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각형의 햇빛
김형술
세상의 모든 방들이 사각형인 건
구석을 마련하기 위함인가
도망칠 구석
웅크려 은신할 구석
늘 그늘이 살고 있어
속을 알 수 없는 의뭉스런
구석은 아늑하고 평안하다
거미줄을 치고
푸른 곰팡이를 피우고
사방연속무늬 벽지에
쥐오줌 지도를 그려놓는 곳에서
더 잘 보이는 입구와 출구
더 잘 들리는 문 밖의 바람
세상 모든 벽들이
사각형 창을 가지고 있는 건
제 구석을 들키지 않기 위함이어서
이 도시의 햇빛은 모두 사각형이다
햇빛이 날카로운 가장자리가
누군가의 핏기 없는 맨발 근처를
때때로 서성이다 가곤 한다
―『남부의 시』 (2010)
▶김형술=1956년 경남 진해 출생. 1992년 '현대문학' 등단. 시집 '나비의 침대' 등.
사람 속에도 구석이 있다. 참된 구석, 어진 구석, 어눌한 구석, 대찬 구석, 모난 구석들이 숨어있다. 들키고 싶지 않은 구석을 서로가 서로에게 늘 들키며 사는 게 관계의 모습이다. 그러나 구석은 모퉁이가 안고 있는 것. 바위의 각진 모서리는 저 부드럽고 질긴 물살이 둥글게 다듬지만 스스로 깎아야 할 사람의 모서리는 사람을 다치게 한다. 간혹 눈앞이 캄캄한 절망 속에서 '돌 틈 사이 용수 있고, 살아갈 모퉁이가 있다'는 말은 구석과 모퉁이가 아름답게 공존하는 참 묘한 구석이 있다. 그 참.
- 박정애·시인 / 국제신문 [아침의 시]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우가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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