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년 5월, 성당 산우들과 올랐던 황정산 사진이다.
기진하여 쉬고 있는 나를 누군가가 찍어 보내주었다.
모든 산을 다 올라본 건 아니지만,
단양 황정산 종주 때처럼 나를 두렵게 한 적은 그리 많지 않았던 것 같다.
첩첩의 산들과 깊고 울창한 계곡이 장관이긴 했지만
일순 나를 빨아들여 꿀꺽 삼켜버릴 거대한 괴물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보이는 거라곤 하늘과 첩첩의 산들. 간간이 등장하는 집채만한 바위들,
그 바위를 내려오지 못해 공포에 떨었던 기억들이 떠오른다.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나는 비몽사몽간에 간간히 가위 눌리곤 하였다.
나 홀로 깊은 산중에 갇혀 있는데, 집채만한 바위가 앞을 떡 막고 서있는....
바위를 넘고 나면 또다른 집채만한 바위가 떡 버티고 나를 가로막는,
주위에 사람이라곤 아무도 보이지 않는...
그때 그 산우들이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