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헴(Boheme)은 '보헤미안'을 프랑스 식으로 발음한 말로,
인습에 얽메이지 않는 자유스런 예술가를 지칭한다.
한편 집씨라는 의미도 담고 있다고 한다.
푸치니의 오페라, <나비부인>이나 <춘희>나 <토스카>...
이 모든게 비극적 아름다움을 담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내가 라보헴을 좋아하는 건 앞서밝혔듯,
내 젊은 날의 추억과 맞물려 있는 때문이다.
인간은 자기 생활은 행복하기를 바라면서,
예술 속에선 비극미에 접할 때
심도깊은 카타르시스를 경험한다.
비극이 주는 그 마력같은 카타르시스 작용 때문인지,
사랑 얘기는 비극적 사랑이 여운도 길고 비장미가 있다.
가령 로미오와 줄리엣이 잘 먹고 잘 살았다면,
그토록 우리 가슴에 영원히 살아 있을 수 있겠는가.
지난 날을 도리키면,
소심하기 짝이 없는 내 가슴 어느 구석에
그런 맹랑성이 깃들여 있었는지
고개가 갸우뚱해지기도 한다.
어떻게 사는 것이 성공한 인생인지는
아직도 해답을 내릴 수 없으나,
내 젊은 날의 추억은 일말의 비극성을 담고 있음에도
그닥 후회스럽지는 않다.
자신을 모두 태운 삶은 여한을 동반하지 않는 게 아닐까.
늦가을의 이 저녁에
라보헴 1막의 아리아 '내 이름은 미미'를 듣는다.
*
Si mi chiamano Mimi ~ ~
네, 제 이름은 미미예요.
사람들은 절 보고 미미라 부릅니다만,
진짜 이름은 루치아지요.
*
가난한 시인 로돌프를 사랑했던 여공 미미.
그녀가 부르는 아리아에 맞추어 나는 허밍을 한다.
내 이름은 혜숙,
내 이름은 안나,
내 이름은 민혜,
내 이름은 애나,
나를 일컫는 이름도 세월 따라 방랑을 하는가.
이제 또 나는 어디로 흘러가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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