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젠 눈이 제법 많이 내렸다.
서울의 날씨는 오후에도 영하권이라 눈이 그대로 쌓여 있다.
점심을 먹은 뒤 엘리에게 옷을 두둑히 입혀 밖으로 나갔다.
엘리랑 눈사람을 만들 생각이었다.
행여 엘리가 감기라도 들까봐 장갑을 끼운 손엔 비닐 봉지를 싸매어주었고,
바람이라도 쌩쌩 불면 눈을 집안으로 들여와서 만들려고 비닐 봉지도 하나 준비해 나갔다.
다행이 바람은 없었지만 한낮임에도 날씨가 여간 쌀쌀한 게 아니었다.
나는 눈을 한움큼 모아 뭉치기 시작했다.
뭉친 눈덩이를 엘리에게 굴려보라고 할 참이었다.
눈은 지천에 쌓여 있었다.
한데 이럴 수가! 이런 눈가루는 첨 보겠다.
무슨 눈이 아무리 뭉치려 해도 뭉쳐지질 않는 것이다.
마치 마른 밀가루로 반죽하는 것처럼 푸스스 흩어지기만 했다.
결국 나는 비닐 봉지에 눈을 하나 가득 담아 집으로 들어왔다.
그리곤 눈가루에 물을 약간 섞어 반죽을 한 다음 어렵사리 작은 눈사람을 만들었다.
눈반죽은 처음이기도 하려니와 눈의 성질이 밀가루와는 달라서
눈사람은 웅틀붕틀 만들어졌다.
이런 경험은 난생 처음이다.
이렇게 매마른 눈도 있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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