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지바고

tlsdkssk 2018. 3. 2. 22:04

영화-닥터 지바고 리뷰

 


2015. 6. 28

 

영화 좀 오래 봤다는 사람치고 자기 생애 최고의 반열에 주저하지 않고 꼽는 영화 중 하나가 영국 데이빗 린 감독의 1965년 작 닥터 지바고임다..


<동영상 4-1>


<영화 포스터>

 

유리 지바고 역에 이집트 출신 오마 샤리프, 유리의 영원한 연인이자 이룰 수 없는 비련의 한 짝을 이루는 라라 역에는 당대의 여우 소피아 로렌을 제끼고 60년대 당시 영국의 신성 줄리 크리스티가 맡았지요.. 그 배역결정은 대성공을 거뒀고, 크리스티는 전세계 남성팬들을 세월이 한참 지난 지금에도 <로마의 휴일>에서의 오드리 햅번과 함께 가슴 서늘하게 하는 열정적 마력을 내뿜어 이 영화의 기념비적 성공에 결정적 기여를 했슴다..



<동영상 4-2>



<라라의 서늘한 눈매>


러시아 혁명이라는 역사의 수레바퀴 속에 부대끼는 다양한 인간군상들과 함께 짜릿하면서도 가슴 쥐어짜는 운명적 사랑을 펼친 두 남녀의 가슴 벅찬 이야기가 광활한 러시아의 설원과 해바라기 뒤덮힌 대평원에서 애잔하게 파노라마처럼 펼쳐짐다..

 

모든 이들이 최고의 이별 장면으로 꼽는, 라라가 유리를 떠나 코마롭스키와 함께 마차를 타고 설원을 넘어가는 광경은 이 영화를 몇 번이나 볼 때마다 요즘 아그들 말처럼 가슴을 철렁 심쿵하게 만들지요..



<동영상 4-3>





<영화사상 가장 애잔한 이별씬>


4번째 만남 뒤에 기약없이 떠나는 연인을 마지막 보기 위해 2층 다락방에 뛰어올라가 시야를 가리는 눈덮힌 창문을 깨고 멀어져가는 마차 뒷모습을 안타까움 속에 응시하는 유리의 눈빛 연기는 정말 명장면 중의 명장면으로 영화사에 남을 듯 함다..

 

특히 이 영화의 OST'Somewhere My Love'(라라의 테마) 곡 역시 50년이 지난 지금도 본인과 함께 동시대를 거쳐온 세대들에게는 그 아련하고 한 서린 발레라이카의 음색과 함께 결코 잊혀지지 않으리라 여겨지네요..



<동영상 4-4>




줄거리


8세의 나이에 고아가 된 유리 지바고(Yuri: 오마 샤리프 분)는 그로미코가()에 입양되어 성장한다. 1912년 어느 겨울 밤, 그는 크렘린 궁성 앞에서 노동자들과 학생들이 기마병에게 살해되는 것을 보고 큰 충격을 받는다. 이 일 이후 그는 사회의 여러 뒷면들을 접하게 되고, 의학을 공부해 빈곤한 사람들을 돕고자 꿈꾼다.



<악인을 저격하는 당찬 라라>


그는 그로미코가의 고명딸 토냐(Tonya: 찰리 채플린의 딸 제랄린 채플린 분)와 장래를 약속하며 열심히 의학실습에 몰두하는데 운명의 여인 라라(Lara: 줄리 크리스티 분)와 마주친다. 그녀는 어머니의 정부 코마롭스키(Komarovsky: 로드 스타이거 분)에게서 성적유린을 당하자 유명인사들의 크리스마스 무도회장에 잠입해 코마롭스키에게 권총발사로 총상을 입힌다. 유리는 다시 한번 이 여인에게 호기심을 느낀다. 그러나 라라에게는 혁명가 파샤(Pasha/Strelnikov: 톰 카우트네이 분)라는 연인이 있었다.




<이별을 예감하는 두 사람의 한시적 동거>


19141차대전이 일어나고 군의관으로 참전한 그는 우연히 종군간호부로 변신한 라라와 반갑게 해후한다. 1917년 혁명정부가 수립된 러시아에서 유리와 같은 지식인은 제일 먼저 숙청될 대상이었다. 그래서 그는 우랄 산맥의 오지 바리끼노로 숨어든다. 궁핍하지만 평화가 감도는 전원생활을 보내다 적적함을 달래려 시내 도서관을 찾은 그는 우연히 그 근처로 이주해온 라라와 다시 운명적으로 만나게 된다.


<조강지처의 지존 토냐>


이때부터 유리는 라라와 토냐 사이를 오가면서 이중 밀회를 지속한다. 그뒤 빨치산에 잡혀 강제 입산을 당한 유리는 천신만고 끝에 탈출하여 이리저리 방황한다. 그 후, 이복 형의 도움으로 생활하던 중에 전차를 타고 가다가 걸어가고 있는 라라를 보고 내려서 황급히 뛰어가다 심장마비로 절명한다. 이것도 모르는 라라는 내란 통에 잃어버린 유리와의 사이에서 난 딸을 찾기 위해 이곳저곳을 기웃거리고 있었다.


출연


오마 샤리프 (Omar Sharif) - 유리 지바고

줄리 크리스티 (Julie Christie) - 라라

제랄딘 채플린 (Geraldine Chaplin) - 토냐

로드 스타이거 (Rod Steiger) - 코마롭스키

알렉 기네스 (Alec Guinness) - 예프그라프 지바고

숍한 맥케나 (Siobhan McKenna)

랠프 리처드슨 (Rlaph Richardson)

리타 터싱햄 (Rita Tushingh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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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길영] 2015-06-29 17:00:20


역사의 바퀴는 피로 돌어간다는 무솔리니의 말이 생각납니다.
영화를 다시 감상할 기회를 주어서 감사합니다.


[김재민] 2015-06-29 20:16:52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던 마오쩌뚱의 어귀도 무솔리니에 대응해 갑자기 떠오르네요.. 본 영화 길영공도 여러번 봤을 건데 감흥의 변화 포인트가 좀 변했는지 스스로가 인지해 보는 것도 재미있겠네요..

나는 라라의 신비스러운 매력이 이 영화 볼 때마다, 세월이 갈수록 더 뻗쳐져 가니 이것 참 우짜란 말입니까?.. 어허.. 참


[이길영] 2015-06-30 14:00:03


옛날에는 영업적인 차원에서 영화를 임의로 잘라서 단축 상영을 하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야기의 전개도 끊겨서 이어지지도 않았습니다. 더군다나 미성년자 관람가로 만들기 위하여 키스씬은 몽땅 자르고 하였습니다. 정사신에서 할 말을 다하는데 말입니다.


거기에다 오역으로 원작을 보지 않은 사람들은 생뚱맞은 자막에 당황스로워 하기도 하였습니다. 오역은 소설도 마찬가지였지만 말입니다. 그래도 그 당시에 우리의 상황이 이런 것이라도 볼수 있다면 감지덕지였습니다.
아! 그래도 그때가 난 좋았습니다.


계속 보겠습니다.


[김재민] 2015-06-30 22:46:14


길영공 말이 딱 맞네요.. 8, 90년대까지 외화대작들은 수입업자들이 상영횟수를 늘리고 청소년 관람층까지 흡수하기 위해 저그 맘대로 가위질로 단축하여 스토리 전개 흐름이 매끄럽지 못한 경우가 비일비재했심다. 그럼에도 이게 어디냐 하며 볼 수 있는 기회를 기꺼워들 했지요..

이 영화가 65년 말에 완성되었는데 우리나라에 첫 상영되기는 69년 정도인 걸로 기억됨다. 소생도 중3 때 처음 봤는데, 2시간 반여 상영되는 영화에서 전투씬은 별로 없고, 있어도 누구와 누구끼리 싸우는지도 이해되지 않아 유명하다는데 왜 이리 지루하나 했던 생각이 떠오르네요.

1차대전에서의 독소전, 러시아 혁명으로 독일과의 단독 휴전, 러시아 황제 일가 처형, 부르주아 지식층 숙청, 볼세비키와 백군과의 2년여 내전 같은 역사적 사건들을 잘 모르는 상황에서 지바고와 라라가 왜 저리 자주 헤어졌다 만났다를 반복하는가가 이해 안되는 게 당연했지요..

하지만 고3 때부터 더 깊은 세계사 배움을 통해 조금 더 이해도가 높아졌고, 대학시절을 거쳐 4, 50대에 접어들면서부터는 이 영화의 영화사적 의의에서 거장 감독의 대단한 연출력에 탄복하는 수준까지 눈뜨게 되었는 것 같심다.

마치 괴테가 대작 '파우스트'를 완성시키는데 60년이 걸린 것처럼, 이 영화도 제대로 이해하고 감흥을 느끼는 수준까지 오려면, 처음 대면한 해로부터 수십년은 족히 걸려야 될 듯 하네요..


[이길영] 2015-07-01 01:37:50


선친의 지인 중에 황해도 출신의 경찰에 오래 계셨던 분이 있었습니다.
이북에서 정혼을 한 규수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육이오로 그 분만 그만 남한에 남게 되었습니다. 그 분은 원래 황해도의 지주 출신이라 그 가족도 다 죽었다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가족의 행방을 수소문 하여도 아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남한에서 다른 여자를 만나서 결혼하여 아들 둘을 두었습니다.
그런데 서울에 출장을 갔다가 놀랍게도 약혼녀와 어머니를 만나게 됩니다.
결혼을 이미 한 몸이라 약혼녀 혼자 였다면 모르지만 자기의 어머니를 모시고 피난길을 나온 약혼녀를 어떻게 그냥 내버려 둘 수가 있었겠습니까?


그러다보니 약혼녀 사이에서도 두 딸을 두었습니다.
아저씨는 경사로 정년 퇴직을 하였지만 그 당시에는 무소불위의 밀수합동수사본부에서 일하고 있었습니다.
끗발도 좋고 마음만 먹으면 축재도 할 수 있었지만, 돈하고는 거리가 먼 분이었습니다.
언젠가는 아저씨의 직무에 얽힌 일화가 잡지에 소개되었는데 범인을 잡으려갔다가 그만 범인의 아내가 해산을 하게 되는 바람에 그 뒷바라지를 해주고 쌀도 사주고, 어떨 때는 딱한 도둑놈은 도망가라고 한 눈을 파는 체 하기고 했답니다. 경찰의 박봉으로 두 집 살림을 하기가 벅차서 선친이 물질적으로 도와주고는 했습니다.

나중에 얘들이 다 커서 아버지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는 나이가 되자 부산의 아들들과 서울의 딸들을 만나게 하여 서로의 형제가 자매가 있음을 알게 합니다. 그러나 부산 부인의 반발로 서울 식구들은 미국으로 이민을 가야만 했습니다. 서신왕래는 우리집을 통해서 하고 아저씨는 딸의 편지를 받으면 울고 하였습니다.

언제가는 딸이 아저씨를 보러 한국에 나온 적도 있었습니다.


말년에 아저씨의 퇴직금을 몽땅 아들의 사업자급으로 주었다거 다 털리고 병석에 있다가, 병문안 간 제 선친의 손을 잡으면서 딸 좀 보게 해달라고 울면서 애원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것은 서울의 식구들을 보고 싶다는 이야기였지요..


그러나 그것을 마지막으로 아저씨는 세상을 떠났습니다.
왜 퇴직금을 아들에게 다 주었냐고 물어보니" 부산 식구들은 내 서울 식구들에게 돈이 빠져서 그동안 어렵게 살았다고 생각을 하고 있다.. 그래서 아들에게 사업자금을 다 줄 수밖에 없었다."고 하셨습니다.

선친의 친구분들 중 경찰 출신이 많았습니다만, 유독 이 분만 그렇게 곤궁하게 살았습니다. 그러나 제게는 가장 존경스러운 분입니다.


[김재민] 2015-07-01 08:14:32


어, 참... 소설 영화 속 유리 지바고와 거의 판박이 인생을 살다간 양반이었네요..
지바고도 조강지처 토냐에게서 1남1녀, 연인 라라에게서 1남1녀(첫 아들은 법률적 남편 파샤와의 사이에서 낳음) 를 두었고, 연인과는 마지막 이별을 당하고 끝내 못 본 채 세상을 병으로 하직했으니 말임다.

(평생을 바람끼의 늪에 빠져 헤매다 만년에 사업 말아자시고 본격적인 모친의 구박에 시달리던 제 부친도 격은 한참 떨어지지만 제법 애틋한 스토리 하나 남기고 7년 전에 떠났심다. 독일 갔다와서 모친에게 들은 얘긴데 미국에서 살던 첫 애인이 말기암에 걸려 우리 아배를 보러 한국에 왔다지요..

모친에게 계속 수구리로 지내던 부친이 무슨 뽀빠이 시금치 자신냥 하도 강력하게 돈 백만원 요청하길래 무슨 예감을 느낀 모친이 그 돈을 마련해 주자 말기암 애인과 마지막 이별여행을 다녀왔다 합디다. 평생을 땡보같은 속물성을 보이며 살아온 모친을 그리 높이 평가하지 않았지만 이 얘기를 듣고는 제 모친을 아낌없이 칭찬해 줬심다. 진짜 모친 인생에서 최고의 일을 했다고 말이지요..

미국 간 부친 첫 애인은 한달 만에 세상 떠났고, 제 부친 별세 시점도 따지고 보니 그로부터 딱 한달여 입디다.. 스토리는 그럴 듯 했지만 좀 밉살스럽습디다.. 요즘은 그 사건 하나로 우리 모친에게 꽤 잘 할라고 노력하고 있네요..)

다시 길영공 얘기로 돌아와 보니, 이 아재도 어쩔 수 없는 역사적 운명의 수레바퀴 속에서 인간다움과 삶의 진정성을 끝까지 지켜나가려 한 의인같은 양반이니 길영공 글만 읽고도 가슴이 뭉클해짐다.. 뉘신지 의미있는 삶을 살다 갔으니 어쩌면 자신의 행운을 뿌듯해 하며 갔을지도 모르겠심다..

아침에 길영공의 잔잔한 생각을 갖게 해주는 글 읽고 좋은 하루 시작함다. 고맙네요..


[이길영] 2015-07-01 15:50:07


닥터 지바고를 보니까 아버지 친구의 이 얘기가 꼬리를 물어서 아버지 생각이 납니다.
선친은 어려운 사람들을 잘 도와주셨는데 돈을 세워서 주는 법이 없었습니다.
그것은 돈을 세워서 주어서 금액을 알면 받겠다는 생각이 있는 것이고, 그러면 그 사람을 보면 그 돈이 생각이 나므로 안 받겠다는 요량으로 돈울 주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아들인 나는 형편이 남을 돋기는 커녕 혼자 서기도 .. 개쪽이라 부끄럽기만 합니다.

춘부장도 우리의 로망 로만티스트이시지만 어머님도 참 대단하십니다.
요새 같으면 참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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