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생의 수레바퀴

tlsdkssk 2020. 11. 28. 07:10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1926-2004)

'생의 수레바퀴'는 죽음의 여의사,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1926-2004)의 자서전이다. 그녀는 정신의학자이자 호스피스 운동의 선구자로 <타임>지가 선정한 20세기100대 사상가 중 1인이다.

스위스 중산층 가정의 세 쌍동이 중 가장 작은 900g으로 태어났다. 작았지만 강인했고 어려서 부터 생명에 대한 사랑과 연민이 남달랐다. 자라면서 슈바이처와 같이 헌신적인 의사의 길을 가고자 부단히 노력한다.

1928년 세 쌍동이 자매 왼쪽 끝이 엘리자 베스

의무교육을 마친 엘리자베스는 아버지 회사에서 일하기를 거부하고 독립한다. 혹독한 입주 가정교사를 하며 생계와 학비를 벌고, 세계대전 중 국제 평화봉사단에도 합류, 위험 지역도 불사하고 종횡하며 인류애를 실천한다.

각고의 노력으로 의사 자격을 취득한 그녀는 의대 동기 유학생 매니 로스와 결혼하여 미국에 정착한다. 이후 평생, 정신과 의사로 의료 활동과 강의에 매진하며 죽음과 죽음 이후의 삶을 연구한다.

사람들은 나를 죽음의 여의사라고 부른다. 30년 이상 죽음과 죽음 이후의 삶에 대해 연구해왔기에 나를 죽음 전문가라고 믿는 것이다. 그러나 ... 내 연구의 본질적 핵심은 삶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

데자뷰(deja vu:)와 신비감

미국생활 4년 후 그녀는 서부의 애리조나, 유타, 콜로라도, 뉴멕시코 4개 주의 접점 포어코너즈에서 데자뷰(deja vu: 기시감)를 체험한다. 언젠가 익히 알던 곳에 다시 온 듯한 신비감을 그 날 일기에 남긴다.

나는 윤회설에 대해선 거의 알지 못한다. .... 전생을 논하는 사람들과 관계있는 거라고만 생각해왔다. 내 기질과는 맞지 않았다. 나는 실험실에 있을 때 가장 편안하다. 그렇지만 이제 알았다. 마음과 정신에는 현미경으로도 화학반응으로도 밝혀낼수 없는 신비가 있다는 것을.

콜로라도 대학 정신과 마골린 교수의 연구팀에 들어간 것도 그녀에겐 우연이 아니었던 듯 하다. 마골린은 심리 치료에 최면을 활용했고 윤회를 믿었다. 그의 파격적인 강의는 항상 최다 수강생이 몰리는 최고의 명강의였다.

첫 강의

우연히 마골린 강의를 일시 맡게 된 엘리자베스는 강의실에 백혈병 말기의 16세 소녀 린다를 동반한다. 열 여섯에 죽음을 맞게 된 소녀의 분노와 진심의 토로를 들려줌으로써 죽음에 대한 의사들의 관행적 태도를 일깨운다.

"하필이면 왜 나에요? 하느님은 왜 내가 죽게 정해 놨죠?" 나는 의대생들이 이 소녀의 말에 귀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장래 의사가 될 학생들에게 네 얘기를 실컷 해봐" 나는 린다를 격려했다.

마골린을 대신한 엘리자베스의 첫 강의는 대성공이었다. 의학도는 과학도 이전에 인간이어야 한다는 것, 죽어가는 환자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면 삶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는 그녀의 믿음은 현실이고 진실이었다.

 

죽음과 죽어감(Death and Dying)

죽음은 삶의 가장 중요한 한 부분임을 의사들도 깨닫지 못하는 현실을 보고 그녀는 의학도 교육의 필요를 인식한다.1967년 그녀는 '죽음과 죽어감 (Death and Dying)'을 주제로 금요 세미나를 주관하게 된다.

의사에게도 죽음은 실패이자 패배였다. 나는 병원의 모두가 죽음이란 화제를 회피한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이 현대적인 병원에서 죽음은 슬프고 쓸쓸하고 비정한 일이었다. 말기 환자는 반드시 구석방으로 옮겨졌다.....

죽음을 앞둔 환자에게 이상적 상황이 무언지 묻는다면 어린시절 경험한 이웃 과수원 아저씨의 죽음을 이야기하겠다. 그는 자신의 집에서 가족과 친구들에 둘러싸여 평온한 죽음을 맞이했다.

청소부를 조수로

'죽음학(thanatology)' 선구자로서 엘리자베스는 한 흑인 청소부를 최고의 스승으로 꼽았다. 그녀가 중환자실 청소를 하고 난 후면 죽음 앞둔 환자들이 예외없이 평온해지는 걸 보고 엘리자베스가 그녀에게 비결을 물었다.

그녀는 가난때문에 폐렴에 걸린 세 살 아들을 살리지 못한 자신의 비참한 과거를 얘기 했다. 무료 진료를 세 시간 넘게 기다리다 자기 품에서 죽은 아이 이야기를 분노도 눈물도 없이 담담하게 말전했다. 엘리자베스는 묻는다.

" 그얘기와 죽어가는 환자가 무슨 관계가 있어요?" 여자는 온화하고 사려깊은 눈으로 내마음을 읽는 듯 대답했다. "죽음은 내게 친숙한 일이죠. 오래된 친구니까요."...

" 나는 이제 죽음이 두렵지 않습니다 " 여자는 조용하고 분명한 어조로 말했다."....

"죽음을 앞둔 환자의 방에 들어가면 환자가 돌처럼 굳어 있을 때가 있어요. 말할 상대도 없이요. 그래서 옆으로 다가 갑니다. 때론 손을 잡고 걱정할 거 없다고 죽음은 그렇게 두려운 게 아니라고 말해주죠. "

 

얼마후 나는 그녀를 내 수석 조수로 채용했다..... 삶의 스승은 여러 가지 모습으로 우리 앞에 나타난다. 아이로, 말기환자로, 청소부로.....세상의 그 어떤 학설과 과학도 타인에게 마음을 여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인간의 힘에는 미치지 못한다.

 

 

후회없는 정직하고 충만한 삶

금요 세미나는 늘 만원이었다. 시작 직전 엘리자베스가 침대 또는 휠체어를 직접 밀어 환자를 세미나 실로 인도했다. 환자에게 대답하고 싶은 질문에만 답하면 된다 말해주고 나서 면담이 진행되었다.

나는 늘 죽음을 앞둔 사람이 최고의 스승이라 말하지만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려면 용기가 필요했다. 환자들은 자신에게 행해진 의료행위 전반에 걸쳐 거침없이 불만을 토로했다. 한 여자 환자의 절규가 기억난다.

" 의사의 관심은 오로지 내 간의 크기에요. 이제와서 간의 크기에 왜 신경을 써야하나요? 집에 내가 돌봐야 할 아이가 다섯이나 있는데, 걱정이 되어 견딜 수가 없는데 아이들 이야기엔 아무도 귀를 기울여주지 않아요 "

면담을 마친 환자들은 평온해지고 뜻밖에 주어진 자신의 교사 역할에 뿌듯해했다. 죽음 앞에서도 의미있는 삶이 가능하며 끝까지 잘 살아야 할 이유가 있음을 깨달은 때문이다. 그들은 계속 성장하는 과정에 있었다.

면담이 끝나면 환자를 다시 데려다주고 돌아와 참석자들과 토론을 벌였다. 죽어가는 사람들의 말을 통해 모두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고 앞으로 해야 할 일을 배웠다. 다음은 그녀가 전하는 죽어가는 이들의 공통 메시지다.

뒤돌아 보고 삶을 헛되이 보냈다고 후회하지 않도록 살아가세요.

해온 일을 후회하지 않도록 또는 다른 삶을 바라지 않도록 살아가세요.

정직하고 충만하게 삶을 살아가세요.

살아가세요.

우리가 지구에 보내져 수업을 다 마치고 나면

몸은 벗어버려도 좋아.

우리 몸은 나비가 되어 날아오를 누에처럼

아름다운 영혼을 감싸고 있는 허물이란다.

때가 되면 우리는 몸을 놓아버리고 영혼을 해방시켜

걱정과 두려움과 고통에서 벗어나

신의 정원으로 돌아간단다

아름다운 한 마리의 자유로운 나비처럼 말이야

-암에 걸린 아이에게 보낸 엘리자베스의 편지 중에서

나비가 되어

엘리자베스는 2004년 8월 24일 소망한 대로 밖이 보이는 창문 방에서 꽃과 사랑하는 이들에 둘러싸여 죽음을 맞았다. 장례식은 참석자들이 주어진 봉투를 열어 나비들을 하늘로 날려 보내는 절차가 끝이었다.

10대 후반 폴란드 나찌 수용소를 탐방했던 그녀는 막사 벽에 가득 그려진 나비 그림들에 의아했었다. 25년 뒤 알게 된다. 가스실 죽음을 앞둔 포로들이 남기고 싶었던 사후 세계에 대한 메시지가 나비였음을.

 

죽으면 이 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다. 더 이상 고문도 없고, 가족과 헤어질 일도 없다. 가스실로 보내질 일도 없다. 이 소름끼치는 삶도 이젠 그만이다. 나비가 고치에서 벗어나 날아오르 듯 곧 몸에서 벗어날 수 있다.

사후 세계를 엿본 이들의 말

Near Death Experience-

엘리자베스는 70년 대 전반 다수의 임사체험자들을 면담한다. 2세에서 99세까지 인종, 문화가 다양한 사람들의 체험이 비슷했고 방대한 사례의 유사함이 우연의 일치나 환각이 아니라 믿게 된다.

사망의 원인이 병이든 사고든, 심신의 고통이나 슬픔은 없었다. 오히려 고치를 떠나는 자유로움과 평온함에 다시 돌아오고 싶지 않았다고 한다. 다음은 엘리자베스가 면담한 2만여 명의 임사 체험 사례를 분석한 결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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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단계

몸에서 분리되어 공중에 떠오르며 자신의 유체이탈을 또렷하게 인식한다.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의 말이 들린다. 시각장애인은 눈이 보이고, 청각 장애인은 들을 수 있다. 완전한 육신으로 새로 태어난 자신을 인식한다.

2단계

영혼과 에너지 상태에서 다른 차원으로 들어간다. 그 때 생각나는 누구든 어디에 있든 바로 만날 수 있다. 수호천사 또는 누군가가 나타나 위로해주고 먼저 죽은 가족 친지들과 재회하기도 한다.

3단계

수호 천사나 또는 누군가의 안내로 터널이나 문 등을 통과하거나 기분 좋은 이미지를 지나서 마침내 눈부신 빛을 마주하게 된다. 그 빛이 힘과 사랑임을 깨닫게 되고 마음에 평온과 안식이 찾아온다.

4단계

절대적 근원 앞에서 자신의 생애 전체를 회고 (life review)한다. 생전에 행한 사고, 결정, 행동의 이유 등을 세세히 돌아 본다. 어떤 삶을 살았는가 어떤 봉사를 했는가 질문을 받기도 한다.

그들이 결국 어떻게 다시 살아났는지에 대해선 언급이 없어서 아쉽다. 그러나 이런 보고의 가치는 결국 삶에 미치는 영향에 있다고 본다. 죽음에 겁박됨 없이 내 앞에 놓인 이 삶을 잘 살아내자는 메시지로 읽힌다.

특히, 지나온 생애 전체가 통째로 다시 보이고 살면서 어떤 봉사를 했는지 묻는 과정도 있음에 놀란다. 내 삶의 영화를 보는 기분은 어떨까. 실수와 잘못에 부끄러움과 죄책감을 느끼겠다. 그에 대한 심판이 있을까 없을까.

자살은 안된다

고비 고비 고단한 삶의 학교는 우리가 배울만큼 배우면 졸업을 한다. 할 일 다 하고 노후한 육신을 벗는 해탈의 탈피식이다. 이렇게 끝까지 최선을 다한 삶은 새로운 성장의 삶으로 이어진다고 그녀는 역설한다.

자살에 의해 사람은 자신을 속이고 배워야 할 교훈을 배우지 못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졸업하여 다음 단계로 나아가지 못하고 원래 로 돌아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예를 들어 연인을 잃고 살아갈 희망이 사라져 자살한 여자는 상실의 대처법을 배우기 위해 돌아온다. 그리고 상실의 수용을 배우기까지 상실이 연속되는 인생을 살게 될지도 모른다....

 

열정과 연민의 구루(guru)

작고한지 16년 된 심리학자이자 정신과의사 엘리자베스 퀴블로 로스,그녀는 위대한 영혼이었다. '타임紙'가 그녀를 20세기 100대 사상가이자 죽음학과 호스피스의 창시자인 이 여인은 끝까지 사랑의 삶을 살아냈다.

어린 시절 성경 수업 중 R목사가 학생들에게 가하는 비인간 적 체벌에 분개한 나머지 시편을 목사의 얼굴에 내던지며 외친다. "당신은 목사가 아니에요! 배려하는 마음도, 동정심도, 이해심도, 사랑도, 아무것도 없어요!"

학교를 뛰쳐나온 그녀는 집 뒤 숲 속 바위에 오른다. "나는 인디언처럼 하늘을 향해 두 팔을 벌리고 모든 생명을 주신 신에게 내 방식의 감사 기도를 드렸다. R 목사의 수업에선 결코 느끼지 못한 전능자를 가까이에서 느꼈다. "

"내게 있어 자연만큼 신성하고 위대함에 대한 믿음을 고취하는 것은 어디에도 없었다. 내 유소년기의 절정은 암덴의 작은 산장에서 지낸 날들이었다. 최고의 가이드인 아버지는 주위 꽃과나무에 대해 모든 것을 가르쳐 주셨다.

겨울엔 거기서 스키를 탔다. 매년 여름이면 아버지는 우리를 2주간 힘든 하이킹으로 엄격한 규율과 스파르타식 생활 방식을 가르치셨다. 또 숲과 늪, 초원, 삼림 흐르는 계곡류를 탐험하도록 했다. "

순수한 열정과 생명에 대한 연민이 그녀의 위대함이다. 60 넘은 나이에도 에이즈 환자들을 비롯 소수자 소외자들을 품고 도와주었다. 이웃의 극심한 비난과 돌팔매에도 끝까지 뜻을 굽히지 않고 약자들을 지원했다.

[출처] 생의 수레바퀴 2.|작성자 메이지

 

 

 

 

 

 

 

 

 

 

 

 

 

 

[출처] 생의 수레바퀴 1.|작성자 메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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