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소주병 - 공광규

tlsdkssk 2005. 9. 4. 05:31


    燒酒甁 (소주병)
    詩 : 공광규
    술병은 잔에다 자기를 계속 따라주면서 속을 비워간다 빈 병은 아무렇게나 버려져 길거리나 쓰레기장에서 굴러간다 바람이 세게 불던 밤 나는 문 밖에서 아버지가 흐느끼는 소리를 들었다 나가보니 마루 끝에 쪼그려 앉은 빈 소주병이었다 ※ 불을 품은 몸의 사내(소주병)가 있다. 그를 마시고 사람들은 피가 뜨거워지는 경험을 했을것이다. 하지만 불을 누군가가 다 소비했을 때 그는 비참하게 버려졌다. 바람이 세게 불던 밤 시인은 마루 끝에 쪼그려 앉은 빈 소주병에서 아버지의 흐느낌을 듣는다. 그도 어느새 잔(자식)에다 자기를 따라주면서 속을 비워가는 아버지가 된 것이다. - 중앙일보의 '시가 있는 아침'에서, 이재무 詩人 씀 -
아버지 - 김경호 文智英 2005.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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