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사랑 / 이수동 화백 괜찮아 시간도 그곳에선 길을 잃어 / 황경신 걸음을 멈추고 잠깐 뒤를 돌아본다. 숨가쁘게 달려오던 삶이 깜짝 놀란 얼굴을 하고 무슨 일이냐고 내게 묻는다. 나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어깨를 으쓱하고 다시 돌아선다. 내 앞에는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삶이 놓여 있다.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지만 모든 순간은 영원으로 이어진다. 가끔 삶이 무료하게 여겨지는 것은 그 때문이다. 이 곳이 아닌 다른 곳으로 흘러가면 인생은 조금 나아질 수 있을까? 여기에서 얻지 못한 것을 다른 곳에서 발견할 수 있을까? 지금의 나를 버리고 다른 사람이 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나는 자꾸만 여기가 아닌 곳으로 가고 싶다. 인생이란 참 이상한 것이다. 아무리 나쁜일도 지나고 보면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았어...라는 생각이 든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이 모든 복잡한 세상사로부터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 채 지켜보는 일...일지도 모른다 이 세상에는 자신의 의지와 별 상관없이 흘러가는 일들이 있어서 노력을 한다고 안 될 일이 되는 것도 아니고 또 피하려 한다고 될 일이 안되지도 않는다 세상 굴러가는 법칙이 대체로 그렇다는 것을 알아두면 살아가는 일이 다소 편해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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