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가 친정 아버지 기일이었다.
아버지가 세상을 뜨신 게 58세셨으니,
금년의 나와 동갑인 셈인데,
영정 속의 아버지는 나보다 연하의 모습으로
우리를 바라보고 계셨다.
가족들이 모여 연도를 받치고, 성가를 부르며
아버지를 추모하고 나자,
어머니가 영정을 향해 한 말씀 하신다.
"여보, 당신 아들이 귀가 아파요. 천국에 게시면
당신 아들 병좀 낳게 도와줘요.
맘같아선 내가 아들 병 다 걸머지고
죽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 소리에 모두들 눈시울이 붉어졌다.
나는 눈을 지그시 감았다.
물 나오는 호스 구멍을 막고 있듯이.
임종 무렵 아버지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너희들 잘 살기를 하늘에서도 빌어주마."
동생이 벌써 1년반째 이명으로 고생 중이다.
직장에서도 능력을 인정 받으며 탄탄대로를 달려왔는데,
요즘은 귀가 잘 들리지 않아 애로가
이만저만이 아닌 모양이다.
동생의 얼굴에서 아버지를 발견할 때가 있다.
사람의 맘대로 되는 게 세상 이치라면
아버진 벌써 동생의 아픔을 아시고
도와주셨을 텐데....
이제 우리는 날로 늙어지고,
아버진 언제나 그 자리에 계실 것이다.
문득 삶이 참으로 시큰하게 다가올 때가 있다.
어제가 그런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