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 킴스클럽에 갔다가 가구점 앞을 한참이나 서성였다.
책상이며 책장이며 침대며 옷장이며 소파며
세련되고 예쁜 신상품 가구들이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나는 손오공처럼 또하나의 나를 만들어 진열된 가구마다 한번씩
앉았다 오게 했다.
멋진 책장과 책상 앞에 앉으니 그런 가구들만 있다면
진종일 책 읽으며 글만 쓸 것 같았다.
나는 본디 가구 욕심이 많았다.
집안을 아름답게 꾸며놓고 사는 게 꿈이었기에
경제력만 허락되었다면 몇년 들이로 가구를 바꾸며 살았을지도 모른다.
때로는 모던한 가구에 끌리고 때론 클래식한 가구에 마음이 쏠리기도 했으니
변덕대로 하자면 수도 없이 가구를 바꾸었을 것이다.
아이들이 기존의 장난감에 싫증을 내고 새 장난깜에 눈을 돌리는 것처럼 말이다.
작년 한 해만 해도 수무 차례 정도 가구점 앞을 기웃거리곤 했다.
배우자와 사별한 사람들에게 흔히 하는 말중의 하나가 이사를 가라는 것이고,
이어 하는 말이 가구를 바꿔보라는 권고이다.
기분 전환을 위해 그런 권유를 하는 모양이지만,
나는 그 이전부터도 수도 없이 가구를 바꾸고 싶은 욕망에 시달려왔다.
그래도 분수를 지키느라 꾹꾹 참으며 지내왔는데
남편이 가고 나자 가구를 바꾸어도 될 명분이 생긴 것이다.
까짓껏 앞으로 살면 얼마나 더 산다고 잘난 가구 하나 못 바꾸고
이렇게 지지궁상 떨며 살아야 한단 말인가,
하며 자신을 충동질하기도 했지만 그럴 때 마다 내 발목을 잡는 건,
가구를 바꾸려면 우선 도배도 새로하고 싶어질 것이고,
그러다 보면 아예 집까지도 바꾸고 싶어질 것이란 사실이었다.
식탁이나 작은 가구 하나 바꾸는 건 오히려 기존 가구와의 부조화를 초래하기에
아니 저지르느니만 못하다.
그러니 장난깜 가게 앞을 얼씬거리는 아이처럼
나는 또 가구점 앞이나 기웃거릴 수 밖에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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