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 2는 K2, 즉 어제 말한 케이의 후속편을 의미한다.
유명 등산복 제조업체의 이름과 같지만 '케이'를 읽은 사람들이라면 그게 아니란 걸 알 것이다.
케이의 장점 중 하나는 대화를 할 때 에둘러 말하거나 비틀지 않고 직진을 한다는 점.
쉽고도 간단하게 정곡만을 찌르는 것이다.
2년 전 여름이었나, 우리는 대한극장 앞에서 만났다.
그날 대화의 주제는 '자랑'에 대한 것이었는데, 평소 남의 자랑질을 못봐주는 나인지라 은근히 걱정되는 게 있어 케이에게 물었다.
"내가 평소 자랑 잘하는 편인가? 솔직히 말해줘. 난 남의 자랑하는 걸 보면 속으로 몹시 불편해하는데
그러면서 내가 그런다면 그건 웃기는 일이니까 말야."
케이는 1초도 머뭇거리지 않고 대답했다.
"형님은 자랑 안 해요."
휴우~ 나는 일단 안도했다. 내 어찌 자랑질의 과오에서 자유로울 수 있겠을까만 일단은
그 무서운 케이의 칼날을 통과한 것이므로.
이어 나는 케이의 판단 기준이 궁금하여 그녀와 내가 잘 알고 있는 L에 대해 물었다.
그러자 케이는 그 즉시 그녀는 자랑을 잘 하는 편이라고 대답했다.
어찌 이리 생각이 같을 수가.... 나도 평소 L이 자랑을 하는 편이라고 여겨왔었는데.
그녀는 다만 자신의 일상을 말하는 거였지만, 상대방에겐 자랑으로 들려오게 하는 문제가 L에게 있었다.
다시 무슨 얘긴가를 늘어놓다가 그녀도 잘 알고 있는 내 친구 J의 이야기를 꺼냈다.
내 평생 J처럼 자기 자랑을 안하는 사람은 보지 못했다고 했다.
자랑하기로 들자면 J에겐 자랑거리도 많을 것이다. 교수 남편에 자기는 의사를 하고 있고,
해외에 집도 있고, 아들 딸도 골고루 있겠다....
그러자 케이는 단번에 한방을 날려왔다.
"그 선생님은 자랑하면 안돼죠. 존재 자체가 자랑이니까요."
촌철살인! 과연 케이였다.
J도 자랑을 안하지만, 내 친구 O는 한 수 더 뜬다.
도대체 O는 유전자 속에 자랑결핍증이라도 있는 박혀 있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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