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있는 곳간

내 젊은 날의 라보헴(3)

tlsdkssk 2005. 10. 30. 05:40

보헴(Boheme)은 '보헤미안'을 프랑스 식으로 발음한 말로,

인습에 얽메이지 않는 자유스런 예술가를 지칭한다.

한편 집씨라는 의미도 담고 있다고 한다. 

 

푸치니의 오페라, <나비부인>이나 <춘희>나 <토스카>...

이 모든게 비극적 아름다움을 담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내가 라보헴을 좋아하는 건 앞서밝혔듯,

내 젊은 날의 추억과 맞물려 있는 때문이다.

 

인간은 자기 생활은 행복하기를 바라면서,

예술 속에선 비극미에 접할 때

심도깊은 카타르시스를 경험한다. 

비극이 주는 그 마력같은 카타르시스 작용 때문인지,

사랑 얘기는 비극적 사랑이 여운도 길고 비장미가 있다.

가령 로미오와 줄리엣이 잘 먹고 잘 살았다면,

그토록 우리 가슴에 영원히 살아 있을 수 있겠는가. 

 

지난 날을 도리키면,

소심하기 짝이 없는 내 가슴 어느 구석에

그런 맹랑성이 깃들여 있었는지

고개가 갸우뚱해지기도 한다. 

어떻게 사는 것이 성공한 인생인지는

아직도 해답을 내릴 수 없으나, 

내 젊은 날의 추억은 일말의 비극성을 담고 있음에도

그닥 후회스럽지는 않다.

자신을 모두 태운 삶은 여한을 동반하지 않는 게 아닐까. 

 

늦가을의 이 저녁에

라보헴 1막의 아리아 '내 이름은 미미'를 듣는다.

              *

Si mi chiamano Mimi ~ ~

네, 제 이름은 미미예요.

사람들은 절 보고 미미라 부릅니다만,

진짜 이름은 루치아지요. 

              * 

가난한 시인 로돌프를 사랑했던 여공 미미.

그녀가 부르는 아리아에 맞추어 나는 허밍을 한다.

내 이름은 혜숙,

내 이름은 안나,

내 이름은 민혜,

내 이름은 애나, 

나를 일컫는 이름도 세월 따라 방랑을 하는가.

이제 또 나는 어디로 흘러가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