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L에게 전화가 왔다.
"언니, 저예요. 보고 싶어요."
그녀는 몇 년 전 내가 잠시 직장을 가졌을 때 만난 여성인데
당시 나는 그녀를 이엠(EM)님이라 부르며 상사 대접을 했지만 직장을 그만두고 나서는
말을 놓는 사이가 되었다.
그녀는 나보다 한참 연하라 내가 깍듯이 경어를 쓰는 걸 좋아하질 않았다.
나는 착하기만한 사람에겐 매력을 못느낀다.
선량하되 지헤롭고 똑똑한 사람을 좋아한다.
그녀는 착하면서 똑똑한 여자였다.
내가 남편 소식을 전하자 그녀는 왜 연락을 안했느냐며
한번 꼭 보자고 한다.
미국서 온 손님들 얘기를 하며 짬을 내보겠노라 했다.
잠시 스친 사이임에도 늘 잊지 않고 기억해주는 것이 고맙기에
내 마음을 전하자 그녀는
"가을만 되면 언니가 생각나요."
한다.
"ㅎㅎㅎ 그래요? 내가 가을여자인가?"
그녀는,
"언니 모르셨어요? 언니는 가을 여자예요."
나는 다시 말을 받았다.
"그랬구나, 내가 추녀라는 걸 몰랐네."
전화를 끊고 나서 잠시 고개를 갸우뚱했다.
가을 여자라,
그건 무슨 의미일까,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