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 한자락

엘리야, 그건....

tlsdkssk 2010. 10. 18. 09:21

며늘이 외국  근무를 나가는 날이면 내가 엘리를 끼고 잔다.

밤 9시가 넘으면 나는 실내의 불을 거의 끄고 거실의 작은 등만 밝힌 채

방으로 들어가 엘리와 함께 잠을 청한다.

자기 전에 나는 간단히 마침 기도를 드리는데, 하루는 엘리가 뭐하느냐 묻기에

기도하는 거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누워 있던 엘리가 벌떡 일어나 자기도 기도를 하겠단다.

나는 엘리를 무릎에 앉힌다음 엘리의 손을 잡고 성부와 성자와...성호부터 그었다.

엘리와 함께 드리는 기도이니 자연 엘리의 수준에 맞게 기도를 할수 밖에 없다.

나는 엘리가 알아듣도록 엘리와 무사히 보낸 하루를 감사드리고

건강하고 착하게 자랄수 있게 도와달라는 청원을 드린다.

또 엘리 엄마가 근무를 잘 마치고 돌아올 수 있기를 기도하고,

아들을 위한 기도도 드린다.

그리곤 또 다시 성호를 긋고 자리에 누우려는데, 엘리가 묻는다.

"할머니 기도는 왜 안하는 거야?"

엘리는 기도 내용을 하나하나 듣고 있었던 모양이다.

나는 하는 수 없이 대답을 만들어낸다.

"응, 할머니 거는 속으로 했어."

엘리는 거의 나와 함께 기도를 하는 편이지만,

이따금 마음이 변할 때는 자기는 기도 안하겠다며 지레 자리에 누워버리기도 한다.

그 시간쯤이면 아파트 위층에서 곧잘 쿵쿵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겁먹은 엘리가 나에게 도움을 청한다.

"할머니 무서워! 안아줘." 

나는 엘리를 품에 안고 토닥인다.

"무섭긴, 이렇게 할머니가 지켜주잖아. 그리고 하느님 아버지도 예수님도 지켜주시지." 

엘리는 이제 쿵쾅거리는 소리가 들려오면 자동기계처럼 뇌인다.

"할머니가 나를 지켜줄 거지? 그리고 하는님 아버지랑 예순님도 지켜주시지?"

"그럼, 지켜주고 말고."

"근데, 하는님 아버지는 어딨어?"

"하늘나라에 계시지만 엘리 곁에도 계셔."

"예순님도?"

"응."

"근데 왜 안 보여?"

"엘리야 그건...."

나는 그만 말문이 막히고 만다. 그 나이에 맞는 답을 해줄 수가 없다.

엘리는 틈을 주지 않고 묻는다.

"할머니, 기도는 왜 하는 거야? 그거 안 하면 안돼?"

나는 또 말문이 막힌다.

아직 만 세돌이 안된 엘리의 질문에 답을 구하는 것이 요즘 내가 당면한 과제이다.  

'내 마음 한자락'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잡초에게 물 주기  (0) 2010.10.27
엘리 2탄  (0) 2010.10.21
여자와 할머니  (0) 2010.10.12
음악을 되찾다  (0) 2010.10.12
행복 전도사의 자살  (0) 2010.1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