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인터넷펌 * 깊은 맛 / 김종제 모름지기 배추는 다섯 번은 죽어야 깊은 맛을 얻을 수 있다는데 밭에서 잘 자란 놈을 모가지 잡아채서 쑤욱 뽑아내니 그 첫 번째요 도마 위에 올려놓고 번득이는 칼로 몸통을 동강내니 그 두 번째요 커다란 고무다라에 소금물 뒤집어쓰고 누웠으니 그 세 번째요 고춧가루에 마늘에 생강에 온몸이 붉은 피로 뒤범벅이 되었으니 그 네 번째요 마지막으로 독이란 관에 묻혀 흙 속으로 다시 돌아가니 그 다섯 번째라 푸르뎅뎅한 겉절이 같은 것이 아니라 시큼털털한 묵은지 같은 것이 아니라 쓴맛에 매운 맛에 단맛까지 몇 번은 죽어 깊은 맛을 내는 김치처럼 우리네도 몇 번은 죽었다가 몇 번은 살았다가 곰삭은 인생이야말로 깊은 맛을 지니는 것 아닌가 잘 익은 저 주검을 손으로 집어 한 입 먹어주는 것도 生에 한 발 더 깊이 빠지는 일이겠다 * 김치악당 / 안도현 밥 먹을 때마다 밥상에 쳐들어와요 빨간 혀를 날름거려요 퀴퀴한 냄새를 풍겨요 김치 악당이에요 매운 맛 좀 볼래? 나를 놀려요 매운 맛 좀 봐라 내가 물리쳐야겠어요 우걱우걱 씹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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