람의 얼굴(사진)을 통해서 어느정도 감지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얼굴이야말로 모든 것을 말해준다. 베르디의 50대 얼굴을 보면 이것은 성공한 작곡가의 얼굴이라고 볼 수 없을 만큼 크게 상해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어마어마한 시련… 생활고에 찌든 얼굴이라고나할까? 위대한 명성을 얻는다는 것은 그만큼 힘든 것이고 또 그것을 유지하는 것 역시 얼마만큼 힘들다는 것을 마치 사진은 우회적으로 말해 주고 있는 것 같다. 반면 바그너의 사진은 반대다. 마치 속세를 벗어난 구도자의 얼굴 같다고 나할까? 마치 오물을 뒤집어 쓴 듯, 온갖 인격적인 냄새를 풍긴 바그너였지만 그의 얼굴은 온화하면서도 마치 도통한 듯 자존감으로 충만해 있는 모습이다. 세상이 뭐라건 그에게는 그만의 세계… 그만의 구원(음악)이 있었기 때문이었을까.
두 사람의 성격은 여성편력에서도 차이가 난다. 바그너는 자기가 좋아하는 여자라면 친구의 아내건 그 누구건 상대를 가리지 않았다고 한다. 바그너는 민나 플라너라는 법적인 아내를 두고도 수많은 여성편력을 과시했다. 결국 친구 뵐로(지휘자)의 아내 코지마(리스트의 딸)를 가로채는 것으로 그 하일라이트를 장식하지만 그의 생애에 어떤 죄의식이나 회개의 감정은 기록되지 않고 있다.
반면 베르디는 아내와 두 자녀를 한 꺼번에 잃고 방황하던 시절 그에게 물심 양면 후원을 아끼지 않았던 스포레포니의 사랑을 평생 저버리지 않았다고 한다. 그녀는 소프라노였지만 애가 이미 두 명이나 딸려있었고 당시 플레이 걸로 낙인 찍힌 속물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베르디는 크게 명성을 얻은 뒤, 1859년 그녀에게 면사포를 씌워 주었다.
인격자였던 베르디에 비하면 바그너는 속물이었다. 그러나 예술에서 만큼은 다소 차원이 달랐다. 당시 루드비히 2세는 바그너에게 적극적인 후원을 아끼지 않았는데 바그너에 미친 루드비히 2세는 바그너를 위해 바이로이트 극장을 건축해 준 것은 물론 바그너 악극의 배경이 되었던 수많은 성들을 건축, 바그너가 독일 예술의 우상으로 우뚝서는 중심축이 되었다. 물론 이러한 열광이 종국에 가서는 히틀러라는 미치광이를 낳게 되고 또 독일 국수주의에 이바지, 인류에게 큰 비극을 안겨주게도 된다.
역사 속에서 가장 많은 논란을 낳았던 바그너… 다만 비극 작곡가로서 비극을 통해 삶을 어루만지려던 소시민 베르디… 과연 누가 더 위대했을까? 이들의 작품이 이번 SF 오페라의 가을시즌에 다시한번 격돌하게 된다.(‘리골레토’ 9/7-9/30 vs ‘로엔그린’ 10/2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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