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흐르는 상자

[스크랩] 오후 세 시 / 김상미

tlsdkssk 2009. 7. 2. 17:16



        오후 세 시 / 김상미 오후 세 시의 정적을 견딜 수 없다 오후 세 시가 되면 모든 것 속에서 내가 소음이 된다 로브그리예의 소설을 읽고 있을 때처럼 의식이 아지랑이로 피어올라 주변을 어지럽힌다 낮 속의 밤 똑 똑 똑 정적이 정적을 유혹하고 권태 혹은 반쯤은 절망을 닮은 멜로디가 문을 두드린다 그걸 느끼는 사람은 무섭게 파고드는 오후 세 시의 적막을 견디지 못해 차를 끓인다 너 또한 그렇다 부주의로 허공 속에 찻잔을 떨어뜨린다 해도 순환의 날카로운 가슴에 눌려 내면 깊이에서 원하는대로 차를 마실 것이다 공약할 수도 훼손시킬 수도 없는 오후 세 시의 적막 누군가가 일어나 그 순간에 의탁시킨 의식의 후유증을 턴다 그러나 그건 제스처에 불과하다 오후 세 시는 지나간다 읽고있던 책의 한 페이지를 덮을 때처럼 뚝딱 뚝딱 뚝딱..... 그렇게 오후 세 시는 지나간다 정적 안에서 소용돌이치던 정적 또한 지나간다 흐르는 시간의 차임벨소리에 놀라 여전히 그곳에 남아 있는 건 우리 자신의 내부, 그 끝없는 적막의 두께뿐이다
						
출처 : 오후 세 시 / 김상미
글쓴이 : 제니의 아우라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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