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력 자본'을 넘어… 새로운 권력 '외모 자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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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력 자본보다 강력한 외모 자본
못생기고 뚱뚱한 여자가 전신 성형수술로 사랑과 성공의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다는 내용의 영화 <미녀는 괴로워>. 성형수술을 바라보는 대중의 달라진 시선을 그대로 반영한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해 말 개봉된 이 영화는 흥행면에서 성공을 거뒀을 뿐 아니라 얼마 전 제 44회 대종상영화제에서는 여우주연상 등 3개 부문을 수상했다. 역시 성형수술을 소재로 비슷한 시기에 제작ㆍ개봉된 <신데렐라>, <시간> 등이 성형수술을 부정적인 시선으로 그린 것과 달리 중립적인 시각을 견지하고 있다는 점만으로도 화제가 됐다.
영화를 만든 김용화 감독은 기획 의도를 묻는 질문에 “한국 사회는 외모에 관한 계급이 분명히 존재하는 사회”라고 답했다.
김 감독은 “영화를 기획하던 2002년만 하더라도 성형에 대한 사회 인식은 부정적인 성향이 강했다. 하지만 누구나 낮은 계급에서 높은 계급으로 진출하려는 욕구가 있는 만큼 외모의 ‘계급’을 높이려는 성형수술을 비난해서는 안 된다고 봤다”고 말했다.
한 영화평론가는 “영화는 부화하지 못하는 인간의 욕망을 그리게 마련”이라면서 “2000년대 후반 한국 영화 최고의 이슈가 부동산과 성형수술이라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이제껏 학력 자본에 매달려 온 한국사회가 이제 외모 자본이라는 새로운 권력에 눈을 뜨게 되면서 성형수술을 일종의 자기계발이나 성공의 수단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이야기다.
■ 예뻐지고 싶다=젊어지고 싶다
성형수술을 대하는 한국 사회의 달라진 인식은 중ㆍ장년층의 라이프스타일 변화에서도 읽을 수 있다. 최근 40, 50대에도 젊고 건강하며 경제력이 있는 여성인 나우족(NOWㆍNew Old Women)이나 남성인 노무족(NOMUㆍNo More Uncle) 등이 등장하면서 중ㆍ장년층의 성형에 대한 관심도 부쩍 높아지고 있다
심영섭 심리학 박사는 ‘루키즘(Lookismㆍ외모지상주의)’의 확산을 지적하면서, 고령화 시대에 수반되는 ‘동안 열풍’을 성형수술에 대한 인식이 달라진 주 요인으로 꼽았다. 심 박사는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면서 젊어지고 어려 보이는 것에 대한 욕망이 커지고 있다”면서 “‘은퇴는 제 2의 인생’이라는 식의 광고가 확산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장년들의 젊어지고 싶은 욕망과 아름다운에 대한 인류의 보편적인 욕구가 결합돼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성형수술에 매달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 자연미인 같은 인공미인
최창호 사회심리학 박사는 “현대사회에서 자연의 힘만으로 이뤄진 것은 없다”며 “경제력과 기술 발달이 결합되면서 인공적인 미도 또 하나의 미로 받아들이는 개방적인 사회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유난히 잦아진 연예인의 성형수술 고백에 대해 대중과 매스컴이 대체로 ‘용감하다’, ‘솔직해서 좋다’는 반응을 보이는 것은 이런 주장을 뒷받침한다.
그러나 여기에는 ‘오리지널리티(originalityㆍ원형)’에 대한 집착이 바탕에 있다는 의견도 있다. 대중은 선망의 대상인 연예인도 ‘원래는 나보다 못한 외모였다’는 생각에 위안을 얻고 열광적인 박수를 보낸다는 것이다.
여전히 자연미를 더 우월하게 본다는 차원에서 의료기술의 발달이야말로 일반인들이 성형수술을 자연스럽게 혹은 관대하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된 진짜 배경이라는 지적도 가능하다. 기술이 발달하면서 수술의 부작용에 대한 걱정도 한층 덜게 되고 자연미인에 가까운 인공미인의 등장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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