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도올/ 노회찬

tlsdkssk 2018. 7. 28. 10:53



나쁜 놈들에 비해 도덕적인 사람들만 비극
너그럽고 품위있어 공자같은 사람이라 생각
늘 민중의 언어로 비유..우리 시대의 예수
어떻게 이런 최후를 맞았나 눈물이 끓어올라
정치인들, 서민 위했던 노회찬의 삶 배워야
대기업들 생각 바로잡지 않으면 희망 없어
한국당 참패,가짜 보수에 대한 참보수의 승리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30~19:55)
■ 방송일 : 2018년 7월 26일 (목)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도올 김용옥

◇ 정관용> 도올 김용옥 선생님께서 고 노회찬 정의당 의원 빈소에 직접 추모의 한시를 지어서 보내셨답니다. 어떤 내용인지 선생님의 목소리 직접 듣겠습니다. 도올 선생님 안녕하세요.

◆ 도올 김용옥> 오랜만입니다.

◇ 정관용> 고인과 개인적인 인연이 있으셨어요?

◆ 도올 김용옥> 많이 만난 분이죠. 그분이 이런 한학에도 조예가 있고 그래서... 저한테 문의도 많이 하고 그러면 항상 전화로 얘기를 해도 즐거운 사람이니까 가깝게 느꼈죠, 항상.

◇ 정관용> 보내신 한시 제가 한자음 그대로 한번 먼저 읽어보겠습니다. "혁명지절암운농 찬연소거갱애상(革命之節暗雲濃 燦然消去更哀傷)" 무슨 뜻입니까?

◆ 도올 김용옥> 이것이 사실 우리의 시대를 굉장히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는 건데. 촛불혁명 이래 우리가 사실은 우리 사회의 변화가 급격하게 이루어지고 있고 분명히 혁명의 계절이기는 한데. 그래서 나쁜 놈들이 많이 도태되잖아요. 그런데 항상 이 나쁜 놈들이 도태되는 시절에는 좋은 사람들이 더 피를 본다는 거예요. 이게 불란서 혁명 때도 그랬고 두 도시 이야기니 디킨스 이야기도 그렇지만, 우리가 해방 정국에도 고하 송진우라든가 몽양 여운형이라든가 설산 장덕수라든가 백범 김구 이런 분들이 모조리 다 그랬잖아요. 그러니까 그런 의미로 혁명의 계절은 참 좋은 거지만 그 시절에는 먹구름, 암운도 짙어만 가게 마련이다.

그러니까 혁명과 암운이라는 걸 대비시키면서 그다음에 찬연이라는 말과 대비가 돼요, 이게. 제가 쓴 만장인데 노회찬의 이름이 '찬' 자로 끝나기 때문에. 찬란하다라는 찬 자. 그래서 회찬이 찬란하게 가는구나. 그래서 아주 찬연히 소거라는 건, 말도 없이 갑자기 연기처럼 사라져버렸다. 그러니 우리의 마음을 더욱 애상하게 만든다. 그러니까 상당히 이 한문 구절만 보아서 언뜻 해석하기 어려운 그 쌍관적인 의미를 여기에 썼고 그래서 오늘 사실 인터뷰를 응하게 된 것도 이 한시를 이왕이면 제가 쓴 거니까 정확하게 해설해 드려야 되겠다는 생각이 있었죠.

◇ 정관용> 혁명의 계절에 나쁜 놈들이 도태되지만 좋은 사람들이 더 피를 보는. 즉 혁명의 계절에는 먹구름도 짙다...

◆ 도올 김용옥> 그러니까 뭐냐하면 지금 우리 사회에 제가 막말로 나쁜 놈이라고 표현한 그런 분들은 사실은 그냥 나는 그냥 나쁜 사람이라는 걸 드러내놓고 살잖아요. 그러니까 그냥 물러난 것뿐이지 인간적인 피해가 없어요. 인간적인 피해가 없는데... 도덕적으로 살아온 사람들은 그리고 그 변화에 대해서 책임을 지고 모든 것을 최선을 다하려고 하는 사람들은 작은 흠집에 그 자기들이 살아온 평소의 도덕성 때문에 역으로 당하는 이런 비극이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다면... 이런 걸 나는 우리나라 사법질서라든가 이런 모든 법해석에 있어서도 고려해야 할 상당히, 제가 지적하는 건 추상적인 문제지만 고려해야만 할 문제라는 거죠.

◇ 정관용> 그렇군요. 참... 많은 시민들이 노회찬 의원의 빈소를 찾아 줄을 서서 조문을 하고 있습니다. 이 현상은 선생님, 어떻게 해석하세요?

24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의 빈소에 조문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박종민 기자/자료사진)

◆ 도올 김용옥> 저는 원래 노회찬이라고 그럴 때 그게 노나라 노(魯) 자예요. 그 노나라가 공자 나라라고요. 그래서 노회찬을 항상 보면 공자같이 생겼다. 사람이 너그럽고 좀 품위가 있게 넓게 생겼잖아요. 참 공자 같은 사람이다... 이런 생각을 내가 항상 했고. 회(會) 자라는 게 항상 사람을 모은다 그런 의미겠거든요. 이문회우(以文會友)라든가 그런 우리 동양의 고전에도 그런 말들이 많지만. 사람을 주변으로 잘 모으고 그리고 그들을 아주 설득시키는 데 귀재고.

그런데 이 사람의 특징이 말이죠. 저는 꼭 슬프게만 얘기를 하는 게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노회찬 씨니까 기쁘게 말하겠습니다. 그런데 우리 시대의 예수라고 생각했어요,이 사람을. 왜 그렇게 생각하냐 하면 예수 마가복음에 보면 예수라는 사람은 입 뻥긋 하면 다 비유였다 그러거든. 비유가 아니면 말하지 않았다. 씨 뿌리는 자의 비유라든가 겨자씨의 비유라든가 수없는 비유가 있습니다. 강도를 만난 비유라든가 이 모든 그 수많은 비유를 쓰는 데 사실 달인이었는데, 많은 사람들이 예수를 이해를 못하고 그게 무슨 하늘의 무슨 하나님의 말씀으로 아는데 예수가 그 비유의 달인이었다는 의미하는 예수가 바로 '민중의 언어'를 쓸 줄 알았다는 거예요.

◇ 정관용> 비유는 민중의 언어다.

◆ 도올 김용옥> 왜냐하면 우리나라 속담 보세요. 속담이라는 말은 속한 말이라는 거예요. 지식인들이 만든 말이 아니에요, 속담은. 속담은 전체가 비유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민중은 그 상황상황에서 자기를 표현하는 방식이 비유라는 거예요. 판을 갈자고 해서 정치판갈이를 무슨 관을 세워서 철학적으로 해석해 봐요. 웃기잖아요. 그냥 삼겹살 먹던 불판이 40년, 50년 해쳐먹었으면 빨리 갈아버려야 되지 않냐. 그 말 한마디에 사람들이 노회찬이라는 인물을 알게 됐잖아요.

◇ 정관용> 그렇죠.

◆ 도올 김용옥> 그런데 이 사람이 그게 철학에 있어선 누구보다 머리가 좋은 사람인데 우리 시대에 경기고까지 나온 사람 아니에요. 그런데 이 사람은 민중이랑 밀착된 삶을 살았기 때문에 민중의 언어가 몸에 배어 있고, 그렇기 때문에 상황 상황에서 민중의 언어로 얘기하기 때문에, 민중이 무엇보다 속시원하고 친근하고 비근한게 느낀단 말이에요, 이걸.

◇ 정관용> 공감되고.

◆ 도올 김용옥> 공감되고. 그러니까 이 노회찬을 과연 배신할 인물이 있는가, 이 시점에서. 눈물이 정말 제가 애상이라고 그랬지만 말이죠. 지금 제 가슴에서 지금 눈물이 끓어오르는데. 정말 이거는 어떻게 해서 이런 사람이 이런 최후를 맞이하는가. 모든 사람의 심정이 이런 심정일 거란 말이죠. 저는 국민들이 진정한 민중의 친구와 민중의 언어를 상실했기 때문에 이렇게 애통해하고 있는 중이다 그렇게 말씀하고 싶어요.

◇ 정관용> 참 정말 애통합니다. 선생님께서 처음부터 지금 촛불혁명 이후 혁명의 계절 이런 표현을 사용하셨는데. 촛불혁명의 명령은 사실 정권교체에 적폐청산을 넘어서 더 많은 사회경제적 개혁 이런 것까지 요구한 거 아니겠습니까?

◆ 도올 김용옥> 그렇죠.

◇ 정관용> 그런 의미에서의 혁명적인 움직임... 지금 문재인 정부가 잘 이끌어가고 있다고 보세요, 어떻게 보세요?

◆ 도올 김용옥> 지금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건 이 국민의 사랑을 받는 이 큰 별이 이렇게 떨어졌는데 이 이후의 정국을 어떻게 끌어가야 될 것인가. 나는 한마디로 노회찬을 배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노회찬을 진정으로 우리가 모든 정치인들이 배워야 된다. 노회찬을 배워야 된다는 건 뭐냐? 결국은 노회찬의 삶이라고 하는 것은 우리나라의 대자본들이 서민들을 더 갈취하는 그런 방식으로 자본을 증대하고 이윤을 증대해서는 아니되겠다.

◇ 정관용> 바로 그 고발이죠.

◆ 도올 김용옥> 바로 그 고발. 유명한 얘기 있잖아요. 도둑이야! 하고 외치는데 경찰들이 도둑을 잡을 생각을 안 하고 도둑이야! 하고 외치는 이 불행한 서민을 갖다가 잡아서 구속을 한다.

◇ 정관용> 노회찬 의원이 한 얘기죠.

◆ 도올 김용옥> 그러니까 지금 우리 사회는 기본적으로 이 노회찬의 목소리라고 하는 것은 이 문제를 해결해야 되는 겁니다. 그러니까 대기업들이 예수 회개하라 그랬는데 회개하라고 하는 게 천국에 가까웠으니 회개하라. 그게 무슨 얘기냐 하면 그게 원어로는 메타노이아라고 하는 것은 생각을 바꾸라는 건 뉘우치라는 게 아니라. 너의 세계를 바라보는 눈을 좀 돌려라.

◇ 정관용> 시각 개조?

◆ 도올 김용옥> 시각을 개조해라. 왜? 네가 개조하면 바로 천국이, 누구에게든지 천국이 온다. " kingdom of God is at hand" 가까이 있다는 말이죠. 그거는 생각을 바꿔야 돼요. 그러니까 우리나라의 사회 진보를 위해서 대기업들이 생각을 바꿔야 됩니다. 그러면 최저임금 문제든 모든 걸 다 해결됩니다. 그런 만큼 위정자들, 그 정권의 힘을 가지고 있는 자들은 절대적으로 진보, 보수 나는 그런 걸 막론하고 지금 이 대기업들의 횡포를 바로잡지 않으면.

◇ 정관용> 안 된다?

◆ 도올 김용옥> 우리 사회는 희망이 없는 거죠. 바로 그걸 노회찬은 이 서민들의 삶을 우리가 최소한 이들의 삶을 본질적으로 향상시키는 그런 소위 제도가 보장이 안 되면 우리가 어떻게 될 것인가. 이거를 그렇게 아주 간절히 외쳤던 사람 아니에요. 그 목소리를 우리가 이어 가야죠.

◇ 정관용> 배워서 이어가야 되는데. 지금 대기업들 횡포 고치고 바로잡는 거 지금 못마땅하시죠. 제대로 못하고 있다고 보시는 거죠?

◆ 도올 김용옥> 못 하고 있죠. 못 하고 있고 그런 문제에 대해서 정의로운 기준을 세워서 그 기준에 따라서 아주 원칙적으로 철저히 하더라도 뭔가 대의의 중심을 세워서... 예를 들면 그런 것도 일방적으로 진보다 이런 걸로만 가지고 지금 우리가 얘기를 할 게 아니라 대의를 위해서 국민들을 설득을 시켜야 되는 거죠.

◇ 정관용> 대의로 설득...

◆ 도올 김용옥> 그 어떤 국민의 전체적인 염원을 총체적으로 고려해서 우리가 서로 이렇게 양보하고 이렇게 나가야 되지 않습니까? 그리고 그러한 원칙의 기준을 아주 이렇게 보편적으로 수용하는 역량이 있어야 되는데. 지금 우리 사회는 정치가 그저 그냥 아직도 꼴보수 그리고 그냥 입으로만 뇌까리는 진보 이런 것에서 민중의 현실은 방치되고 있는 편이다. 그러니까 이거를 우리가 고쳐야 되지 않느냐.

◇ 정관용> 알겠습니다. 지금 집권세력을 향해 입으로만 뇌까리는 진보. 노회찬한테 배워서 제대로 대의를 세워서 국민 전체를 설득하라 이런 조언을 주신 거고요. 상대적으로 지난 지방선거에 참패한 이후에 지금 비대위까지 만들어서 회생하려고 하는 자유한국당에 대해서 한말씀하신다면?

◆ 도올 김용옥> 글쎄... 자유한국당에 대해서 제가 그렇게 드릴 말씀은 없지만 우리나라, 결국은 보수지만 진정한 보수가 과연 있느냐. 그러니까 지난번 어떤 의미에서
지방선거에서 참패를 하게 된 것은 사실은 보수의 참패가 아니라 보수의 승리다 이런 역설도 있거든요.

◇ 정관용> 그렇죠.

◆ 도올 김용옥> 그게 왜그러냐 하면 어떤 의미에서 조금 진정한, 진정성이 있는 보수들이 말도 안 되는 보수를 몰아낸 사건이다. 그러니까 그만큼 우리나라 지금 보수라고 하는 사람들은 그냥 역사에 대해서 터무니없는 그냥 발길질만 하고 있는 그런 일을 하지 말고 이 대세의 흐름을 수용할 것은 정확히 수용해 가면서 보수의 입지를 만들어가는 그런 어떠한 정치, 탁월한 정치적 역량을 발휘해야 한다는 거죠. 그러니까 어느 정권이든지 보수가 보수다운 역할을 못 해주면 그 진보 자체가 패망합니다.

◇ 정관용> 그러니까요.

◆ 도올 김용옥> 그러니까 지금 자유한국당이야말로 이 역사에서 할 일이 많이 있다, 분발해 주시기를 사상가로서 부탁드린다 이런 말씀하고 싶습니다.

23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노회찬 의원의 빈소를 찾은 시민들이 시민들이 조문을 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 정관용> 알겠습니다. 안타까운 마음으로 고 노회찬 정의당 의원을 보내드리면서 오늘 도올 김용옥 선생님의 좋은 말씀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도올 김용옥>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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