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방 풍경

집회도 한류

tlsdkssk 2016. 12. 4. 05:24

'한국식 민주집회'를 찾은 외국인들

3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6차 주말 촛불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촛불을 켜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40년 전에 한국에 처음 왔어요. 집회를 보러 한국에 왔습니다.”

3일 박근혜 대통령 퇴진 촉구 ‘6차 촛불집회’가 열린 서울 광화문광장을 찾은 미국인 패트릭 보더(68)씨는 한국의 민주주의에 대해 걱정을 내비쳤다. 40년 전 군산의 한 비행장에서 근무하면서 처음 한국을 알게 됐다는 그는 ‘박정희’란 이름을 한국어로 또렷이 말하며 “박정희를 알고 있다. 그리고 그의 딸 때문에 이 사람들이 광장에 모였다는 것도 알고 있다”고 말했다.

3일 서울 광화문 광장을 찾은 미국인 패트릭 보더(68)씨는 “한국의 민주주의는 대단히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전날 하와이에서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는 그는 누군가 쥐어준 ‘박근혜 퇴진’이란 피켓을 한 손에 쥔 채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을 카메라에 담았다. 보더씨는 과거 북한에도 2차례 가본 적이 있다면서 “한국이란 나라를 좋아한다.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광장에 나선 시민들의 모습이 대단히 인상적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연일 벌어지는 집회에 대해서는 “놀랍지만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고 덧붙였다.

세계적으로 찾아보기 힘든 대규모 평화집회가 매주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광화문 광장을 찾은 외국인들은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이고 있는 ‘한국식 민주집회’를 높게 평가했다. 현장을 찾은 외국인들은 “이색적이면서도 평화롭고 끈끈하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대규모 집회=폭력사태’란 공식에서 벗어난 모습이 인상적이라고 했다. 

필리핀에서 한국을 찾은 제리카 오렐리아노(23·여)와 이본 하이에르(29·여)는 집회를 보며 “한국의 시위는 안전하고 조직적이며 끈끈해 보인다”고 평가했다.
1일 필리핀에서 한국에 왔다는 제리카 오렐리아노(23·여)씨와 이본 하이에르(29·여)씨도 한국의 집회문화를 두고 “안전하고(safe) 조직적이며(organized) 끈끈하다(sticky)”고 평가했다. 오렐리아노씨는 “온라인과 뉴스를 통해 매주 집회가 벌어지고 있는 것을 알고 서울로 여행을 왔다”면서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이 진심으로 즐기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필리핀의 집회문화와 비교해달란 질문에는 “대규모 집회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집회는) 대단히 안전해보인다”며 “다양한 목소리가 잘 표출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6주째 이어지고 있는 이번 촛불집회는 외신에서도 계속해 관심을 갖고 있다. 주요 외신들은 지난달 12일 민중총궐기와 함께 진행된 촛불집회에서부터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전국에서 190만명(경찰추산 33만여명)이 모인 5차 촛불집회까지 연일 비중있게 다뤘다.

중국의 한 네티즌이 올린 ‘한국 반박(반 박근혜)시위 때문에 여행이 무섭다고? 무서워 마세요 저와 함께 직접 둘러봅시다’란 포스팅.
한국 여행을 앞두고 촛불집회 양상을 궁금해하는 외국인들도 적지 않다. 중국의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한국(서울)에 가려고 하는데 집회가 안전하냐”, “집회가 어떠냐”는 질문이 계속해 올라오고 있다. 한 중국 네티즌은 ‘한국의 반(反) 박근혜 시위 때문에 여행이 무섭다고? 무서워 마세요 저와 함께 직접 둘러봅시다’라며 한국의 집회를 소개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미국의 소셜 뉴스 사이트인 레딧(Reddit)에 올라온 ‘5주 연속 한국 대통령을 규탄한 시민 수십만명이 모이고 있다’라는 제목의 글에도 2000여개의 댓글이 달릴 만큼 관심이 뜨겁다. 유튜브에 소개된 ‘1분 소등’ 등 집회 영상에도 외국 네티즌의 코멘트가 연달아 달리고 있다.

교환학생으로 한국을 찾은 일본인 야마다 호(23)씨는 “직접 집회에 가보진 않았지만 TV와 인터넷을 통해 접한 한국의 집회 문화가 놀랍다”며 “SNS로 한국의 분위기를 묻는 일본 친구들도 있다. 집회라면 어두운 느낌을 갖고 있었지만 한 번 참여해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6차 촛불 민심

【서울=뉴시스】사진공동취재단 =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열린 제6차 민중총궐기에 참가한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며 행진하고 있다. 2016.12.03.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홍효식 기자 =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인근에서 제6차 범국민행동 촛불집회를 마친 집회 참가자들이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며 횃불을 들고 청와대로 행진하고 있다. 2016.12.03. yesphoto@newsis.com

【부산=뉴시스】 하경민 기자 = 3일 오후 부산 부산진구 서면 중앙로에서 박근혜정권퇴진 부산운동본부 주최로 열린 제5차 부산시국대회에 참가한 시민과 학생 등 주최 측 추산 20만명, 경찰 추산 2만3000명이 거리행진을 펼쳐 문현교차로에 집결한 뒤 대형 새누리당 기를 찢고 있다. 2016.12.03. (사진=부산경찰청 제공). yulnet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앞에서 열린 제6차 범국민행동 촛불집회에서 참가자들이 박근혜 대통령 하야를 요구하며 청와대 방면으로 행진하고 있다. 2016.12.03. bluesoda@newsis.com

주최 측 추산 오후 9시30분 기준…촛불 기록 어디까지
경찰 "오후 7시10분 기준 전국 42만여명, 역대 최대"

【서울=뉴시스】김현섭 임종명 기자 =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6차 촛불집회 참가자 수가 3일 오후 9시30분 기준 232만명을 기록했다. 지난주 기록을 뛰어넘어 역대 최대 규모다.

경찰 추산도 서울 32만명, 지방 10만4000명 등 전국 42만여명으로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오후 9시30분 기준 전국 232만명이 운집했다. 지난주보다 40만명 가까이 더 늘어난 수치"라며 "서울은 170만명, 부산·광주·대구 등 지역에는 62만명의 시민들이 집결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난 3차 대국민담화에 대한 실망, 명예로운 퇴진과 질서있는 사퇴를 거부한 것에 대한 민심이 나타난 것"이라며 "범죄자 대통령은 아무일도 하지 말고 즉각 퇴진하라는 국민의 명령"이라고 해석했다.

서울경찰청은 이날 오후 7시10분 기준 서울에 32만명이 모였다고 전했다. 경찰청은 이날 오후 8시10분 기준으로 ▲부산 2만명 ▲광주 2만명 ▲전주 1만명 ▲대구 8000명 ▲대전 8000명 ▲창원 4000명 ▲춘천 3000명 등 서울을 제외한 전국 67곳에서 10만4000여명이 참가한 것으로 추산했다.

지난달 26일 5차 촛불집회에는 주최측 추산(마지막 집계 오후 9시40분)으로 서울 150만명, 지방 40만명 등 전국에서 190만명이 참여한 바 있다.

이날은 본 집회에 앞서 사상 최초로 청와대 100m 앞 지점에서 사전 집회가 열렸다.

법원은 이날 퇴진행동이 경찰의 금지·제한 통고에 맞서 제기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

이에 청와대에서 100m 떨어진 126멘션·효자치안센터 및 자하문로 16길21 앞 인도에서의 집회가 오후 1시부터 5시30분까지 이뤄질 수 있게 됐다.

시민들은 오후 4시부터 청와대를 향해 행진에 돌입했다. 행진 선두에는 세월호 유가족이 섰다.

50만명(오후 5시 기준)의 시민들은 불과 100m 앞에서 선명히 보이는 청와대를 향해 "박근혜는 퇴진하라" "박근혜는 구속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시민들은 허용된 시간이 다 되자 본 집회에 참여하기 위해 광화문광장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하지만 일부 시민들은 "광장으로 이동해달라"는 경찰의 설득에도 청와대 앞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이날 집회는 지난 30일 박 대통령이 3차 대국민 담화를 발표한 후 처음으로 열리는 촛불집회다.

담화에서 박 대통령은 "대통령직 임기 단축을 포함한 진퇴 문제를 국회의 결정에 맡기겠다"며 사실상 하야할 뜻이 없음을 알렸다.

한편 경찰은 집회 시 특정 시점의 참여인원을 계산하는 반면 주최 측은 행사 시작부터 끝까지 참여한 모든 인원(연인원)을 기준으로 추산해 양측간 추산치 차이가 발생한다.

경찰은 특정 범위를 선정해 대략적인 수치를 계산하고 이를 전체로 확대하는 페르미 추정법을 토대로 참가자수를 추산한다. 이에 따라 3.3㎡(1평)에 성인 남성 9~10명이 설 수 있다고 가정하면 9724평인 광화문광장 일대가 가득 차는 경우 5만8000명이라고 추산한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이달 7일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경찰 추산 인원에 3을 곱하면 전체 참가자 수(연인원)가 비슷할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