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엔 십여 년이 넘도록 동고동락하는 식물이 있다.
그들에게도 이름이 있을 것이건만 억울하게도 '잡초'라는 불명예스런 별칭을 지니고 산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묻어 왔는지는 모르나 뽑아도 뽑아도 줄기차게
생명을 이어가는 끈질긴 친구들.
하나는 괭이밥이라는 이름을 가진 풀인데,
토끼밥이라면 모를까 왜 이 귀여운 풀에 육식을 좋아하는 고양이를 뜻하는
괭이밥이란 이름이 붙었는지 모르겠다.
나머지 것들은 이름을 모르나 하나같이 귀염성을 지닌 풀이다.
얼마 전 화분 정리를 하다가 화초 곁에 곁들이로 자라는 이 풀들을 모두 뽑아 냈건만
오늘 아침에 보니 또 다시 다보록히 자랐다. 꽃도 피우고 열매도 맺는 등 속박 속에서도
종족을 늘려가며 할 건 다 한다.
억세게 살아가건만 모양새는 졀대 억세지 않고 나름의 미모와 품위도 갖추었다.
일전 크고 넓직한 빈 화분 하나를 아예 그들의 영토로 내어주었다.
오늘 아침에 보니 며칠 전 보다 더 많이 자라있는 게 보기에 좋았다.
물을 주지 않아도 알아서 자라지만 오늘은 특별히 그들에게 물을 뿌려주었다.
만추의 한파가 닥친 오늘, 여느 화초들은 추위를 탈까봐 실내로 들여 놓았는데,
그들은 봄 만난 새싹처럼 연두빛을 발하며 여간 싱그러운 게 아니었다.
허리를 굽히고 그들을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작고 앙증스런 잎새들이 그렇게 사랑스러워 보일 수가 없었다.
그러다 문득, 나는 잡초만큼이나 되는가 싶어 콧마루가 시큰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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