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방 풍경

인명재천

tlsdkssk 2008. 3. 11. 01:58

인 명 재 천 (人 命 在 天 )

 

강아지가 안 보인다. 복수가 차서 누워 있는 걸 봤는데 어떻게 되었느냐고 경비아저씨에게 물으니 안락사 시켰단다. 20만원이 들었는데 주사 값 5만원에 화장비용이 15만원이란다. 주유소에서 기름 넣고 나면 주는 건빵을 던져 줄 때마다 꼬리를 치며 먹던 놈이었다.

20여 년 전 젖먹이를 사서 키우다가 죽인 기억이 난다. 냉장고에서 찬 우유를 꺼내 먹였더니 설사를 하다가 가버렸다. 뒷산에 묻어 주었는데 지금은 돈 들여 안락사 시키고 화장을 했다니 세월이 많이 변했구나 싶다.

불치의 병(루게릭)으로 6년 동안 고생하는 교우가 있다. 자기 힘으로 할 수 있는 건 코로 숨 쉬는 것 밖에 없고 밥은 위장에 구멍을 뚫어 호스에 넣어준다. 그 환자를 1주일에 한 번씩 방문하여 성가 부르고, 성경 ‘오늘의 말씀’ 읽어주고, ‘말씀’을 해설한 신문 칼럼도 읽어주고, 등산 다닌 얘기와 재미있는 글 읽어주니 그날이 주중에 제일 기다려진다고 한다. 그가 안락사를 시켜달라고 하여 가족들이 신앙을 헛 가졌다고 달랬다 한다.

세계적인 이론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는 22세 때 발병하여 휠체어에 의지해 생활하고 있으며, 자녀를 3명 두었고, 컴퓨터와 음성합성장치로 강연과 대화를 하고 있다.

생명공학의 두 거물 황우석교수와 영국 윌머트박사가 루게릭 치료술을 함께 개발하자고 기자회견한 기사를 보여주며 희망을 가지라 했는데 더 참을 수 없다며, 산소호흡기를 떼어 버리라고 졸랐다 한다. 하기야 치료기술은 개발이 되어도 상용화 하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니 치유혜택을 기대할 수는 없다.

너무 고통스러우니 이제는 영원한 안식을 주시라고 기도하고 싶다. 나도 가족도 그를 안락사 시킬 수는 없다. 다만 기도할 뿐이다.

오늘 방문하니 불치병으로 죽기가 서러운지 자꾸 운다. 죽음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며, 영혼이 육신을 떠나는 것이 죽음이고, 육신을 떠난 영혼은 새로운 삶을 산다(세상 마지막 날에는 육신이 부활하여 다시 영혼과 함께 또 다른 새로운 삶을 산다.)고 위로한다.

온몸 근육이 마비되어 이제는 심장을 뛰게 하는 심근마저 문제가 있다고 의사가 진단했다니 6년 고생도 끝이 나나보다.

人命在天은 영원불멸할 수 없는 피조물의 숙명이다. 창조주인 하느님은 人性을 취하셨기에 33살에 人命을 다하셨다.

8순노인 할머니에게 큰아들이 죽었다 했더니 남자가 6순 지났으면 갈 때도 되었다 했단다. 6순도 되지 않은 둘째가 죽었다 했더니 인명은 재천이라고 했다 한다.

어머님 돌아가시자 외숙께서 이렇게 우리를 위로하셨다. “오늘이 설이건만 누님께서 아니 계시니 허전한 마음 가눌 길 없구나. 너희들이야 오죽하랴만 인명은 재천이고 세월은 모든 것을 망각케 하는 것이 아닌가. 너희 남매들 효성이 극진했고 모두가 인생을 성실히 살고 있으니 고인께서도 안면하시겠지.”

내가 잘 아는 후배는 하나뿐인 아들이 20세도 안되었는데 백혈병으로 갔다. 자식 잃은 엄마는 정신적인 충격 때문에 우울증으로 고생하고 있다.

그런가하면, 죽고 싶다고 함부로 죽을 수 없는 게 우리 인생이다. 오늘 신문에 난 기사를 옮긴다. ‘법도 울었다’ 라는 제목이다. ‘하반신이 마비된 남편의 자살을 도와 숨지게 한 혐의(촉탁 살인)로 기소된 김모(58여) 씨가 울먹이며 피고인석에 섰다. 김씨의 남편 박모씨는 30여 년 전 척수염에 걸리는 바람에 하반신이 마비돼 휠체어에 의존해 살아 왔다. 이 때문에 김씨는 남편을 대신해 포장마차도 하고, 건물 청소도 하는 등 닥치는 대로 일을 하면서 홀로 생계를 꾸려야 했다. 어려운 생활 속에서도 김씨는 세 자녀 모두 대학 공부까지 시켰다. 환자는 10년 전 괴로움을 견디다 못해 농약을 먹고 자살을 시도했다. 더는 가족들을 고생시키지 않겠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러나 자살이 미수에 그치면서 박씨는 그 후유증까지 겹쳤다. 가족에 대한 미안함 때문에 괴로워하던 박씨는 자신의 집에서 양잿물을 마셨다. 그리고 때마침 귀가한 아내에게 “약을 먹었는데도 죽지 않는다.”며 “나 좀 죽게 도와 달라”고 했다. 김씨는 남편의 목에 감겨있던 붕대를 졸라 숨지게 했다. 김씨는 남편의 사망 직후 인근에 사는 시누이에게 전화해 “산책을 다녀와 보니 남편이 죽어 있었다.”며 자살로 위장했다. 그러나 병원 영안실 직원이 염을 하던 중 박씨 목 주위에 난 상처를 의심해 경찰에 신고하면서 범행이 들통 났다.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청소 일을 마치고 돌아와 보니 남편이 또다시 독극물을 마시고 ”죽여 달라“고 애원해 순간적으로 일을 저질렀다.”고 털어 놨다. 김씨 가족과 친척들은 “김씨가 30여 년간 남편의 대소변을 다 받아내고 저녁이면 남편을 휠체어에 태우고 동네 주변을 산책하는 등 극진히 병 수발을 했다.”며 재판부에 선처를 호소했다. 재판부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5년을 선고해 선처했다.

판결 직후 재판을 지켜보던 김씨의 자녀들은 김씨를 끌어안고 “엄마, 이제 괜찮아요. 울지 마세요.”라며 흐느꼈다.

명 판결이다. 몸뿐 아니라 마음도 아파 세상을 하직하고픈 인생에게 소원을 들어주는 것이 ‘人命在天’이라는 하늘의 뜻을 차라리 따르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2005년 여름

                                                                         (200자 x 15매)

** 뇌 중풍으로 고생하던 친구(金大漢군)이 갔다. 중, 고, 대 10년 지기(知己)이고 이사 간 곳마다 문병 갔는데…. 몇 달 전 ‘신약성경’ 읽어보라고 가지고 갔더니 부인이 “10여 년 전에 갖다 주신 것도 있는데, 몇 쪽 읽지 않아 아직 새것입니다.”했다.

13년째 병 수발 한다며 혈압 약에 대해 말했다. “약 2알씩 복용하다가 주치의에게 가니 혈압이 거의 정상 수준이 되었다며 약 1알로 줄여서 처방하겠다고 하더군요. 1알씩 복용한지 1주일 만에 쓰러졌는데 그게 3번째라서 방법이 없다고…. 혈압은 조금 낮더라도 위험하지 않으니 이 점 참고 하시는 게…”

옛날에는 한의원에 가서 침 맞았지만, 지금은 무조건 병원 응급실로 직행해야 한단다. ‘3시간 안 병원 도착’이 치료 제1의 원칙이다.

뇌가 건강한 여러분들 모두 ‘3시간 안 병원 도착’ 꼭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2008년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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