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방 풍경

tlsdkssk 2009. 5. 12. 00:14

'산행 수필' 5월 말일까지 신지호님이 마감한다나...

 '글' 아니어서 포기하려 했으나, 복거일이 '애틋한 로마'에 이어 오늘 또 '서정적 풍경' 보내왔기에 (삽화는 외동딸이 그려 넣었음)  가필 정정해달라 했으니 ... 

읽고 가..정 두어 자 보내주슈!

헉헉… 내뿜는 숨결에는 뜨거운 열기가 배어 나온다.

다리도 힘에 부친 듯 맥이 풀린다.

휴~하고 뒤를 돌아다본다. “에이! 내려갈 걸 뭣 하러 오르나!”

등산 할 때마다 습관처럼 늘 하는 말이다.

그런데, “어휴 힘들어! 쉬었다 가세!”하는 리더의 목소리가 들린다.

모두들 “얼씨구나!”하며 주저앉는다.

그래도 나는 그냥 걷는다. 천천히…. 家寶 ‘川流不息(思)’를 떠올린다. 느리지만 쉬지 않고 흐르는 물. 자그마한 계곡의 물은 이 세상을 ‘평화의 안식처’라면서 졸~졸~ 말하는 것 같다.

가보를 써서 내게 남기신 ‘閒山’께서는 ‘이 세상을 천천히 쉬지 않고 흐르게. 이 생각 저 생각 ‘잔머리’ 굴리지 말고.’하신다.

어느새 맨 후미다. 루게릭 환자 이 마태오 형제가 떠오른다. 힘들 때는 그를 떠올리다가 ‘이 벼락 맞을 놈’ 하며 나를 꾸짖는다. 3년 동안 매주 목요일 오후 찾아가서 ‘복음’과 ‘강론 해설’ 읽어주고, ‘웃음은 만병통치약입니다!’하면서 웃기느라 애쓰다 보면 땀이 났었지, 힘들어서…!

생각을 고쳐먹으면서 ‘어쩌면 그런 병이, 신이 내린 병.’ 나는 ‘그런 병 걸리지 말자!’하며 더 열심히 오른다.

‘氣 등산 법’을 암송하며 걷는다.

‘코로 호흡하자. 단전에 힘주어 몸 중심 잡자. 발끝에 힘주며 걷자. 발걸음 가볍게 걷자. 여유 있게, 몸 상태에 맞게 움직이자.’

방송인 김제동의 글 ‘산 타러 간다고요? 산 등에 업히러 갑니다.’에 공감이 가는 말이 있어 몇 줄 옮겨본다.

‘이 많은 나무와 신선한 공기를 외면한다면 등산이 트레드밀(러닝머신)위를 달리는 일과 무엇이 다르겠습니까. 가족을 위해 열심히 일했지만 일에 매달리느라 정작 가족과는 멀어졌던 우리 아버지들처럼, 그런 슬픈 달리기를 하지 말아야하지 않겠습니까.

산에 업히고, 산에서 생각하고, 산에서 내려오는 과정이 좋습니다. 누구에게 말하기에는 너무 사소하지만 많은 생각과 많은 이의 얼굴을 떠올리며 걷다보면, 다시 세상을 향해 친하게 손 내밀 용기가 생깁니다. 점처럼 서로 떨어져 사는 사람 사이를 선으로 잇고 싶은 마음이 생겨납니다. 산꼭대기라는 점 하나를 향해 달리는 것이 아니라 오르고 내리는 선을 타고 걷다 보니 그런가봅니다.’

 

‘우리 세대가 그동안 살아온 방식과 같이 산에 와서도 허겁지겁 앞만 보고 가는 것이 옳은가’ 하는 반성을 한다. ‘침묵의 장기’인 간이지. ‘무리하지 말고 살자!’

‘閒山’은 간암으로 가셨다. 이 ‘慕緣山’ 해마다 ‘정기검진’ 받으며 육신을 자알 관리하면서 산에 오르자. 아니 산 등에 업히자!

 

산에 가거든

신길우

산에 가거든

나무가 되게

자리를 찾고 위치를 묻지 말고

높은 하늘 우르르며

큰 나무 부러워 말게.

태어난 곳 지키며

싹 트고 열매 맺는 행복

말없이 쓰러져

다시 거름이 된다.

한 세상 한 평생

한 곳에서 살다가는 나무가 되게.

牛眠山 정상 가까이, 박목월의名詩 ‘나그네’ 옆에 자리한 시다. 이 시가 좋아서가 아니라 힘들어서, 오르기가 싫어서 자주 읽는다.

‘胃大하여 어쩔 수 없다’며 ‘많이 먹을 수밖에 없다’고 변명 말고, 적게 먹고, 체중 더 줄여서 산을 오르자. 산을 타지 말고, 산등에 업히자.

정상에 서면 아무 생각 없이 마음이 편하다. 無念無想이다. 힘들어 올라왔는데, 다 올라왔으니 無想無念일 수밖에…

논어 옹야(雍也)에 이런 구절이 있다. 知者樂水하고 仁者樂山…(지자는 물을 즐기고 인자는 산을 즐긴다.) 산을 즐겨서 인자가 되도록 노력해야겠다. 어진 사람이 되어야지!

산삼 인삼만이 보약이겠는가. 좋은 생각들 마음에 키우며, 아울러 산으로 몸을 다지면 仁者 아니 道人인들 안 되겠는가.

2009. 5. 12 (200x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