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방 풍경

아 차 산

tlsdkssk 2007. 7. 2. 00:21
 

       아 차 산

   300m 채 안되는 산이다. 장마철이 시작되어 야산에 오르기로 했다.

   동성, 영환, 오송, 홍선 나 5명이다.

   조금 오르는데 빗방울이 떨어진다. 정자에 앉아 배낭에서 건빵을 꺼냈다. 훈련 받을 때 요기 겸 심심풀이로 씹던 거라 지금이 딱이다. 군대생활 경험담을 화제로 시간을 죽인다.

   실비에 포기하기 싫어 오르기 시작했다. 빗물에 미끄러븐 바위산의 여불떼기를 오르자니 힘들다.

   미끄러지면 중상일 수밖에 없을끼라 “그만 내려가서 빈대떡 집에나 가자.”했다.

   동성이 이 산 넘어 가면 맛있는 집 있다며 넘자고 꼬신다.

   평평한 곳에 이르러 쉬는데 고양이 한 마리가 어슬렁거린다. 도둑고양이가 아니고 예쁜 집고양이다. 이 산 속에 웬 고양이? 아파트촌에서는 쥐 잡을 일 없어 버리는 경우가 많단다.

   “저런 놈은 잡아서 불알을 확 까버리던가, 푹 고아서 보신탕을 해 먹었뿌러야 되는 기라!”

   “다람쥐 잡아 묵고 새도 잡는다 아이가!”

   “KBS TV프로에 ‘환경 스페셜’ 있제? 거기 보면 생명이란 게 참 질긴 기라 싶더라. 저 놈도 쉽게 죽지 않을끼다.”

   “생태계를 파괴할 놈이니 쥐기뿌야 된다.”

   설왕설래하는데 홍선이 묻는다.

   “모연! 니 건빵 남은 거 있나?”

   조금밖에 안 남았다니 한 개라도  주잔다.

   “한개 주마 정 없다 두개 주자. 묵을 거 없을 낀데 남은 거 세 개 다 주자.”했다.

   홍선이 박수를 친다. “야! 모연 덕분에 니 좀 버티겠다. 오늘 기분 디기 좋은 날이다.”

  

   하산 하는데 정진(靜陳)이 한 말 생각난다. “내려갈 때는 발꼬락에 힘 주거래이!”

올라갈 때는 앞에서 댕겨주고 내려올 때는 그 말로 내게 주의를 주곤 했다.

   내가 호를 그걸로 지어줬다 카니 모두 잘 지었다고 한다. “그 친구 정말 조용조용히 베풀더라. 나서지 않고 남들 잘 도우더라. 시산제 때도 돼지 대가리 삶으면서 묵어라 맛있다 묵어라 한다. 지는 안 묵으면서.”

   언젠가 문자 메시지 보냈었다. ‘정진(조용히 베푼다. 묵묵히 남을 도운다.) 창재의 호로 추천하네. 마음에 드시는지?’  답이 왔다. ‘모연 고맙소. 기꺼이 받아들입니다.’


   빈대떡 집 아닌 순대 집에서 하산주 걸치면서 프로야구 중계를 본다.

   “저 4번 심정수는 부상으로 작년에 뛰지도 못하고 연봉만 챙겼다 카데.”

   “삼성은 2년 연속 우승하더니 올해는 와 저리 비리비리 하노?”

   “부상 선수가 태반이라서 그렇다 아이가.”

   “부상은 지가 잘못해서 그런 기 대부분이라….  모연과 홍선처럼 건빵도 주고 그래야 부상 안 당할 낀데…” 오송이 건빵 준걸 옹호한다.

   “니는 불교 신자 같네. 마음씨가 참 자비롭다.”홍선에게 공을 슬쩍 돌렸다. 

   백제 개로왕과 고구려 온달장군이 전사한 삼국시대의 격전지, 서울 3개구와 구리시의 한 자락씩을  3시간동안 삐댔다. 다음엔 아차산 옆 용마봉(348m)에 오르기로 하고 헤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