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방 풍경

버릇

tlsdkssk 2008. 10. 5. 01:28

버 릇

‘세 살 때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이 있다.

다음 세 가지 버릇을 이어 가야 할지, 꺾어야 할지 모르겠다.

1) 꽃 꺾기

길을 걷다가 꽃이 보이면 어김없이 걸음을 멈추고 들여다본다. 향기도 맡아 본다.

영국 어린이는 꽃을 꺾다가 들키면 벌을 받는다고 가르친단다. 꽃밭에 심어진 거야 안 되겠지만, 길 가에 흐드러지게 피어 바람에 살랑이는 걸 꺾으면 어떠랴!

꺾고 있는데 누가 “멋쟁이 형제님!” 한다. 고개를 들어 보니 “예수 믿으시오?” 한다. 개신교 신자인가 보다.

“ '큰 집' 갔다 오는 길이요. 토요 특전 미사에 참례했소.”

“아! 그래요? 전교는 몇 명에게나 하셨소?”

“나는 ‘사이버 전교’ 하오.”

“형제님! 복 받으시오!”

“고맙소!”

文友 민혜님의 수필 ‘매력’에 이런 구절이 있다.

‘지금은 친숙해진 S선생만 해도 첫 만남에선 그리 호감을 느끼지 못했다. 그날따라 카랑카랑한 음성이며, 꼬장꼬장해 보이는 인상이 잘못 걸렸다간 된통 당할 것 같은 긴장감을 느끼게 했다. 내가 그분에 대한 마음의 벽을 튼 것은 순전히 우리 집을 방문하여 보여준 하나의 광경 덕분이었다. 선생은 거실로 들어선 순간 탁자 위에 꽂혀 있던 유채꽃으로 다가가 고개를 숙이며 꽃 내음부터 맞는 것이 아닌가. 그 감격에 그에 대한 기존의 편견을 즉시 거두어 버렸음은 두 말할 것도 없다.

2) 느긋하기

야산에서 만보 걷고 막걸리 집에 들어간다. 닭'볶음'탕('도리'는 일본어)을 안주 삼아 주거니 받거니 ‘수다 떨기’가 장수의 비결이라는 학설을 믿는 터라 횡설수설한다.

‘GS게임’을 즐긴다. 2시간 동안 딱 한 판 먹었으니 안 갚아도 되는 ‘노름 빚’이지만 ‘빚장이’가 되었다.

벨 소리가 나자 회장이 일어선다. ‘마님’ 전화임을 알고는 ‘다음 주에 또 보세.’ 인사도 없이... 그는 ‘마님’께 꼼짝 못한다. ‘여장부’인 그 녀가 “씨끄러워!”하면 장군 출신인 그의 목소리는 모기소리가 된다.

우리 나이에는 넘어져도 그냥 뒹굴고, 안 넘어지려고 무리하게 뻗대면 뼈를 다치거나 인대가 파열되어 고생하니 슬슬 뒹굴어야…매사에 느긋하고 남에게 피해를 입히지 않을 만큼만 재발라야 한다.

그의 마님이 전화한건 가는 길가에 묘소가 있는데, 달밤에 혼자 가다가 불의의 사고라도 나면 안 되니 서방님 챙기는 것이겠거니 ....

3) 늦잠 자기

띠리리익 띠리릭…새벽인데 웬 문자 메시지? ‘六六會’ 여는 일시를 확인하는 내용이다.

‘11월 1일 19:30이네. 장소는 추후 알리마.’

‘형님이 일찍 잠이 깨서 보냈는데 아우는 잠도 안 잤나?’

‘문자 울리니 깼다. 똥 뀐 놈이 성 내는구나.ㅋㅋㅋ’

‘너도 형님 나이 되어봐라. 잠이 없어지니라!’

‘이 꼭두새벽에 노름 빗 있어 도망가려고 깼나? 처녀가 바람나서 산 넘어 총각 만나려고 일어났나?’

‘어제 만보 안 걸었더니 그런 게비다!'

“잠이 다 달아났다. ‘Early bird earns more worm’이라 했지. 자! 일어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