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방 풍경

산에 가거든

tlsdkssk 2008. 3. 19. 02:08

 

山에 가거든

 

산에 가거든

나무가 되게

자리를 찾고

위치를 묻지 말고

높은 하늘 우르르며

큰 나무 부러워 말게

 

태어난 곳 지키며

싹 트고 열매 맺는 행복

말없이 쓰러져

다시 거름이 된다.

산에 가면 나무가 되게

한 세상 한 평생

한 곳에서 살다가는 나무가 되게

- 신길우

 

개구리가 놀라서 오줌을 찔끔 싸고 튄다는 날 驚蟄

우면산을 찾았다.

예술의 전당을 휘돌아 오르니 연못이 있다. ‘꽃씨를 뿌렸으니 들어가지 마시오.’라는 팻말이 있고 끈으로 만든 줄이 처져 있다.

보니 흙이 듬숭듬숭 파헤쳐져 있는 걸로 보아 씨를 뿌리기 전인 듯…

줄을 건너 뛰어 들어가는 순간 “꽝”하며 쓰러졌다. 6척 장신이 널부러졌으니 꼴 좋다. 꼴값했네. 이눔아!

오르니 大聖寺라는 절이 보이고 목탁 치는 소리가 요란하다. 법당 앞에 ‘부처님 앞에 참회하세요.’라는 팻말이 있다. ‘들어가지 마시요’ 했으면 돌아가야지 씨를 안 뿌린 것 같다 하며 들어 간 이 눔 참회를 어떻게 할까 생각하다가 ‘부처님께 절을 하자! 3배할까, 10배할까, 아니지 100배는 해야겠다.’ 하며 빠르게 하니 땀이 날 듯… 그래, 다시는 그러지 말자! 마음 다스리자!

산골 약수터에서 물 3잔 마시는데 꿩이 푸드득 난다. 2마리다. 배낭에서 건빵을 꺼내 던지니 그냥 도망간다. 팔을 흔들며 던졌으니… 그러지 말고 얌전히 봉지 째 놓고 가자. 청솔모도 여러 놈 나무를 오르내린다. 다음엔 3봉지 가져오자. 겨우내 배고프며 살았겠지. 새끼 낳아 기르려면 먹이가 충분해야겠구나.

해발 293m 빠른 걸음으로 오르니 벌써 소망탑이 보인다. 박목월의 ‘나그네’가 없다. 그 자리에 신길우의 ‘산에 오르면’이 나무에 걸려 있다.

작년까지 여러 번 오를 때마다 읽었으니 암송이 되나보자.

 

강나루 건너서

밀밭 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

남도 삼 백리

 

술 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 놀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이정표 팻말에 보니 ‘자연 생태 공원 1000m’라는 표지가 있다.

다음엔 ‘자 생 공원’엘 가자. 금요일엔 늙은이들 산보 코스 일자산(一字山 150m)에 오르고 수요일엔 여기 우면산(牛眠山)을 헤매자.

숲 속엔 새들이 지저귄다. 힘들면 서유석의 ‘가는 세월’을 읊조리며 걷자. “가는 세월 그 누구 가 잡을 수 있나요 흘러가는 시냇물을 막을 수가 있나요 … 새들이 저 하늘을 날아서 가~듯이…”

피조물인 인체의 206개 뼈 중 25%(52개)가 양발에 있다. 사람은 걷거나 달려야 건강하게 산다.

4월엔 관악산(629m)을 올라야 하니 연습 많이 해두자. 오른다 하면 정상을 밟아야 직성이 풀리는 기질이니.

문인 등산모임은 관악산을 1,000회 등정했다는 신지호님이 이끈다. 망신 안 당하려면 연습 게을리 말아야겠다. 도봉산 지킴이 민혜님에게 잔소리 안 들으려면 열심히 이 산 오르내리자.

2008년 3월

(200자 x 10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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