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방 풍경

개 눈 감추듯

tlsdkssk 2006. 8. 6. 19:41
 

                     개 눈 감추듯

    집에서 강아지 키우는 일에 난 자신이 없다. 키운 지 일주일 만에 죽인 적도 있다. 냉장고에서 우유를 꺼내어 먹였더니 설사를 하다가 가버렸다. 어떤 놈은 삼복더위에 개장수에게 잡혀가기도 했다.

    그런데 딸이 한 마리 안고 왔다. 친구 집이 휴가를 가게 되어 일주일동안 맡기로 했단다. 안방 내가 앉는 방석위에 벌러덩 누워 있어도 나는 쳐다보지도 않는다. 엎드려 있기에 부채로 발을 콩콩 두드렸더니 컹컹 짓는다. 그 후 내 근처에는 얼씬도 않는다.

    집에 딸이 없으면 침대 밑에 숨어 아무리 불러도 꼼짝 않는다.

    놈의 IQ는 90쯤 된단다. 먹을것을 주고 먹어라고 바닥을 통통치면 먹고, 가만히 있으면 침을 질질 흘린다. 딸국질도 하고 재치기도 하며 하품도 입이 찢어지게 한다. 잘때는 코를 드르릉 드르릉 곤다.

    오래 키울 것도 아니니 정을 한번 주어보려고 먹을 것으로 꼬셨다. 여러 번  정성을 드리니 이젠 곧잘 받아먹는다. 손주가 없으니 아기 키우듯 예뻐했다. 강냉이 삶은 것 주니 꼭꼭 씹어 먹는다. 문어 구운 것 주며 “육식도 가끔 하거라. 소식이 오래 산다니 요것만 먹어라.”했다.

    그런데 문어는 씹지도 않고 그냥 삼킨다. 살구 씨를 삼켜, 먹은 것들을 토해내어 수술을 했는데 50만원이 들었단다. 부잣집에서 잘 먹고 살아 육식을 좋아하나보다.

    집사람에게 말하니 그래서 ‘개 눈 감추듯 한다.’는 말이 있단다. ‘게 눈 감추듯’이라고 정정해주니 아니란다. 사전을 뒤져 찾아 보여주었다.

    정성을 들여도 안으면 불안해해서 집에 앉아 있는 놈을 집채로 들고 다녔다. 목에 줄을 매어 양재천 길에도 데리고 다닐 테다. 이러다 정이 들어 집채로 들지 않고, 안고 다닐 만 하면 일주일이 지나 헤어져야겠지. 세상만사 회자정리이니 어쩌겠는가. 너무 오래 키우다가 또 실수를 하면 안 되니 ‘정들자 이별’하자꾸나.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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