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이덕무

tlsdkssk 2020. 11. 26. 12:52

좋은 문장을 만나면 삶의 온도가 바뀐다
이덕무가 건네는 따스한 위로와 용기의 문장들


이나미: 나를 움직이는 롤모델 같은 사람, 나를 끌고 온 힘 그런 게 있으신지 궁금해요.
문재인: 대학교 때는 이영희 선생의 영향을 많이 받았죠. 그리고 정조 때의 이덕무 같은 사람들의 글.
이나미: 실학자를 꼽으시니 반갑네요. 특히 이덕무는 실학자 중에서도 일상이나 현실적인 측면에 관심이 많았던 사람이잖아요.
문재인: 네. 그분들에 비하면 우리는 얼치기 같죠. 이덕무 같은 사람들은 오랜 고난 속에서도 자신의 신념과 삶을 변치 않고 지킵니다. 그 깊이, 집념, 끈기, 쉽게 따라갈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문재인, 이나미 - 운명에서 희망으로' 중에서)

우리는 살아가면서 기쁘고 즐거운 때보다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는 날을 더 많이 자주 만난다. 일상을 위로할 무언가를 바라지만, 시린 마음에 따스한 온기를 전해 주는 것을 찾기란 결코 쉽지 않다. 그런데 바로 그때, 메마른 마음에 울림을 주는 문장을 만나는 경우가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고단했던 청년 시절 자신을 이끈 힘을 이덕무의 글에서 얻었다고 고백하듯, 때로는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는 문장 하나에도 우리는 큰 위로와 용기를 얻는다. 진솔한 문장에는 어마어마한 힘이 있으니까.

그런데 오늘날 이덕무의 글을 읽는 것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이 책에 담긴 문장은 그저 몇 백 년 된 고전으로서의 가치만 있는 것이 아니다. 거기에는 한 사람의 생생한 삶이 있다. 때로는 뜨겁게 때로는 차갑게, 온 힘을 다해 살아 내고 지켜냈던 일상이 담겨 있다. 간절하게 꿈을 꾸고, 현실에 부딪쳐 좌절하기도 하고, 기뻐하고 슬퍼하며 웃고 울었던 일상을 가득 담은 문장들은 현재를 살아가는 많은 이들에게도 공감과 위로를 준다. 또한 이 책에는 자칫 사소하고 보잘것없어 보이는 모든 ‘보통의 것’들을 바라보는 이덕무의 따뜻한 시선과 다양한 감정이 풍부하게 녹아 있다. 우리를 진정 위로하는 것은 거대하고 특별한 것이 아니라 지극히 소소하지만 따스한 하루하루라는 사실을 그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책장을 넘기며 일상의 다양한 온도와 아름다움이 담긴 문장들을 한껏 만끽하고 있노라면, 어느새 하루의 고단함을 잊고 메말랐던 우리 삶의 온도도 바뀐 것을 깨닫게 된다.

어떤 문장이 좋은 문장인가?
바로 온몸으로 써낸, 진솔한 글이다!


어떤 문장이 좋은 문장일까? 사실 좋은 문장과 나쁜 문장을 가리는 기준은 형식이나 분량, 또는 화려한 수사 같은 기술적인 면에 있지 않다. [문장의 온도]에 담긴 글 역시 특별하게 정해진 형식이나 글쓰기 기술을 사용하지 않는다. 오직 "삶의 다양한 온도를 문장에 그대로 드러내는 것"과 "감정과 생각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을 중시할 뿐이다.

[문장의 온도]는 다른 사람을 따라 하거나 과장되게 꾸미지 않고 솔직하게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표현하는 것이 좋은 문장을 쓰고 일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비법이라고 말한다. 나와 타인을 비교해 우열을 가리지 않고, 각자 가진 고유의 개성과 멋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것이다. 본문에 나오는 말똥구리와 여의주의 이야기처럼, 용에게는 여의주가 귀하고 말똥이 필요 없지만 말똥구리에게는 말똥이 귀하고 여의주가 필요 없는 물건이다. 저마다의 가치와 아름다움을 인정하고 그것을 잘 가꾸는 것만이 우리 삶을 보다 행복하게 만든다. 좋은 문장을 쓰기 위해서는 삶에 대한 건강한 태도가 중요하다. 오직 진실한 삶, 그리고 머리나 가슴 어느 한쪽만이 아닌 온몸을 다해 써낸 정직한 문장만이 우리에게 울림을 준다.

이렇게 생각하면 우리 삶과 일상에도 이덕무의 문장만큼이나 아름다운 문장이 곳곳에 숨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이 책의 편역자인 고전연구가 한정주 역시 이덕무의 문장을 통해 글을 쓸 용기를 얻었다고 고백한다. 분량이나 형식은 상관없다. 노트에 적어도 되고 휴대전화에 적어도 된다. 그저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진솔하게 적으면 충분하다. 언뜻 비슷하고 평범해 보여도, 우리는 서로 전혀 다른 색과 향을 지니고 있다. 바로 [문장의 온도]는 그러한 고유의 아름다움을 찾아내고 사랑하려는 이들의 안목을 길러 주고, 기꺼이 응원과 격려를 건넨다.

가장 빛나는 것들은 언제나 일상 속에 있다
무심코 지나친 평범한 풍경에 담긴 행복의 비밀


[문장의 온도]에는 익숙한 일상 풍경이 다채롭게 펼쳐져 있다. 아침저녁으로 달라지는 노을의 빛깔, 가을철 풀벌레 소리와 눈 내리는 겨울밤 정경, 명절날 어린아이들이 어울려 뛰노는 순박한 모습이나 그들의 천진한 말과 행동에서 얻은 깨달음, 부모형제와 친구에 대한 그리움을 담은 문장들을 통해 우리는 마음을 따뜻하고 뜨겁고 시원하고 차갑게 만드는 다양한 생활 풍경을 마주한다. 그런데 이러한 평범한 일상에 대체 어떤 아름다움과 행복의 비밀이 있다는 것일까? 반복되는 생활은 오히려 지루하게 느끼기 쉬운데 말이다. 그것은 바로 이덕무의 문장 철학 속에 담겨 있다.

첫째는 어린아이의 솔직함을 본받는 것이다. 이덕무는 기쁘거나 노여운 감정을 숨기거나 거짓으로 꾸미는 어른과 달리 "어린아이가 울고 웃는 것은 타고난 천성"이라는 점을 지적한다. 감정은 꾸민다고 해서 꾸며지거나, 억누른다고 해서 쉽게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슬플 때 그 슬픔을 억누르려고 하면, 오히려 병을 얻기 쉽다. 이덕무는 일상생활에서도 어린아이처럼 자신의 감정에 충실한 것이 진짜 행복을 찾는 길이라고 말한다.

어린아이는 있는 그대로 보고 받아들일 뿐 아무것도 묻지 않는다. 거리낌도 없고 막힘도 없는 초탈의 경지다. 삶이란, 그리고 글이란 바로 그와 같아야 한다.
('어린아이와 거울' 중에서/ p.197)

둘째는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평범한 풍경도 세심히 관찰해 그 안에 숨은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것이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는 한 시인의 말처럼, 평범한 일상을 재발견하는 일은 우리 감정을 보다 풍성하게 만들고 삶을 아름답게 바라보는 시야를 갖게 한다. 지극히 미약한 생물인 꿀벌 한 마리와 흰 좀 한 마리를 바라보는 이덕무의 시선을 보라. 그 따스한 시선을 좇아가다 보면 그 다정하면서도 소박한 모습에 자신도 모르게 미소 짓게 될 것이다.

무릇 벌이 모두 완전한 형상을 이루어 나간 뒤 비로소 그 속에 꽃으로 꿀을 만들어 채워 넣었다. 일을 이루는 순서와 차례가 분명하고 또한 단단하고 치밀하다. 어찌 사랑스럽지 않겠는가.
('벌과 벌집' 중에서/ p.32)

 본문중에서

우리는 살아가면서 기쁘고 즐거운 때보다 일이 뜻대로 되지 않는 날을 더 많이 만난다. 그때마다 우리를 위로하는 것이 바로 소소한 일상이다. 크고 특별한 사건이 아니라 하루하루 마주하는 작은 것들, 그러니까 아침저녁으로 달라지는 노을의 빛깔에서, 눈 내리는 밤의 풍경에서, 활짝 핀 꽃과 차 끓는 소리에서 삶의 고단함을 달래는 따스한 온기를 느낀다.
('들어가는 말' 중에서/ pp.5~6)

빼어나게 우뚝 솟은 푸른 봉우리와 싱싱하고 산뜻한 하얀 구름의 아름답고 탐스러운 모양을 오랫동안 부러워하다가 한 손으로 잡아당겨서 모두 먹으려는 마음을 품었다. 그러자 양 볼과 어금니 사이에서 이미 군침을 흘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천하에 이보다 더 탐스럽고 먹음직스러운 것은 없을 것이다.
('푸른 봉우리와 흰 구름의 맛' 중에서/ p.19)

말똥구리는 스스로 말똥 굴리기를 좋아할 뿐, 용의 여의주를 부러워하지 않는다. 용 또한 여의주를 자랑하거나 뽐내면서 저 말똥구리의 말똥을 비웃지 않는다.
('말똥구리와 여의주' 중에서/ p.35)

사람은 모두 자기 나름의 향기와 색깔을 가지고 있다. 다른 향기에 나의 향기가 덮이고, 다른 색깔에 나의 색깔에 묻히는 곳에는 애초에 나아가지 않아야 한다. 마땅히 자신의 향기가 더욱 진하게 퍼져 나가는 곳, 자신의 색깔이 더욱 선명하게 빛을 발하는 곳에 자리해야 한다.
('매화와 유자' 중에서/ p.37)

어린아이가 거울을 보고 웃는 것은 뒤쪽까지 환히 트인 줄 알기 때문이다. 서둘러 거울 뒤쪽을 보지만 단지 까맣고 어두울 뿐이다. 그러나 어린아이는 그저 빙긋이 웃을 뿐 왜 까맣고 어두운지에 대해 더는 묻지 않는다. 기묘하다. 거리낌이 없어서 막힘도 없구나! 본보기로 삼을 만하다.
('어린아이와 거울' 중에서/ p.196)

슬픈 일을 당했을 때 사람들은 그것을 잊으려고만 한다. 그러나 슬픔이란 잊으려 하면 할수록 오히려 자기 내면 깊숙이 자리 잡는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슬픔을 위로하는 방법은 슬픔 속에서 찾아야 한다. 슬픔이 지극해진 후에야 비로소 슬픔을 넘어설 수 있다.
('슬픔을 위로하는 방법' 중에서/ pp.208~209)

특별할 것 없는 일상생활 속 잡감을 거리낌 없이 글로 표현하는 것이 바로 일상의 미학이다. 일상은 그냥 두면 지나가 버리는 순간에 불과하지만, 글로 옮겨 담으면 색다른 의미와 가치로 영원히 남게 된다.
('불평과 화평 사이에서' 중에서/ p.274)

달콤한 말과 글보다는 차라리 맵고 신 말과 글이 낫다. 세상은 온통 달콤한 말과 글로 가득할 뿐 맵고 신 말과 글은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잘 길들여진 삶보다는 차라리 야생마의 삶이 낫다. 박제된 동물이 아무리 아름답다고 해도 생기 없는 사물일 뿐이다. 잘 길들여진 한 삶이 박제된 동물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야생마는 아무리 거칠고 위험하다고 해도 생기 넘치는 생물이다. 당연히 생기 없는 삶보다 생기 넘치는 삶이 낫지 않은가?
('세상은 온통 달콤한 말과 글로 가득할 뿐' 중에서/ p.297)

 목차

들어가는 말 일상의 아름다움을 담은 따스한 문장들

1 글을 쓰듯 그림을 그리고 그림을 그리듯 글을 쓰고

복숭아꽃 붉은 물결
매화꽃 피고 차 끓는 소리 들리고
푸른 봉우리와 흰 구름의 맛
봄철 새소리와 가을철 벌레 소리
봄비와 가을 서리
사계절과 산의 풍경들
순백의 구름
아침노을과 저녁노을
세계는 거대한 그림, 조물주는 위대한 화가

2 내 눈에 예쁜 것
벌과 벌집
말똥구리와 여의주
매화와 유자
거미의 몸놀림
흰 좀 한 마리
쇠 절굿공이와 쌀가루
붓과 종이와 먹과 벼루
동이 속 금붕어
벌레가 없는 곳은 없다
소소한 것들의 조화
사냥개와 사슴, 곰과 호랑이
서리 조각
나와 사향쥐
쥐와 족제비와 벼룩
자연과 깨달음
석벽 위 소나무
학을 춤추게 하는 법
해바라기
금봉화
회충의 쓸모
풀벌레의 천성
열매 맺지 못한 꽃
백마의 깨달음

3 마음이 밖으로 드러나는 곳
소주와 황대구만 먹던 망아지
박쥐와 벌
천적
닭 기르는 법과 수박 기르는 법
서로 닮은 사물들
소나무에는 매미가 없다?
불에 대한 모든 것
세상의 기이한 일들
식물 백과사전
눈과 서리의 모양
자연의 이치
자연의 다양성
평양의 싱크홀
포식과 소식
만물을 관찰하는 안목
세상은 둥글다
바다 물개에 대하여
오장의 형상
서양의 인체 해부도
관물의 철학

4 세상에 얽매이거나 구속당하지 않겠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즐겁다
세상을 거역하는 사람
이기는 것을 좋아하면 천적을 만난다
웃음의 품격
맑은 물과 먼 산의 기색을 띤 사람
소인의 마음과 대인의 마음
상대할 가치도 없는 사람
경솔하거나 고지식한 것은 병폐다
할 수 있는 일을 하지 않는 사람과 할 수 없는 일을 하려는 사람
나쁜 소문과 좋은 소문
돈을 빌릴 때와 갚을 때
아이에게 부끄러워할 일
모략과 비방
편안하다는 말의 참뜻
망과 망상
아첨하는 사람
몹시 서글픈 일
농부와 상인의 집안에 태어나도
잘못을 뉘우친다면
고상한 사람과 속된 사람
세 등급의 사람
바둑과 노름
선비와 속물
관상과 사주
작은 재주와 편협한 견해
장사꾼의 이익
바둑과 소설과 색욕과 담배

5 내 마음속 어린아이가 얼어붙은 세상을 녹인다
어린아이와 거울
아이의 지혜
어린아이의 눈동자
그저 좋아하는 대로 맡길 뿐
울음소리와 진정성
슬픔을 위로하는 방법
번뇌와 근심을 해소하는 방법
미워하는 마음과 좋아하는 마음
평생의 큰 병통
꿈의 원인
병과 마음
섣달 그믐날 밤의 풍경
원망과 비방
그리운 어린 시절
내 동생 정대
틈과 불화
추위와 더위
처신과 처심
최상의 즐거움
혼자 노는 즐거움
가난의 품격
매서운 추위 속 겨울 초가집
높은 절개와 넓은 도량
시기와 질투
참된 벗을 얻을 수 있다면
호미질과 붓질
본분을 지키고 형편대로 살다
한서 이불과 논어 병풍
고금과 삼 일
안다는 것과 모른다는 것
편안한 삶
이렇게 생각하고 산다면
천하에 복 있는 사람
천리마와 북두성
불평과 화평 사이에서
얽매임과 자유로움
세상 모든 일이 놀이 같다면
마음의 꽃과 입속 향기
아아, 이덕무야! 이덕무야!
가는 모시실로 호박을 끊을 수 있다
정월 초하루의 깨달음
뜻대로 되는 일과 되지 않는 일
화가와 백정

6 온몸으로 글을 쓴다는 것
세상은 온통 달콤한 말과 글로 가득할 뿐
온몸으로 쓰는 글
참된 문장이 사라진 까닭
그저 독서할 뿐
호색과 호서
시정과 화의
마음과 표현
흥이 나는 대로
시문과 서화
글 읽는 선비와 저잣거리의 장사치
책 욕심
종기나 부스럼
모방한 문장과 가장한 도학
독서의 등급
마음 밭
일과 독서
책을 빌렸다면
사람은 각자 재능에 마음을 쏟는다
문장과 천구
원굉도의 독서법
내 서재
공정한 마음과 문장
독서의 유익한 점
저절로 독서할 마음이 생길 때
문장과 세도
독서의 방법
옛사람과 지금 사람
음덕과 이명
글 한 편, 시 한 수
명확한 것과 모호한 것
다만 쓰고 싶은 것을 쓸 뿐

 저자 및 역자 소개

이덕무 저/한정주 역 : 이덕무 저
18세기 조선의 문예 부흥을 주도한 문장가이자 북학파 실학자. 당대 최고의 지성인 홍대용, 박지원, 박제가, 유득공 등과 교류하였다. 사가시인(四家詩人)의 한 사람으로 청나라에도 이름을 알렸다. 정조가 서얼 출신의 뛰어난 학자를 등용하면서 1779년 서른아홉에 규장각 검서관으로 발탁되어 활약하였다. 관직에 있던 15년간 정조가 520여 차례의 하사품을 내렸을만큼 큰 사랑을 받았다. 사후에 어명으로 유고집 『아정유고(雅亭遺稿)』가 규장각에서 간행되었다. 여러 저작을 묶은 『청장관전서(靑莊館全書)』가 따로 있다. 따뜻함과 진지함을 담은 사색적 문체가 여운을 남긴다.덕무

 

이덕무를 읽다

 

책소개

이덕무는 대표적인 북학파 실학자로 정조 시대 활약한 규장각 사검서 중 하나다. 그동안 ‘책만 읽는 바보(간서치)’로 잘 알려졌으나, 지독한 독서 편력만큼이나 빼어난 문장 실력과 탐구 정신, 그리고 기록에 대한 집착도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대단했다. 어린아이의 천진함 같은 ‘동심의 글쓰기’, 조선의 정경을 그대로 담아낸 ‘진경 시’, ‘기궤첨신’이라 평가받은 참신하고 통찰력 가득한 글들을 선보인 그는, 사후 정조의 지시로 유고집까지 간행된 조선 최고 문장가였다.

이덕무의 글에 매료된 고전연구가 한정주는 그가 남긴 시와 산문, 문예비평, 백과사전적 연구서 등 다양한 글들을 여덟 가지 시선으로 재구성해 이덕무의 삶과 철학을 온전히 되살려냈다. 이덕무 평전이라 불러도 손색없는 이 책은 독자들로 하여금 개인의 개성과 기호를 중시하고 사회적 틀을 전복시켜 새로운 가치를 추구하는 데 거리낌 없던 이덕무의 호쾌한 문장론과 삶의 자세를 마주하게 한다. 또한 그와 교류했던 당대 지식인들의 문장과 내면세계를 살펴봄으로써 18세기 조선의 지성사를 생생하게 복원해냈을 뿐 아니라 이덕무 삶과 철학에 깃든 시대를 초월한 인문학적 가치와 그 중요성을 깨닫게 한다.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

저자

 

한정주

저자 : 한정주
저자 한정주는 역사평론가 겸 고전연구가. 고전·역사연구회 뇌룡재(雷龍齋) 대표.
1966년 전남 고흥에서 태어나 광주 석산고와 동국대 사학과를 졸업했다. 사회 과학서와 역사서, 고전 등을 탐독하는 과정에서 습득한 지식과 체득한 사상을 사람들과 소통하고 공유하고 싶은 생각에 불혹의 나이에 접어든 2005년 무렵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다. 베네디토 크로체의 “모든 역사는 현대사다”라는 말과 연암 박지원의 ‘법고창신(法古創新)’의 철학을 바탕으로 역사와 고전을 현대적 가치와 의미로 재발견하고 새롭게 해석하는 것을 글쓰기의 목표로 삼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일국사와 민족사의 한계를 넘어선 지역사(아시아사) 연구와 18세기 전후 동서양 문명과 지식의 차이점과 유사점을 교차하고 비교하는 작업에 큰 관심을 갖고 저술 및 강연 활동을 하고 있다. 현재 마음을 함께하는 여러 벗과 더불어 인사동 한 모퉁이에서 역사와 고전을 공부하는 소박한 모임 ‘뇌룡재’를 운영하고 있으며 《헤드라인 뉴스(www.iheadlinenews.co.kr)》에 인문(人文)과 관련한 다양한 글을 연재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천자문 인문학』, 『호, 조선 선비의 자존심』, 『글쓰기 동서대전』, 『한국사 전쟁의 기술』, 『조선을 구한 13인의 경제학자들』, 『율곡, 사람의 길을 말하다』 등이 있다. 쓰고 엮은 책으로는 『조선 지식인의 글쓰기 노트』, 『조선 지식인의 아름다운 문장』 등 《조선 지식인 시리즈》가 있다.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

목차

머리말 이덕무를 통해 18세기 조선의 지성사를 읽다
프롤로그 18세기 인문학의 정수 『청장관전서』

제1부 치열하게 읽고 기록하다

제1장 영처의 눈과 마음으로
어린아이의 천진함과 처녀의 순수함 | 야인과 뇌인과 거울과 장님 | 백탑에서 맺은 인연 | 해오라기, 호에 새긴 선비의 얼

제2장 독서하고 기록한다, 고로 존재한다
“나는 책에 미친 바보다!” | 지식 혁명의 시대와 백과전서파의 탄생 | 박물학, 놀이 삼아 학문하다 | 바다를 건넌 독서 편력

제3장 조선의 모습을 담아내다
‘조선의 국풍’ | 진경산수화와 진경 시 | 또 다른 진경, 산문과 소품 | 작고양금과 법고창신

제4장 새로 쓴 동아시아 삼국의 문예 비평사
맑은 기운, 창자에 스미고 | 평어, 한시의 미학 | 한중일 삼국의 문예 경연장

제2부 끊임없는 호기심과 탐구 정신

제5장 조선의 풍속과 문화의 재발견
서해 중북부 풍속과 역사 기행 | 의식주와 고유 명절 | 풍수지리와 민간신앙에서 민담과 설화까지 | 사대부가의 생활문화 | 한양의 속담과 방언

제6장 북학의 높은 뜻을 세우다
오랑캐를 스승 삼는 큰 뜻 | 지식과 정보의 북방 통로 1, 유리창 | 지식과 정보의 북방 통로 2, 천주당 | 조선과 청나라 지식인의 인문학 네트워크

제7장 18세기 일본을 통찰하다
우물 안을 떠나 현실을 바로 보다 | 지식과 정보의 남방 통로, 조선통신사 | 남학과 북학의 완성 청령국지와 북학의 | 일본의 침략을 예견하다

제8장 마지막 호, 아정에 담긴 의미
규장각 사검서 | 검서체와 연암체 그리고 문체반정 | 구중궁궐에서 내린 한 글자의 의미

에필로그 참다운 지식인의 삶이란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

책 속으로

이덕무는 북학파 또는 백탑파라고 불리는 지식인 그룹의 핵심 인물 중 한 사람이다. 이 그룹에는 연암 박지원, 담헌 홍대용, 초정 박제가, 영재 유득공, 야뇌 백동수 등 여러 학자와 문인 그리고 예술인들이 다수 포진하고 있었다. 이들은 동서양의 학문을 두루 섭렵했을 뿐만 아니라 조선의 문물과 제도, 인물과 역사, 문화와 풍속 등 백과사전적 지식을 탐구하고 기록으로 남긴,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폭넓은 활동을 펼쳤다. 평생 성현(聖賢)의 삶만을 모델로 추구했던 성리학적 지식인들에게서는 결코 찾아볼 수 없는, 개인의 개성과 기호를 중시한 다양한 활동을 선보인 것이다.
_ 머리말 《이덕무를 통해 18세기 조선의 지성사를 읽다》(6쪽)에서

이덕무에게 창작의 원동력은 다름 아닌 진정성이다. 그것은 많이 배우고 지식을 쌓는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억지로 힘쓴다고 얻어지는 것도 아니다. 다른 사람에게 과시하거나 명예를 구하기 위해 글을 짓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즐거워서 하는 것이기에, 애써 꾸미거나 잘 쓰려고 억지로 힘쓸 필요도 없다. 그저 자신의 천진하고 순수한, 진실한 감정을 드러내면 될 뿐이다.
_ 제1장 《영처의 눈와 마음으로》(11쪽)에서

장성해서는 온갖 서적을 폭넓게 읽었다. 항상 다른 사람에게 책을 빌려 읽었다. 비록 몰래 감추어둔 책이라고 할지라도 사람들을 빌려주기를 꺼려하지 않으면서, “이 군(이덕무)은 진실로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다”라고 말하였다. 그를 좋아하는 사람은 책을 빌려달라고 부탁하기도 전에, 먼저 스스로 빌려주면서 “이 군의 눈을 거치지 않은 책이 있다면, 그 책을 무엇에 쓸 것인가?”라고 말하였다. 평생토록 읽은 책이 거의 2만여 권이 넘고, 직접 베껴 쓴 승두세자(파리머리만 한 작은 글자) 또한 수백 권에 달했다. 자획이 바르고 반듯하고, 아무리 마음이 급해도 속자(俗字)는 한 글자도 쓰지 않았다.
_ 제2장 《독서하고 기록한다, 고로 존재한다》(92쪽)에서

이덕무의 시문은 새롭고 참신하며 독특하고 개성적인 자신만의 작풍을 지니고 있었다. 그래서 『한객건연집』을 읽은 청나라의 반정균은 “평범한 길을 쓸어버리고 별도로 다른 길을 열었다”고 평했다. 이덕무 역시 이러한 반정균의 평가에 대해 한껏 자신감을 드러내며 자신의 작풍이 중국의 고문(古文)과는 다른 길을 걷고 있다는 사실을 자랑하기도 했다.
_ 제3장 《조선의 모습을 담아내다》(167쪽)에서

세상에서는 이마의 머리카락이 일찍 벗겨지는 대머리를 입신출세하는 상으로 여긴다. 그래서 머리카락이 빨리 벗겨지지 않는 것을 걱정하여 망건을 맬 때 반드시 바짝 졸라매어 빨리 벗겨지기를 소망한다. 심지어 족집게를 사용해 머리카락을 일부러 뽑기까지 한다. 더욱이 늙어서 이마가 벗겨져 머리카락이 없으면 삿갓을 제대로 쓰지 못할까 미리 염려하여 정수리의 머리카락을 깎아둔다. 반드시 늙고 쇠약해졌을 때 사용하려고 대비하는 것이다.
_ 제5장 《조선의 풍속과 문화...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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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평범한 길을 쓸어버리고 새로운 길을 열었다.” ―청나라 지식인 반정균
“홀로 깊이 탐구해 독창적인 조예에 이르렀고, 진부한 것은 결코 좇아 배우지 않았다.” ―연암 박지원
“고(故) 검서관 이덕무의 재주와 식견을 아직까지도 잊을 수 없다.” ―정조 이산

시대적 한계를 깨고 새로운 길을 연 선구적 지식인 이덕무,
그의 글들이 들려주는 시대를 초월한 인문 정신!


‘책만 보는 바보(간서치看書癡)’로 유명한 이덕무는 치열한 독서 편력을 지닌 탐서가의 면모 말고도 끊임없는 탐구 정신을 바탕으로 수많은 글을 남긴 조선의 대표 지식인이다. 그는 선배이자 스승 그룹인 홍대용, 박지원, 원중거, 정철조 등과 후배이자 제자 그룹인 박제가, 유득공, 이서구 등의 중간에서 매개 고리 역할을 한 북학파(백탑파)의 중추적인 인물이었다. 또한 박제가, 유득공, 서이수와 함께 정조 시대 개혁 정치를 상징하는 ‘규장각 사검서’로 활약했으며, 사후 정조에 의해 국가 차원에서 유고집이 간행되었던 대문장가였다. ‘위대한 백 년’이라 일컬어지는 18세기 조선 지식인 사회를 이끈 주요 인물 중 한 명이지만 『의산문답(醫山問答)』의 홍대용, 『열하일기(熱河日記)』의 박지원, 『북학의(北學議)』의 박제가, 『발해고(渤海考)』의 유득공과 달리 대중적으로는 널리 알려져 있지 않았고, 그러한 덕분에 지금까지 그의 삶과 사상을 전체적으로 조명한 책은 거의 없었다.
이덕무의 전집 『청장관전서(靑莊館全書)』를 오랫동안 탐독해온 고전연구가 한정주는 청장관(靑莊館, 해오라기)이란 호에 걸맞은 이덕무의 글에 온전히 매료되어 그의 삶과 사상을 한 권으로 엮어냈다. 이 책 『조선 최고의 문장 이덕무를 읽다』는 ‘이덕무 마니아’ 한정주가 들려주는 ‘이덕무를 읽는 여덟 가지 시선’으로, ‘독서가이자 문장가, 민속학자이자 박물학자, 북학자이자 남학자, 비평가이자 편집자’인 이덕무의 다양한 모습을 담고 있다. 개성과 자유라는 시대적 인문 정신을 대표하는 지성인으로서의 이덕무를 우리 앞에 생생히 복원해낸 이 책은 경전에 쓰인 문자를 절대시한 일반적인 성리학적 지식인상을 좇지 않고 개인의 취향과 감정을 거리낌 없이 드러내고 표현한 이덕무의 개성적인 면모와 더불어 사회적 틀을 전복시켜 새로운 가치를 추구하는 데 거리낌 없던 호쾌한 문장론과 진솔한 삶의 자세를 있는 그대로 들려준다. 또한 이덕무가 교류한 당대 지식인들의 문장과 내면세계도 함께 살펴봄으로써 18세기 조선의 지성사를 재구성해냈다.
이 책의 진정한 가치는 이덕무의 삶과 사상을 있는 그대로 재구성해 들려주는 것에서 더 나아가 이덕무를 통해 시대를 초월한 인문 정신이 무엇인지 들려준다는 데 있다. 저자 한정주는 낯설고 익숙지 않은 세계에 대한 열린 마음과 태도를 지닌 이덕무의 ‘개방성’, 자신이 속한 세계를 넘어선 인문학적 호기심과 상상력의 ‘확장성’,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가치를 추구한 ‘불온성’에 주목한다. 이덕무에게서 찾아볼 수 있는 개방성과 확장성, 불온성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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