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 한자락

동갑내기 아버지

tlsdkssk 2006. 3. 14. 04:56

어제가 친정 아버지 기일이었다.

아버지가 세상을 뜨신 게 58세셨으니,

금년의 나와 동갑인 셈인데,

영정 속의 아버지는 나보다 연하의 모습으로

우리를 바라보고 계셨다.

가족들이 모여 연도를 받치고, 성가를 부르며

아버지를 추모하고 나자,

어머니가 영정을 향해 한 말씀 하신다.

"여보, 당신 아들이 귀가 아파요.  천국에 게시면

당신 아들 병좀 낳게 도와줘요.

맘같아선 내가 아들 병 다 걸머지고

죽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 소리에 모두들 눈시울이 붉어졌다.

나는 눈을 지그시 감았다.

물 나오는 호스 구멍을 막고 있듯이.

임종 무렵 아버지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너희들 잘 살기를 하늘에서도 빌어주마."

 

동생이 벌써 1년반째 이명으로 고생 중이다.

직장에서도 능력을 인정 받으며 탄탄대로를 달려왔는데,

요즘은 귀가 잘 들리지 않아 애로가 

이만저만이 아닌 모양이다.

동생의 얼굴에서  아버지를 발견할 때가 있다.

사람의 맘대로  되는 게 세상 이치라면

아버진 벌써 동생의 아픔을 아시고

도와주셨을 텐데....

이제 우리는 날로 늙어지고,

아버진 언제나 그 자리에 계실 것이다.  

문득  삶이 참으로 시큰하게 다가올 때가 있다.

어제가 그런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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