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에서 마이클 니만의 음악은 다소 음산하고 슬픈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The Heart Asks Pleasure First' 'The Promise' 'The Scent Of Love' 등은 격정적이면서도 섬세한 멜로디로 에이다와 베인스가 사랑을 나누는 장면에 쓰이고 있다.
에이다가 베인스를 만나기 위해 숲속을 뛰어갈 때 흐르는 'Deep Into The Forest' 피아노 건반 위에 사랑의 메시지를 적어 베인스에게 보내려다 스튜어트에게 들켜 손가락이 잘리는 고통을 당할 때 나오는 'The Wounded' 는, 피아노와 함께 고음의 관악기가 사용되어 에이다가 느끼는 감정의 기복을 잘 표현해주고 있다. 그리고 에이다의 강한 의지력을 보여주는 곡으로는 'The Mood That Passes Through You' 'Dream Of A Journy' 를 들수 있는데, 여기에서 두드러지는 피아노 선율은 이 영화에 대해 진지한 인식을 심어주는데 한몫 하고 있다
[마이클 니만의 피아노 협주곡] 마이클 니만(1944~)은 영국의 가장 혁신적이고 유명한 작곡가이다. 그의 작품들은 오페라와 현악4중주, 영화의 사운드트랙과 관현악 협주곡까지 다양하게 분포해 있다. 그는 단순히 작곡가일 뿐 아니라, 연주자, 지휘자, 피아니스트, 작가, 음악학자, 사진가인 동시에 영화 제작자이기도 하다. 제인 캠피온의 1993년작, 홀리 헌터와 하비 카이틀 주연의 영화 '피아노'의 사운드트랙을 비롯, 피터 그린웨이 감독의 영화 사운드트랙들을 작곡했는데, 특히 니만의 피아노 협주곡은 이 '피아노' 영화의 사운드트랙에서 파생되어 작곡된 곡이다.
★아래 내용은 2004년 내한공연때 했던 인터뷰 일부이다
-한국은 첫 번째 방문인가? “그렇다. 하지만 오래전부터 가보고 싶었던 나라다. ‘피아노’ OST가 유독 한국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보인 바 있었다. 나의 음악에 그토록 애정을 가져주는 청중이 그렇지 않아도 궁금하던 차였다. 한국 영화에 대해서도 관심이 매우 높다. 특히 이번 칸느 영화제에 출품되었던 몇몇 작품들에 흥미를 느꼈다.”
-필립 글래스와 마찬가지로 당신 또한 탁월한 영화음악 작곡가로 유명하다. 이번에도 당신이 작곡한 영화음악들을 가지고 내한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렇다. 1부에서는 ‘피아노’와 ‘영국식 정원 살인사건’ ‘프로스페로의 책들’ 영화음악을 연주한다. 2부는 작곡 동기도, 스테이지 방식도 색다르다. 베르토프가 1929년 만든 무성영화 ‘카메라를 든 사나이’를 영상과 더불어 연주할 것이다.”
-다른 영화음악들도 영상에서 받은 영감을 가지고 작곡을 하는가? “때에 따라 다르다. 대부분의 경우는 시놉시스를 보고 작곡한다. 감독이 영상이 만드는 것은 그 다음이다. 피터 그리너웨이와의 모든 작품이 이런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제인 캠피온의 ‘피아노’도 음악을 먼저 작곡한 케이스다. 특히 ‘피아노’는 그 완성된 이미지가 내가 작곡하며 떠올렸던 이미지와 전혀 달라서 놀랐던 영화이다. 영감을 이중으로 받은 셈이었는데, 유달리 내게 깊은 감동을 주었던 터라, 아직까지도 의미깊은 작업으로 손꼽는다.”
-하지만 ‘피아노’는―비록 대중적으로는 성공했지만― 예전 당신의 작품들과 비교할 때 성격이 매우 달랐다고 생각한다. 미니멀리즘의 특징인 반복도 거의 없을 뿐더러 선율은 낭만적이고, 다소 뉴에이지적인 냄새까지 풍긴다. “그것은 내가 영상 안에서 누리는 자유이다. 혹자는 영화음악은 영상에 종속되어 있기 때문에 자유롭지 못한 음악이라고 말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오페라라든가, 현악 4중주와 같은 콘서트용 음악을 만들 때면 나는 늘 나의 트레이드마크가 되어버린 실험적인 스타일을 잃지 않으려는 강박관념에 시달린다. 그러나 영화음악은 다르다. 영상이며 시놉시스며 혹은 감독에게서 받은 영감을 스타일에 구애받지 않고 내가 생각하고 느낀 바대로 표현하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실상 내 영화음악은 ‘프로스페로의 서재’를 전후하여 스타일이 보다 서정적으로 바뀌었다. ‘피아노’가 그랬고 또 앤드류 니콜의 ‘가타카’가 그랬다. 제인 캠피온 감독은 ‘피아노’ OST를 의뢰하면서, ‘피터 그리너웨이의 작품을 통해 나의 음악을 발견하긴 했지만 그와 동종은 사양한다’고 사전에 분명히 의사를 밝혔다. 이런 서정적인 변화는 물론 텍스트상의 주제와 소재에 의한 것이기도 하다.”
-끝으로 한국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나의 ‘피아노’ 음반을 아껴준 모든 한국의 음악애호가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표하고 싶다. 나의 밴드와 더불어 그들 모두에게 음반과는 또다른 라이브의 감동을 선사하고 싶다.”
The Piano
| The Piano , 1993 제작 요약: 오스트레일리아 외 | 로맨스/멜로 | 2014.12.04 재개봉 | 청소년관람불가 | 121분 - 감독: 제인 캠피온
- 출연: 홀리 헌터. 하비 케이틀. 샘 닐. 안나 파킨
피아노는 칸 영화제에서 [패왕별희]와 함께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호주 감독 제인 캠피온의 페미니즘 영화이다. 19세기 말의 미개척의 뉴질랜드를 배경으로 야성을 간직한 원주민 베인즈와 침묵을 지키는 여인 아다의 사랑을 그리고 있는 이 영화는, 호주 원주민과 이민자들과의 관계, 여성과 남성의 관계를 섬세하게 그린 수작이다. 주인공 아다 역을 맡은 홀리 헌터의 섬세한 내면연기가 단연 돋보이는 작품.
|
|
■ 피아노
여섯 살 때부터 말을 못하게 된 에이다(홀리 헌터)는 아버지에 의해 딸 플로라와 함께 뉴질랜드의 한 땅부자 알리스더(샘 닐)에게 정략결혼으로 팔려 간다. 에이다에게는 피아노를 치는 것이 세상과 소통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그러나 에이다가 못마땅한 알리스더는 피아노를 배에서 내린 곳에 버려두고는 옷가지만 챙겨 모녀를 집으로 데려간다.
마오리족과 숲으로 둘러싸인 에이다의 새로운 터전은 모녀에겐 자연 속 지옥이다. 피아노를 잃은 에이다는 오로지 악보 속 멜로디를 상상하며 산지옥을 버텨나간다. 설상가상으로 알리스더는 해변가에 있던 피아노를 그의 사업 파트너 베인즈(하비 케이틀)에게 팔아버린다. 그러나 피아노를 뺏긴 것이 에이다에게는 새로운 삶의 도화선이 된다. 베인즈는 알리스더에게 피아노를 사는 조건으로 에이다에게 레슨을 받을 것을 요구한다.
레슨을 위해 방문한 첫날, 베인즈는 연주만 듣겠다고 말한다. 그것이 그의 레슨이었던 것이다. 어느 날 베인즈는 연주를 하던 에이다의 목에 키스를 하며 충격적인 제안을 한다. 방문할 때마다 검은 건반 한 개씩이 에이다의 소유가 되는 것이다. 베인즈는 제안에 응한 에이다의 몸에 피아노를 치듯 손가락을 얹는다. 구멍 난 스타킹 위의 살점으로 시작한 그의 연주(?)는 에이다의 어깨로, 등으로 악장을 넘긴다.
에이다가 오지 않는 날이면 베인즈는 알몸으로 피아노 곁을 서성인다. 에이다의 건반을 만지고, 몸을 비벼댄다. 베인즈가 에이다에게 빠졌듯 에이다도 점차 그에게 중독된다. 에이다가 좀처럼 마음을 주지 않자 낙담한 베인즈가 검은 건반의 수를 다 채우기도 전에 피아노를 에이다에게 보내버렸을 때 에이다는 단숨에 베인즈에게 달려간다. “당신으로 인한 사랑으로 난 먹을 수도, 잘 수도 없다”고 말하는 베인즈. 사랑으로 사지를 갉아 먹힌 남자 앞에서 에이다는 숨도 고르지 않은 채 걸친 옷을 벗어버린다. 짐승처럼 매달리는 베인즈에게 에이다는 그가 원했던 모든 것을 내준다.
제인 캠피온 감독의 1993년작 ‘피아노’(사진)는 압도적인 러브스토리와 피아노 선율에서
느껴지는 관능적인 이끌림으로 보는 이를 피곤하게(?) 만든다. 영화 전체에 흐르는 피아노 연주는 베인즈의 폭발적인 욕망과 닮았다. 느긋이 시작해서 절정을 넘기는 테마곡 ‘더 피아노’를 듣고 있노라면 베인즈의 뜨거운 숨이 귀를 감는 듯하다. 그래서 영화를 보고 나면 온몸이 짓눌린 것 같은 아련한 피로감이 느껴진다.
이 영화는 칸국제영화제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뉴질랜드 자연의 절경을 펼친 장면이 넋을 놓게 하지만, 영화에서 가장 아름다운 요소는 남녀의 애처로우면서도 질긴 사랑이다. 알리스더는 둘의 관계를 알아내고 질투심에 에이다의 손가락을 잘라버린다. 베인즈를 만날 때마다 에이다의 또 다른 손가락이 잘려나갈 것이다. 알리스더는 손가락을 베인즈에게 보낸다. 그렇게 에이다의 영혼이 거세되고 눈앞의 모든 추가 죽음을 가리키고 있을 때 에이다가 알리스더에게 마음속 말을 전한다. “베인즈가 나를 데려가게 해요. 나를 구해주게 해요”. 처음으로 알리스더는 에이다의 마음속 절규를 듣는다. 그는 분노와 절망으로 몸부림치면서도 에이다와 베인즈를 보내주기로 한다.
어쨌거나 영화의 결말은 해피엔딩이지만 멍이 든 듯 가슴이 욱신거린다. 선율로만 세상을 만나는 한 여자에게 피아노 건반을 준 남자. 같은 공기를 나눠 마실 수 있는 거리에만 있어도 발정 난 것처럼 여자에게 붙어 떨어질 수 없는 남자. 캠피온 감독은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최고의 러브스토리를 만들어 낸 것이 아닌가 싶다. 또한 영화에 나오는 피아노 연주와 수화를 모두 직접 소화해 낸 홀리 헌터는 대사 대 손으로 연기를 한 셈이다. 건반을 만지고, 그림을 그리듯 수화로 말을 하는 헌터의 손은 극 중 에이다의 입을 대변하듯 부드럽고 우아하며 농염하다. 캠피온의 경이로운 스토리와 헌터의 손, 그리고 마이클 니만의 오리지널 스코어는 영화를 마치 신화를 읽듯, 곱씹고 찬미하게 한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