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표지 글 -
지난해 초가을 ‘사평역’의 시인으로부터"와온으로 오세요. 달빛으로 시를 읽을 수 있습니다"란 매혹적인 초대를 받은 바 있지만 짬이 없어 가지 못했다. 와온은 어떤 곳인가, 또 어디에 있는가?
「와온 가는 길」을 읽고 언덕에 한 뙈기의 홍화밭이 있는 바닷가 마을이란 사실은 알았지만, “등이 하얀 거북 두 마리가 불빛과 불빛 사이로 난 길을/리어카를 밀며 느릿느릿 올라간다”는 구절과 “새벽이면/아홉마리의 순금빛 용이/인간의 마을과 바다를 껴안고 날아오르는 것을 보았다”는 (「와온 바다」)서사를 읽고는 그곳이 범상치 않은 신화적 공간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와온은 어디 있는가, 지금 그곳에는 누가 살고 있는가? 와온의 시인이 다음으로 찾아간 곳은 두만강 국경지역의 마을이다. 시인은 그곳에서 데즈루나야라는 여자로부터 마라화차를 얻어 마시고 문득 해방되던 해에 박인환 시인이 종로에 냈다는 서점 이름, ‘마리서사’를 떠올린다. 여행은 이렇게 과거의 일을 추억처럼 떠올리게 하는 효능이 있나보다. 그의 여정은 계속되어 인도와 네팔까지 이어지는데, 그곳에서도 수많은 인연과 아름다운 자연을 만나고 싶은 사색에 잠긴다. 특히 “맨발인 아이들이 연을 날리는/불가촉천민의 마을을 지나” 갈 때는 그들이 “언제부터/나를 기다렸을까” 생각하며 “적멸의 시간”을 명상한다(「적빈 5」). 적멸은 단지 사라지는 일만을 뜻하지 않는다. 이승에서 선하게 살아 새 새상을 찾아가려는 마음이다.
곽재구의 시는 급히 서둘거나 과장된 무리한 몸짓을 하지 않는다. 강물이 흐르듯 유연한 그의 시가 독자들의 눈과 마
음에 기쁨을 주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민영 시인)
출처 :詩와 序文들 원문보기▶ 글쓴이 : real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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