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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괜찮아 시간도 그곳에선 길을 잃어 / 황경신

tlsdkssk 2017. 4. 7. 08:04



달빛사랑 / 이수동 화백


        괜찮아 시간도 그곳에선 길을 잃어 / 황경신

        걸음을 멈추고
        잠깐 뒤를 돌아본다.
        숨가쁘게 달려오던 삶이
        깜짝 놀란 얼굴을 하고
        무슨 일이냐고 내게 묻는다.
        나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어깨를 으쓱하고 다시 돌아선다.
        내 앞에는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삶이 놓여 있다.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지만
        모든 순간은 영원으로 이어진다.
        가끔 삶이 무료하게 여겨지는 것은
        그 때문이다.
        이 곳이 아닌 다른 곳으로 흘러가면
        인생은 조금 나아질 수 있을까?
        여기에서 얻지 못한 것을
        다른 곳에서 발견할 수 있을까?
        지금의 나를 버리고 다른 사람이 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나는 자꾸만 여기가 아닌 곳으로 가고 싶다.
        인생이란 참 이상한 것이다.
        아무리 나쁜일도 지나고 보면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았어...라는 생각이 든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이 모든 복잡한 세상사로부터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 채
        지켜보는 일...일지도 모른다
        이 세상에는 자신의 의지와
        별 상관없이 흘러가는 일들이 있어서
        노력을 한다고 안 될 일이 되는 것도 아니고
        또 피하려 한다고 될 일이 안되지도 않는다
        세상 굴러가는 법칙이 대체로
        그렇다는 것을 알아두면
        살아가는 일이 다소 편해진다





                                            Love Hurts - Julienne Taylor
                                            출처 : ♣ 이동활의 음악정원 ♣
                                            글쓴이 : 雲鈺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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