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 한자락

봄앓이

tlsdkssk 2006. 3. 22. 14:30

연례 행사처럼 봄앓이를 한다.

대개는 이른 봄에 시작된다.

식욕이 없는 건 기본이요,

그와 더불어 모든 욕망은 하향곡선을 그리며

그가 비껴난 자리엔  침울하고도

칙칙한 의식들이 대신 들어 앉는다.

 

사흘 전 나는 몹시도 힘들었다.

창작의 영감은 마른 논바닥처럼  갈라지고,

뭔가를, 누군가를 사랑하고픈 열망과 환상도 지워지고,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은 절망만이

내 정신을 잔혹하게 졸라대었다.

 

이럴 땐 차라리 흐린 날이 낫다.

햇볕이 찬란할수록  기분은

반비례하고 마니까.

봄이 올 무렵엔 늘 그랬었다는

익숙한 기억을 갖고 있지 않다면

나는 얼마나 더 당혹스러웠을까.   

 

조금만 더 기다리자.

봄꽃이 만개하면

이 어찔한 증상은

사라지고 말 테니까.

 

'내 마음 한자락'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영화 두 편을 보다.  (0) 2006.03.23
인생은~  (0) 2006.03.23
다섯번 눕다  (0) 2006.03.20
킹콩 보다도  (0) 2006.03.18
우째 이런 일이?  (0) 2006.0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