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흐르는 상자

[스크랩] 어머니/정호승

tlsdkssk 2017. 5. 8. 20:05





어머니/ 정호승

 

    호롱불 켜놓고 밤새워
콩나물 다듬으시던 어머니
날 새기가 무섭게 콩나물다라이 이고 나가
온양시장 모퉁이에서 밤이 늦도록
콩나물 파시다가 할머니 된 어머니
그 어머니 관도 없이 흙속에 묻히셨다
콩나물처럼 쓰러져 세상을 버리셨다
손끝마다 눈을 떠서 아프던 까치눈도
고요히 눈을 감고 잠이 드셨다
일평생 밭 한 뙈기 논 한 마지기 없이
남의 집 배추밭도 잘도 잘 매시더니
배추 가시에 손 찔리며 뜨거운 뙤약볕에
포기마다 짚으로 잘도 싸매시더니
그 배추밭 너머 마을산 공동묘지
눈물도 없이 어머니 산 속에 묻히셨다
콩나물처럼 누워서 흙속에 묻히셨다
막걸리에 취한 아버지와 산을 내려와
앞마당에 들어서니 어머니 말씀
얘야, 돌과 쥐똥 아니면
곡식이라면 뭐든지 버리지 말아라











그릇 / 김시천


그릇이 되고 싶다

마음 하나 넉넉히 담을 수 있는

투박한 모양의 질그릇이 되고 싶다

그리 오랜 옛날은 아니지만

새벽 별 맑게 흐르던 조선의 하늘

어머니 마음 닮은 정화수 물 한 그릇

그 물 한 그릇 무심히 담던

그런 그릇이 되고 싶다

누군가 간절히 그리운 날이며

그리운 모양대로 저마다 꽃이 되듯

지금 나는 그릇이 되고 싶다

뜨겁고 화려한 사랑의 불꽃이 되기보다는

그리운 내 가슴 샘물을 길어다가

그대 마른 목 적셔줄 수 있는

그저 흔한 그릇이 되고 싶다












엄마 걱정/기형도


열무 삼십 단을 이고

시장에 간 우리 엄마

안 오시네, 해는 시든 지 오래

나는 찬밥처럼 방에 담겨

아무리 천천히 숙제를 해도

엄마 안 오시네, 배추잎 같은 발소리 타박타박

안 들리네, 어둡고 무서워

금간 창 틈으로 고요히 빗소리

빈방에 혼자 엎드려 훌쩍거리던


아주 먼 옛날

지금도 내 눈시울을 뜨겁게 하는

그 시절, 내 유년의 윗목







장용림





어머니/ 이해인



당신의 이름에선  색색이 웃음칠한

시골집 안마당의 분꽃 향기가 난다

분꽃 향기가 난다

안으로 주름진  한숨의 세월에도

바다가 넘실대는  남빛 치마폭 사랑


남루한 옷을걸친 나의 오늘이

그 안에 누워 있다


기워 주신 꽃골무 속에

소복히 담겨 있는

유년의 추억


당신의 가리마 같이

한갈래로 난길을  똑 바로 걸어가면


나의 연두갑사 저고리에

끝동을 다는  다사로운 손길



까만 씨알품은 어머니의 향기가

바람에 흩어진다.






         

출처 : ♣ 이동활의 음악정원 ♣
글쓴이 : 후니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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