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 한자락

투우

tlsdkssk 2006. 3. 12. 06:18

청도의 소싸움 축제가 시작된 모양이다.

몇해전 잠시 대구에 머물 적에 청도란 곳엘 서너번 가봤다.

그 유명한 소싸움 구경도 할 수 있었다.

나는 드넓은 모래 벌판에  혼자 달랑 떨어져 

다소 머쓱한 기분으로 소 싸움이 시작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보나마나 노인들이 많이 올 테지. 게다가 여자들은

별로 없을 테고... 궁시렁거리며.

한데 그게 아니었다. 관람객들은 남녀노소 고른 비율이었다.

무엇보다 좋은 건 너른 들판의 신선한 공기와

저 멀리 병풍처럼 둘러 서있는 산들과

푸른 하늘이 선사하는 野스런 감흥을 온전히

끼고 앉아 소들의 한판 승부를 지켜본다는 점이었다.

그 무렵 상설 소싸움경기장이 건축되는 걸 보고 왔는데,

실내경기는 들판에서 치뤄내는 야스런 감동의 맛을

도저히 따를 수가 없다고 본다. 

 

 

청도의 소싸움은 스페인의 투우와는 전적으로 다르다.

인간과 동물의 대결이 아니라 소와 소끼리의 순수한 대결이다.

육식동물처럼 물고 뜯고 하는 하는 잔혹함도 없다. 

뚝심 좋은 넘들끼리 대결을 하다보면 때론 1시간을 넘기도록

승부가 안나는 경우도 있는데,

그럴 땐 심판이 판정을 하기도 한다.

해설자의 입담은 관람객의 배꼽을  쥐락펴락하면서

경기로 인한 긴장을 풀어주기도 한다. 

거품같은 허연 침과 콧김을 내뿜으며,

오줌을 질질 싸가며, 눈알이 튀어나올 정도로 용을 쓰는

소들의 우직한 뚝심은  시종 보는 이의 눈을 떼지 못하게 한다. 

넘들이 발길질을 할 때마다 위로 치솟는 모래더미,

애간장을 태우느라 입이 타붙는 소들의 쥔장들, 

덩치 작은 한국소가 미국의 큰넘을 물리쳤을 때의 환희,

일본 소와 한국소가 대결 할 때의 초긴장감...

이 모든 걸 다시 느껴보고 싶다.

다시 보고 싶다.

문득 청도의 벌판으로 달려가고 싶다.

 

 

<이 넘들은 평소 보약을 먹으며 코치에게

기술을 익힌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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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론 한 어미 뱃속에서 나온 형제끼리 싸움을 할 때도 있는데,

그럴 땐 해설자가 소를 대변해 멘트를 넣는다.

"앗따, 성님, 이 아우좀 봐주이소."

"먼 소리냐, 이넘아. 힘들면 빨리 내빼면 될게 아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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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들은 지치면 서로 이마를 맞대고 잠시 쉬기도 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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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건 잠시. 소들은 다시 눈이 빠지라 용을 쓰며 싸움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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