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 한자락

배 고프면 신경질 난다

tlsdkssk 2006. 9. 5. 22:38

어제 남편과 한바탕 했다.

나는 진종일 일하고 들어 왔는데,

진종일 집안에만 있던 그는 내가 저녁상을 차려주길 얌전히 기다리고 있지 않은가. 

물론 내가 한다. 그러나 어제는 좀 짜증이 났다.

배가 고프고 기운이 없다 보니 참을성도 기운이 빠졌는지 그만 와락 성질이 났다.

다 해놓은 밥과  반찬인데 함께 차리면 안되나.

아니, 자기가 좀 차려주면 안되나.

난 배고픈 걸 참지 못하는 편이다.

때문에 아무리 화가 나는 일이 있어도 세끼는 꼬박꼬박 챙겨 먹는다.  

한바탕 하고 나서 보란듯이  혼자 저녁밥을 냠냠 먹었다.

육개장, 숙주나물, 김치, 가지나물, 도라지 무침. 멸치 볶음.

이만한 반찬이면  끝내주는 저녁상 아닌가.

부부싸움 할때면 남편은  화를 풀지 못해 끼니를 거르고

나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천연덕스럽게 챙겨 먹는다.

 

배를 띵띵하게 채우고 나서 매께비 신부님의 메일을 읽었다.

지난 주말에 신부님은 서울엘 다녀가셨단다.

행사에 초대를 받아 오신 모양이었다.

부모님 성묘가는 길에 차안에서 애나강(중랑천)을 보시며 내 생각을 하셨단다.

답신을 쓰며 부부 싸움 한 얘기를 늘어 놓고, 속상한 얘기를 늘어 놓았다.

신부님이 본당을 맡고 계시다면 꿈도 못 꿀 일.

내가 한 푸념 늘어 놓으면  신부님은 미사중에 기도하신다고 답을 보내오신다.

답신을 읽는 나는 그만 콧등이 시큰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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